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명사(永明寺)

세종대 국가에서 공인한 36사(寺) 가운데 하나로, 평양금수산에 있었던 절.

개설

영명사(永明寺)는 평양금수산(錦繡山)에 위치한 절로 고구려 때 세워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평양의 대표적 사찰이다. 조선 세종대에 선·교 양종의 교종 18개사에 들어갔고 조선후기를 거쳐 근대기까지 이어져왔으나 한국전쟁 때 전소되었다.

연원

영명사는 고구려 광개토왕 때인 393년(고구려 광개토왕 2) 평양에 건립한 9개 사찰 가운데 하나라고 하며, 374년(고구려 소수림왕 4) 고구려에 와서 불교를 전파한 아도(阿道)가 머물렀다고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역대 왕들이 서경(西京)에 행차할 때 대개 영명사를 들렀는데, 특히 예종은 1109년(고려 예종 4) 외적의 침입을 막고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법회인 문두루(文豆婁)도량을 개설하고 절을 중창하는 등 매우 중시하였다.

변천

조선 개국 후 태종대에 들어 억불 정책이 본격화되었는데 11개 불교 종파를 7개로 축소하였고 242개의 공인 사찰에 대해서만 조세를 거둘 수 있는 수조지(收租地)와 사원 노비의 소유를 인정하였다. 나머지 사찰들의 전지와 노비 등은 모두 관아 소속으로 옮기도록 하였다. 1424년(세종 6) 세종은 기존의 7개 종단을 선교 양종으로 나누고 각각 18개씩 36개 사찰만 공인하였는데, 이때 영명사는 교종 18사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영명사는 원래 소유하고 있던 토지 100결에 50결이 더해져 150결이 되었고 거주하는 승려는 70명으로 정해졌다(『세종실록』 6년 4월 5일).

『세종실록』「지리지」평양 항목에서는 평양금수산 정상의 을밀대(乙密臺) 아래에 부벽루(浮碧樓)가 있고 그 옆에 영명사가 위치한다고 설명하였다. 또 영명사를 일컬어 고구려 동명왕(東明王)의 구제궁(九梯宮)으로 소개하면서, 동명왕이 기린을 타고 나왔다는 기린굴(麒麟窟)에 대해서도 서술하였다. 또 영명사는 교종에 속하며 국가에서 전지 150결을 내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세조도 영명사에 쌀 10석을 내린 일이 있다(『세조실록』 6년 10월 16일).

영명사는 조선후기에도 몇 차례 중수를 거쳤고 1894년에 발발한 청일전쟁 때 불에 탔다. 재건 후에는 일제시대 31본산의 하나로서 평안남도 지역 16개 말사를 총괄하는 등 사찰의 위상을 되찾았으나 1950년 한국전쟁 때 전소되었다.

절터에 팔각석불감과 5층석탑 등이 남았지만 현재 옛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참고문헌

•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 권상로, 『한국사찰전서』, 동국대학교출판부, 1979.
• 사찰문화연구원, 『북한사찰연구』, 한국불교종단협의회, 1993.
• 이능화, 『조선불교통사』, 신문관, 1918.
• 高橋亨, 『李朝佛敎』, 寶文館,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