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성(壁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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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별자리인 28수(宿) 가운데 14번째 별자리[宿].

개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28수가 방위에 따라 4가지 신령한 동물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여겼다. 벽성(壁星)은 그중에서 북방 현무(玄武)를 이루는 일곱째 별자리이다. 벽성은 남북으로 놓여 있는 두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로서, 서양 별자리 가운데 안드로메다자리의 ‘α And(알파 안드로메다자리)’라는 별과 페가수스자리의 ‘γ Peg(감마 페가수스자리)’라는 별로 이루어진 중국 별자리이다. 고대에는 동벽(東壁)이라고도 불렀다.

내용 및 특징

밤하늘에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붙박이별[恒星]들과 그 붙박이별을 배경으로 늘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 등의 태양계 천체들이 있다. 이들 태양계 천체들은 밤하늘에서 주로 황도(黃道)를 따라 운행한다. 그래서 태양계 천체들의 위치를 기술할 때 황도 주위에 별자리들을 정해 두고 그 별자리들에 대한 상대 위치로 기술하면 편리하다. 이와 같은 동기로 서양 천문학에서는 황도 12궁을 지정하였고, 중국에서는 28수를 지정하였다.

중국 천문학에서는 왜 28개의 별자리를 정하였는지에 대해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그 중 유력한 설은, 달의 운행 주기인 항성월을 기준으로 했다는 설이다. 1항성월은 약 27.32일이기 때문에, 황도 주변에 27개나 28개의 별자리를 정해 두면 매일 변하는 달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천문학에서는 28수를 이루는 28개의 별자리들은 각 계절별로 7개씩 나누었다. 그리고 이들은 신령한 동물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주로 봄과 초여름밤에 보이는 각(角)·항(亢)·저(氐)·방(房)·심(心)·미(尾)·기(箕)는 청룡(靑龍)의 모습을 이루고 있고, 여름과 가을철에 보이는 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은 현무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가을과 겨울에 보이는 규(奎)·루(婁)·위(危)·묘(昴)·필(畢)·자(觜)·삼(參)은 백호(白虎)의 모습을 이루고 있고, 겨울에 보이는 정(井)·귀(鬼)·류(柳)·성(星)·장(張)·익(翼)·진(軫)은 주작(朱雀)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벽성은 서양 별자리 가운데 페가수스자리의 ‘γ Peg’와 안드로메다자리의 ‘α And’로 이루어진 별자리이다. 벽성의 기준이 되는 수거성(宿距星)은 γ Peg이다. 실수(室宿)와 더불어 서양 별자리의 페가수스 사각형을 이룬다. 이 페가수스 사각형은 직사각형의 특이한 모양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가을의 밤하늘에서 다른 별자리들을 찾아가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유명한 별들이다.

조선시대의 천문학자들은 별점을 칠 때 일반적으로 『천문류초(天文類抄)』를 참고하였다. 그 원전은 송(宋)나라의 정초(鄭樵)가 편찬한 『통지(通志)』「천문략(天文略)」이고, 여기에 『송사(宋史)』「천문지(天文志)」의 내용을 보충하였다.

『통지』 「천문략」에서는 “벽성은 그 아래로 황도(黃道)가 지나며, 문장(文章)을 주관하고 천하의 도서를 비장하는 관부이다. 또한 토공(土功)을 관장하는데, 그 별들이 밝으면 도서가 모이고 도리와 기술이 시행되며 소인배가 물러나고 군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별들이 빛을 잃고 크기가 같지 않으면 천자가 무예를 중요하게 여기고 신하들은 문사(文士)를 천하게 여기며 도서가 숨고 친당(親黨)이 간사한 용도로 쓰일 것이다. 별들이 움직이면 토목 공사가 일어날 것이요, 별들 사이가 벌어져 옮겨 가거나 모여들면 농토와 집에 관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벽성에서 일식이나 월식이 발생하면 현명한 신하를 잃을 일이 있을 것이다. 오행성이나 패성(孛星)이 벽성을 침범하면 병란이 일어나고 토목 공사가 벌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침범한다[犯]는 것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송사』 「천문지」에서는 “달이 벽성을 침범하면 나라에 우환이 생길 것이고 기근이 들고 위(衛)나라 땅에 병란이 있을 것이다. 객성(客星)이 벽성을 침범하면 문장(文章)을 잘하는 선비들이 죽는다고 하며, 일설에는 상사(喪事)가 일어날 것이라고도 한다. 객성이 벽성에 들어가면 토목 공사가 벌어지고 홍수가 날 것이다. 객성이 벽성을 지키면[守], 그해는 비바람이 많을 것이다. 객성이 벽성에 머무르면[舍] 소와 말들이 많이 죽을 것이다. 혜성이 벽성을 침범하면 병란이 일어날 것이요, 화재가 일어날 것이며, 일설에 따르면 홍수가 나거나 백성들이 유랑하게 된다고 한다. 별똥별이 벽성을 침범하면 문장을 폐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들어간다[入]는 것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지킨다[守]는 것은 들어가서 오랜 동안 있는 것을 의미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성도(星圖)에는 ‘동벽(東壁)’이라고 적혀 있다. 달의 궤도인 백도(白道)가 벽성에서 비교적 멀리 지나기 때문에 달에 의한 벽성의 침범이나 식(食)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선왕조실록』에도 그러한 현상은 거의 기록되어 있지 않다.

벽성을 ‘동벽성(東壁星)’으로 기록한 사례로는, 비성(飛星)이 동벽성 위에서 나와서 각도성(閣道星)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은 주먹만 했고 꼬리 길이는 3척(尺) 정도였으며 빛은 창백(蒼白)했다는 기록이 있다(『선조실록』 36년 7월 22일). 또한 『조선왕조실록』에는 ‘벽성’이라는 표현도 사용되었는데, 다른 28수와 마찬가지로 주로 별똥별 기록에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별똥별이 벽성의 아래에서 나와서 손방(巽方)으로 들어갔고, 북극성 아래에서 나와서 서방(西方)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다(『숙종실록』 7년 10월 28일).

참고문헌

  • 『천문류초(天文類抄)』
  • 『통지(通志)』「천문략(天文略)」
  • 『송사(宋史)』「천문지(天文志)」
  • 안상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우리 별자리』, 현암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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