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因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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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제자(制字) 방식 중 소리의 세기에 따라 기본자에 획을 더하여 표시하는 방식.

개설

인성(因聲)은 훈민정음에서 자음을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기본자를 바탕으로 소리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획을 더하여 표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성은 시각적으로 획수가 많을수록 더 강한 음이라는 ‘인성가획(因聲加劃)’의 줄임말이다.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기본자를 기준으로, 획이 더해진 글자는 같은 계열의 자음이지만 기본자보다 음성적 세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인다. 중세 국어에서 설음(舌音) 계열의 기본자는 ‘ㄴ’인데, 소리의 세기는 ‘ㄴ<ㄷ<ㅌ’의 순이다.

내용 및 특징

훈민정음과 관련된 인성의 의미는 ‘소리의 세기에 기인하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소리의 세기가 강할수록 기본자에 획을 더하는[加劃] 방식으로 같은 계열의 초성자(初聲字)를 만드는 원칙으로 작용하였다. ‘인성가획’의 ‘인성’은 훈민정음의 자음 창제 원리로서 소리의 세기에 따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훈민정음 제자의 기본 대원칙은 상형이다. 해례본(解例本)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에 따르면, 자음의 경우 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같은 아음인 ‘ㅋ’은 ‘ㄱ’에 비해 그 소리가 강하므로 획을 더하여 만들었다. 이러한 관계는 설음 계열인 ‘ㄴ, ㄷ, ㅌ’, 순음 계열인 ‘ㅁ, ㅂ, ㅍ’, 치음 계열인 ‘ㅅ, ㅈ, ㅊ’, 후음 계열인 ‘ㅇ, ㆆ, ㅎ’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설음의 경우를 살펴보면, ‘ㄴ’은 불청불탁(不淸不濁)인데 ‘ㄴ, ㄷ, ㅌ’ 중 가장 약한 소리이므로 기본자로 삼았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ㄴ’보다 강한 소리는 한 획을 더해서 ‘ㄷ’으로, 다시 그보다 더 강한 소리는 두 획을 더하여 ‘ㅌ’으로 나타내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그 소리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는 방식은 자음의 모든 계열에 똑같이 적용되었다. 물론 여기에도 약간의 예외는 있다. 이체자(異體字)라고 하는 것들인데, 아음의 불청불탁자인 ‘ㆁ’은 다르게 만들어졌고, 반설음 ‘ㄹ’과 반치음 ‘ㅿ’은 각각 혀와 이빨의 모양을 본떴으나 본체와 다르게 된 것들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 세 글자의 경우, 획을 더하여 다른 글자를 만들지 않았다.

병서는 인성과는 다른 방식의 표기이다. 훈민정음에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자음을 좌우로 결합하는 병서(竝書)라는 규정이 적용되었는데, 예를 들면 된소리는 같은 글자를 나란히 쓰는 각자병서(各字竝書)의 방식에 따라 ‘ㄲ’ 등의 방법으로 표기하였다. 글자 두 개를 나란히 두었으므로 ‘ㄱ’의 2배에 이르는 세기를 가질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ㄲ’과 ‘ㅋ’의 획수를 따져 소리의 세기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또한 인성에 의한 가획은 언제나 같은 계열에 속하는 음들 사이에만 적용된다. 아음인 ‘ㄱ’과 설음인 ‘ㅌ’처럼 서로 다른 계열에 속한 글자들의 획수를 따져 소리의 세기를 비교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 작업이다.

한편 『훈민정음』「서문」에서 정인지(鄭麟趾)는 ‘인성제자(因聲制字)’라고 하여, 옛사람들이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뜻과 통하게 했다고 언급하였다. 정인지는 인성을 ‘소리에 기인하다’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사용하여, 자음은 그 소리의 특징에 따라 동양 음악의 칠조(七調)와 어울린다고 설명하였다(『세종실록』 28년 9월 29일). 즉 자음은 발음 위치에 따라 아음(牙音)·설음(舌音)·순음(脣音)·치음(齒音)·후음(喉音)·반설음(半舌音)·반치음(半齒音) 등 칠음(七音)으로 구분되는데, 이들이 각각의 소리에 기인하여 음악의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반상(半商)·반치(半徵)의 칠조와 어울린다고 하였다. 음양이기(陰陽二氣), 오행(五行), 삼재(三才) 등을 문자 창제의 기본 원리이자 상형의 대상으로 삼은 것처럼, 자음의 칠음 역시 이에 어울리는 칠조와 연관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참고문헌

  • 『훈민정음(訓民正音)』
  • 박종국, 『훈민정음』, 정음사, 1976.
  • 이기문, 『國語史槪說』(新訂版), 태학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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