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 인문정보 콘텐츠 편찬 연구: 기말 보고서 (김사현)
목차
연구 목적 및 대상
연구 목적
한국의 문화유산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연구 자원이자, 한국문화의 교육 수요자들에게 한국학 지식을 흥미롭게 종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교재이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의 원천 소재를 제공하는 문화산업 자원이다.
불교는 삼국시대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가장 큰 축을 형성하며 한국 문화의 전반에 그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의 문화유산 가운데 대다수가 불교와 연관되어 있는 점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때문에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는 개별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탑비(塔碑)는 한국의 불교문화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탑비는 승탑(僧塔)과 함께 조성되며, 탑비에 새겨지는 비문은 승려의 출생에서 입적에 이르는 일생의 행적을 기술한다. 승려가 태어나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수행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가운데서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되기도 한다. 이후 승려가 입적하면 장례를 치른 후에 승탑을 조영하고, 제자들은 승려의 행장을 엮어 국왕에게 탑비를 세울 것을 청한다. 국왕은 당시의 문장가에게 비문을 짓게 하고 명필에게 비문을 쓰게 한다. 그리고 탑비는 승탑과 함께 승려가 활동하던 사찰 중에 인연이 깊은 곳에 세워진다. 즉, 탑비는 승려의 덕(德)을 추모하기 위해 평생의 이력을 낱낱이 적어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건립되는 것이다.
비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탑비의 주인공인 승려가 맺고 있는 주변 인물과의 관계, 수행하면서 머무른 사찰, 탑비가 건립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또 다른 인물과의 관계, 탑비가 위치한 사찰과 경내 문화유산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비문을 통해 발견되는 주변 인물, 문화유산, 불교개념 등은 서로 긴밀한 의미적 연관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를 관계 속에서 이해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혀있는 불교문화의 양상들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다. 주요 승려의 탑비를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여 여러 지식요소(인물, 문화유산, 불교개념 등)들과의 관계를 추가해 외연을 넓혀 나간다면, 다양한 맥락 속에서 다채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각각의 지식요소는 따분하고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되고 다른 지식요소와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의미가 발견되어 흥미로운 대상으로 변모될 수 있다. 사찰에 있는 문화유산을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면, 어렵고 멀게만 보였던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가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관련된 지식을 꼬리에 꼬리를 물어 탐구해 나간다면 불교문화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탑비의 주인공인 승려들의 행적뿐 아니라, 비문의 찬자와 그 주변의 인물들, 사찰의 역사와 건축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어질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발굴하고, 그 사이의 긴밀한 문맥을 보이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이로부터 흥미로운 ‘한국 문화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문화유산 스토리텔링 자원의 저장소’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대상
본 연구에서는 승려의 생애를 기록한 탑비, 탑비의 주인공인 승려, 탑비가 건립된 사찰을 주요 대상으로 선정한다.
- 탑비는 2017년 6월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총 48개.
- 승려는 탑비의 주인공으로 총 47명.
- 사찰은 탑비의 명칭에 근거하여 44곳.
연구 방법 및 내용
연구 방법
연구 방법은 불교문화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의 탑비에 주목하여, 탑비의 주인공인 승려, 탑비가 건립된 사찰을 주요 지식요소로 선정한다. 그리고 탑비, 승려, 사찰의 주변에의 유의미한 인물, 사건, 문헌, 개념용어 등의 지식요소들을 추가적으로 발굴한다. 이 지식요소들은 불교문화유산 이야기 구성에서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하는 중간 장치로 기능할 것이다. 지식요소를 기준으로 하여 웹 문서 및 시각자료를 제작하여 대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들을 연결한다. 이 자원들은 아야기의 소재이자 참고자료로 사용될 것이다.
