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도량(藏經道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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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을 공양하며 호국안민을 기원하는 불교 의식.

개설

장경도량[藏經道場]은 대장경의 위신력에 의지하여 국가의 안녕과 백성들의 편안함을 발원하는 불교 법회라고 할 수 있다. 고려 현종 때 시작된 장경도량은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개설되었으며, 6~7일 동안 낮밤으로 경전을 독송하여 부처의 위신력과 독송 공덕에 의지하여 호국안민(護國安民)을 발원하였다.

연원 및 변천

장경도량은 대장경 간행을 추진했던 고려시대 현종에 의해 1029년(고려 현종 20) 4월 12일에 회경전(會慶殿)에서 처음 개설되었으며, 이때 구정(毬庭)에서 10,000명의 승려들에게 공양이 베풀어졌다. 장경도량의 공식적인 개설 기록은 23회에 지나지 않지만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볼 때 실제 설행 횟수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장경도량은 주로 회경전·명인전(明仁殿) 등 궁궐에서 열린 점이 특징이다. 봄에는 2,3월에 6일, 가을에는 9,10월에 7일간의 일정으로 설행되었다. 설행 목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장경의 위신력과 경전의 독송 공덕에 의지하여 호국안민을 발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호국안민을 발원하는 차원에서 장경도량이 개설된 역사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고려사를 편수하는 가운데 불교 행사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세종실록』 31년 2월 5일).

절차 및 내용

봄과 가을 정기적으로 열린 장경도량의 설행 절차는 여느 법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존 석가모니 부처님을 우두머리로 하여 일체 성현을 한자리에 청해 모시고 공양을 올리고 아울러 이름 있는 승려를 초청하여 재를 올리고, 대장경의 특별한 공덕을 전독(轉讀)한다. 전독은 경전의 내용을 소리 내서 읽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 전문을 읽지 않고 중요한 대목들을 간추려 읊는다.

『동문선』의 「대장경도량소(大藏經道場疏)」에 실린 개설 목적은 다음과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먹을 겨를이 없으나, 하늘의 꾸짖음이 왕의 몸에 있게 되었는데, 별의 변괴로 나타나 나라의 재앙을 구하기 어려워 부처와 신령의 보호를 입어야만 시절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므로 정성으로 공양의 자리를 마련하고 불문(佛門)의 깨달은 승려들을 불러 불경의 훌륭한 평론을 외워 드날리게 하게 되었으니, 나라를 누림에 많은 세월을 경력하게 하여 달라고 빌고 있다."

이 소문(疏文)에 의하면 별의 변괴를 물리치고 나라의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법회를 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름 있는 승려들이 낮과 밤으로 경전을 독송하며, 그 공덕과 경전의 위신력으로 호국안민을 발원하는 법회였던 것이다. 이때 설단의 주불은 경전의 설주인 석가모니불이었으며, 아울러 불법을 이어 발전시킨 제대조사들에 대한 공양도 함께 행해졌다고 보인다. 장경도량의 기간이 6~7일간 행해진 것으로 볼 때 7일간 기도 정진 근행하는 국가 주관의 예참법회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에서 행하고 있는 정대불사(頂戴佛事)나, 거의 많은 사찰에서 행하고 있는 경전을 베껴 적고 독송하며 공양하는 불사도 넓은 의미에서 장경도량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동문선(東文選)』
  • 서윤길, 『한국밀교사상사』, 운주사, 2006.
  • 문상련, 「한국불교 경전신앙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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