괘불(掛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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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법회(法會) 때 거는 의식용 불화.

개설

괘불(掛佛)이란 한자 뜻 그대로 ‘거는 불화’를 의미한다. 주로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등의 의식과 석가탄신일과 같이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큰 행사가 있을 때 전각(殿閣) 앞에 있는 괘불대에 걸어 예배의 주불이 되었다.

불전에 봉안하는 탱화보다 규모가 커서 작은 것은 5~6m이며 10m가 넘는 것들도 많다. 평소에는 말아서 나무로 제작된 괘불함에 넣어 법당 안에 보관한다. 괘불은 그려진 대상에 따라 영상회상괘불(靈山會上掛佛), 삼신삼세괘불(三身三世掛佛), 아미타괘불(阿彌陀掛佛), 미륵괘불(彌勒掛佛), 지장보살괘불(地藏菩薩掛佛), 노사나괘불(盧舍那掛佛) 등으로 구분한다.

유래

현재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괘불은 약 90여 점으로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22년(광해군 14)에 제작된 전라남도 나주 죽림사(竹林寺) 괘불이다. 괘불이 제작되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에 불교 의식, 법회 등이 많이 열렸던 기록으로 미루어 의식용 불화였던 괘불이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괘불이 제작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로 임진왜란(壬辰倭亂),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양란(兩亂)을 거치면서 전소된 사찰들에 대한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이다. 특히 전란을 거치면서 승병의 활약으로 불교계가 다시 중흥을 맞이하며 큰 사찰들이 다시 중수되었는데 일반적으로 괘불은 사찰 전각 재건 후 불상이 봉안되고 후불화(後佛畵)를 갖추게 되는 시기를 전후하여 함께 조성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의 괘불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과 기근, 역병 등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천도재(遷度齋)가 개최되면서 야외 법회에 필요한 괘불의 수요가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괘불은 사찰에서 진행하는 의식 중 예수재(豫修齋), 수륙재, 기우제(祈雨祭) 등 다양한 불교 의식에 사용되었으나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영축산에서의 설법회를 재현한 영산재였다.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산보범음집(刪補梵音集)』 등 17세기에 간행된 영산재 의식집에는 괘불을 법당에서 야외로 옮기는 괘불이운(掛佛移運) 의식을 하나의 절차로 규정하고 있다.

내용 및 특징

(1) 영상회상괘불

원칙적으로 의식이나 법회의 성격에 맞는 괘불을 거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일반 불화와 달리 많은 인력과 경비, 오랜 제작 기간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로 한 사찰에서 여러 종류의 괘불을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이 치러졌던 의식인 영산재의 괘불인 영상회상괘불이 가장 많이 제작되었으며 대부분의 야외 법회 때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영산회상괘불은 석가모니불을 단독으로 그린 독존도(獨尊圖), 석가모니·문수보살·보현보살을 함께 그린 삼존도(三尊圖), 석가모니 삼존에 아난·가섭을 더한 오존도(五尊圖), 석가모니 삼존에 아미타불·다보불·관음보살·세지보살을 그린 칠존도(七尊圖), 석가모니 삼존과 10대 제자 등의 많은 권속들을 그린 군도(群圖) 형식 등으로 다양하다.

괘불은 전각에 봉안되는 불화와 달리 석가모니가 서 있는 입상(立像) 형식이 선호되었으며 의식집에 의거해 영산재 의식이 진행될 때 요청되는 불보살을 도상화하여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1767년(영조 43)과 1792년(정조 16) 제작된 2점의 통도사 괘불에는 석가모니가 연꽃 가지를 들고 있는 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석가모니가 연꽃을 따서 들고 대중들에게 보인 염화시중(拈華示衆)을 묘사한 것이다. 염화불은 괘불의 특징적 도상으로 독존도와 군도 형식에서 20여 점이 넘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1653년(효종 4) 작으로 국보 301호인 구례화엄사(華嚴寺) 괘불, 무주안국사(安國寺) 괘불 등이 있다.

(2) 비로자나괘불

대부분 석가모니불, 노사나불과 함께 삼신불(三身佛)의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다만 3존 모두를 여래형으로 표현한 것, 노사나불만을 보살형으로 한 것, 석가모니와 노사나불 모두를 보살형으로 표현한 것 등 다양하지만 노사나불만을 보살형으로 묘사한 형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3) 삼신삼세괘불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의 삼세불(三世佛)과 비로자나불·석가모니불·노사나불의 삼신불을 함께 그린 것이다. 1628년(인조 6) 제작된 안성 칠장사(七長寺) 괘불과 1745년(영조 21) 제작된 영주 부석사(浮石寺) 괘불이 있다. 이런 도상은 15세기에 제작된 일본 쥬린지[十輪寺] 소장의 ‘오불회도(五佛繪圖)’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조선전기부터 제작되었고, 조선후기에는 괘불은 물론 후불탱화에도 그려졌다.

(4) 노사나괘불

『화엄경(華嚴經)』의 주불로 비로자나불과 같은 동체로 인식되는 노사나불은 삼신불 사상의 성립으로 불교 미술품에서 단독으로 조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괘불에서는 노사나불이 단독으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1664년(현종 5) 제작된 공주의 신원사(新元寺) 괘불과 1673년(현종 14) 제작된 예산의 수덕사(修德寺) 괘불은 보관을 쓰고 설법인(說法印)을 취한 노사나불을 그렸다. 설법인이란 부처가 법을 전할 때 짓는 손 모양으로서 형태는 다양하다.

(5) 미륵괘불

미륵불은 부처 중에 유일하게 보살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부처로 우리나라에서는 불보살로 많이 조성되었다. 조선전기 미륵불은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불과 함께 사불회(四佛會)의 하나로 그려졌는데 조선후기 괘불에서는 단독으로 그려졌다. 1627년(인조 5) 제작된 부여무량사(無量寺) 괘불과 1673년(현종 14)에 제작된 장곡사(長谷寺) 괘불에는 보관을 쓰고 두 손으로 용화수 가지를 잡고 서 있는 미륵불을 묘사하였다. 용화수는 일명 보리수라고도 하는데, 미륵불이 성불한 뒤 그 나무 밑에서 중생을 제도하는 법회를 열었다고 한다.

(6) 아미타괘불

아미타불을 주존으로 한 괘불은 조선말기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유행하였다. 아미타불·관음보살·대세지보살의 아미타 삼존도 밑에 아난과 가섭존자를 그렸으며 그 밑에 사자를 탄 문수동자와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를 배치하였다.

(7) 지장보살괘불

지장보살을 주존으로 한 괘불은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의식에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된다. 1930년대 제작된 서울 창신동의 안양암(安養庵) 소장 지장보살 괘불을 보면 지장보살과 지옥 장면을 함께 그려 지장보살도와 시왕도를 한 폭에 합쳐놓은 것이 특징이다.

참고문헌

  • 『범음집(梵音集)』
  • 김정희, 『불화,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돌베개, 2009.
  • 정명희, 「조선후기 괘불탱의 연구」, 『미술사학연구』 242·243, 한국미술사학회,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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