연구 내용
지식요소 발굴
탑비의 승려의 기록과 탑비가 있는 사찰을 중심으로 인물, 탑비, 사찰, 유물, 기관, 개념, 문헌 등의 지식요소를 발굴한다. 지식요소의 발굴은 시작점을 어디로 하고 어느 방향으로 넓혀가고 어느 정도의 범위로 할 것인가에 따라 같은 대상을 탐구해도 다른 지식요소가 발굴될 수 있다. 다음의 내용은 의천을 기리는 두개의 탑비와 「대각국사문집」 등 관련 문헌에 수록된 기록에서 지식요소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대각국사 의천(大覺國師 義天, 1055-1101)은 1055년 고려 제11대 왕인 문종(文宗)의 넷째 왕자로 태어났다. 당시 화엄종(華嚴宗)의 고승이며 문종의 외삼촌이기도 한 경덕국사 난원(景德國師 爛圓)이 개성 영통사(靈通寺)에 머물고 있었는데, 의천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1065년 11세의 나이로 난원에게 출가하였다. 출가한지 5개월 만에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으며, 출가한 지 3년 만에 최고의 승계인 승통(僧統)에 올랐다.
이후 그의 나이 31세가 되던 1085년에는 불법을 배우고자 송나라로 건너갔으며, 1085년 4월부터 1086년 6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수많은 고승들을 찾아 불법을 배우고 논했다. 이 구법여행 중 의천은 천태종(天台宗)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돌아올 때에는 삼장(三藏)의 주석서 3,000 여 권을 수집하여 가져오기도 했다. 1086년 고려로 귀국한 의천은 개성 흥왕사(興王寺)의 주지가 되었다. 흥왕사는 부왕인 문종이 의천이 태어나던 해에 왕실 원찰로 건립한 사찰이었다. 이 시기 의천은 중국 및 우리나라의 불교 저술 목록집인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을 펴냈는데, 이는 불교 경전의 정본 외에 그 주석서인 장소(章疏)만을 수집하여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이다. 그리고 의천은 흥왕사에 교장도감(敎藏都監)을 설치하여 이 목록에 따라 『교장(敎藏)』을 간행하였다. 이후 의천은 천태종의 개창을 위해 개성 국청사(國淸寺)의 창건을 추진하였으나, 국고를 보관한 창고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청사 건립 작업은 중단되었다. 이에 의천은 천태종을 널리 펼치기 위해 전국을 두루 다니며 설법하였고, 1092년에는 순천 선암사(仙巖寺)를 천태종의 남방 근거지로 삼아 크게 중창하였다. 현재 선암사에는 의천의 진영(眞影)이 남아있으며, 선암사의 암자인 대각암에 있는 승탑은 의천의 사리탑으로 전해진다. 1097년 국청사가 완공되자 제1대 주지가 되었으며, 이 절에서 처음으로 천태학을 강설하였다. 1101년 의천은 개성 총지사(摠持寺)에서 병으로 47세의 나이로 입적(入寂)하였다. 다비한 뒤 유골을 수습하여 영통사 동쪽 산에 탑을 만들어 안치했으며, 숙종은 의천을 국사(國師)로 봉하고 ‘대각(大覺)’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의천의 기리는 탑비는 두 개가 전해지는데, 각각 칠곡 선봉사 터와 개성 영통사에서 발견되었다. 개성 영통사 대각국사비는 1125년 김부식(金富軾)이 왕명을 받아 찬술하고 1133년 개성 영통사에 건립한 것으로, 의천의 화엄종 계통 문도들이 주도하여 건립하였다. 칠곡 선봉사 대각국사비는 1131년 임존(林存)이 왕명을 받아 찬술하고, 1137년 칠곡 선봉사에 건립한 것으로, 의천의 천태종 계통 문도들이 주도하여 건립하였다. |
의천의 생애를 토대로
- 인물(대각국사 의천, 고려 문종, 경덕국사 난원, 김부식, 임존)
- 탑비(칠곡 선봉사 대각국사비, 개성 영통사 대각국사비)
- 사찰(개성 영통사, 개성 흥왕사, 개성 국청사, 순천 선암사, 칠곡 선봉사, 개성 총지사)
- 유물(순천 선암사 대각국사 의천 진영, 순천 선암사 대각암 승탑)
- 기관(교장도감), 개념(화엄종, 천태종, 승통)
- 문헌(신편제종교장총록, 교장) 등
총 20건의 지식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웹 문서 집필
웹문서 집필은 개별 지식 노드를 단위로 하여 위키 문서로 작성한다. 위키 문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집필에 참여하기 때문에, 위키 문서를 서술하기 위한 사전 연구 자료의 많고 적음의 차이와 집필자의 관점에 따른 유동성을 보증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기사 기술 체계를 마련한다. 기사 기술 체계는 “정의” - “내용” - “지식관계망” - “시각자료” - “주석” - “참고문헌”의 순서와 구성 형식을 따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상 지식 노드를 한 문장 정리하여 알려주는 “정의”, 개별 지식노드가 가진 특성을 반영하여 하위에 일정한 소문단을 만들어 상세한 정보를 서술할 수 있는 “내용”, 대상 지식노드와 관계있는 다른 지식노드의 관계를 표로 나타내고 필요할 경우 네트워크 그래프를 보일 수 있는 “지식관계망”, 텍스트를 보완할 수 있는 사진, 동영상, 가상현실 등을 담을 수 있는 “시각자료”, 각 문단의 내용을 기술할 때 발생하는 전거(典據) 및 부가설명에 대한 정보 나타내는 “주석”, 이 기사에서 내용 외에 추가적으로 제공될 만한 가치가 있는 “참고문헌” 이다.
시각 자료 구현
네트워크 그래프
네트워크 그래프는 개별 지식노드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를 시각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각각의 지식노드를 방향성이 표시된 선으로 연결하고, 그 연결에 ‘관계어’를 적어 서로 간의 관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표기 하였다. 이 관계어를 통해 두 지식요소가 어떠한 맥락으로 연결되는지 알 수 있다. 개별 네트워크 그래프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탑비, 승려, 사찰을 포함한 다양한 지식노드가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하나의 대상 또는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프를 통해 언제든지 심층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웹 문서로 연결되어 추가적인 지식을 탐구해 나갈 수 있다.
문화유산 가상현실 구현
사찰과 불교 문화유산이 있는 유적지의 답사를 통해 시각자료를 획득하고, 이것으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제작해 글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각적인 콘텐츠로 보완하고자 한다. 한 지점에서 여러 방향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그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하여 얻어낸, 넓은 화각의 스틸이미지를 파노라마 사진이라 한다. 화각을 상하 사방 360도까지 넓히게 되면 광학적인 3D영상이 만들어진다.[1] 사찰로 대표되는 유적지를 대상으로 하여 내부의 주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권역을 설정하고,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기반으로 가상현실을 제작하여 위키 문서, 스틸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와 연계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콘텐츠로 제작한다. 불교 사찰이 위치한 장소에 드론을 이용하여 360도 항공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사찰 내부의 전각과 문화유산의 배치를 한 눈에 사찰을 조망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사찰 주변의 자연 지형, 사하촌 등의 문화 경관을 제공하여 사찰이 가지는 장소감[2] 을 전달할 수 있다.
활용 및 기대 효과
백과사전 기사
발굴된 개별 지식요소에 대해 조사한 내용은 하나의 백과사전 기사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연구된 다양한 연구자료와 현장에서 촬영하고 제작한 시청각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대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 소재로 활용
개별 지식요소들은 한국의 문화를 설명하는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된다. 시대와 유형에 관계 없이 각각의 지식요소들은 또다른 이야기의 집필에 활용되어, 하이퍼 링크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이는 이야기의 맥락을 확인하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이야기를 집필자에게도 사실관계 또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접근점 및 시작점의 다양화
이야기는 주로 텍스트로 서술되어 그 가운데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그림, 지도, 다이어그램 등을 배치한다. 그러나 네트워크 그래프, 가상현실 등의 시각자료가 시작점이 되어 거꾸로 서술된 텍스트로 진입할 수 있게 하고, 하나의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잘 전달 할 수 있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하여, 진정한 의미의 멀티미디어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다.
보완할 점
지식 노드 설정 단위
현재 이야기 소재로 발굴된 지식요소들은 주로 백과사전 항목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구조적 측면으로 보면, 지식요소들이 여러 맥락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한편 만들어진 이야기도 또 다른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좀 더 큰 범위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에 맞게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지식요소의 단위 설정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천의 삶과 문화유산"이라는 이야기가 그의 탑비인 "칠곡 선봉사 대각국사비", "교장도감", "순천 선암사 대각암 승탑" 등의 지식요소를 소재로 서술될 수 있고, "의천의 삶과 문화유산"이야기와 또 다른 승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 "승려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의천의 삶과 문화유산"이야기와 "천태종 문화유산"이야기가 모여 "한국 불교 천태종 문화유산"의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야기가 또다른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들을 담아낼 수 있는 지식 노드의 단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다른 지식요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