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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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노부(鹵簿) 행렬에 참여한 군사들이 휴대하던 각종 화살.

개설

노부는 왕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 동원되던 의장(儀仗) 행렬을 말한다. 노부 행렬에는 통치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각종 깃발·부채·덮개·병기·악기 등 다양하고 화려한 의장 용품이 사용되었다. ‘시’는 이러한 노부에 참여한 다양한 병종의 군사들이 휴대한 각종 화살을 가리킨다. 그 종류로는 철전(鐵箭), 박두(樸頭), 마전(磨箭), 편전(片箭) 등으로 다양하다. 일부는 영조대에 축소 제작되어 명기(明器)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연원 및 변천

철전은 화살촉의 무게에 따라 육량전(六兩箭), 아량전(亞兩箭), 장전(長箭)으로 구분되었다. 육량전은 광대싸리나무[楛], 대나무, 철(鐵), 쇠심줄[筋], 꿩깃[羽], 복숭아나무껍질[桃皮], 민어부레풀[膠]의 일곱 가지 재료로 만든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무과 초시(初試)복시(覆試)에서 시험하였으며 80보(步) 거리에서 발사한다. 아량전은 화살촉의 무게가 4량이며, 지나치게 무거운 육량전 대신 훈련용으로 사용한다. 장전은 화살촉의 무게가 1량으로 철전 가운데 가장 가벼운 화살이다.

박두의 목촉(木鏃)은 나무를 깎아 끝을 뭉툭하게 만들었으며, 무게가 가볍고 화살깃이 좁기 때문에 발사하면 멀리 나아간다. 전시(戰時)가 아닌 평시에 박두를 사용하면 안전을 도모할 수 있고, 철전에 비해 쇠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무과 시험이나 훈련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군사들이 철전에 익숙하지 않은 폐단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무과 초시와 복시에서 박두를 시험하였으며, 240보 거리에서 발사하였다.

마전은 조선전기부터 실전에 사용되어 군기시(軍器寺)에 저장되었으며(『세조실록』 12년 7월 12일), 활쏘기 등을 마친 후에 신하들에게 포상으로 하사되기도 하였다(『세조실록』 4년 10월 13일). 명나라 사신이 요구하여 주어지거나(『세종실록』 8년 3월 17일), 여진족에게 하사한 적도 있었다(『세조실록』 6년 3월 26일).

편전은 처음에 대나무를 사용하여 통을 만들었으나, 점차 참나무와 같이 단단한 재질의 나무로 만들게 되었다. 통의 한쪽 끝에는 작은 구멍을 뚫어 노끈을 묶고 팔목에 맨 다음, 활을 당겨 쏘게 되면 화살이 통을 통과하여 날아가게 된다. 조선후기에는 팔목이 아닌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깍짓손의 엄지에 노끈을 묶어 통을 고정시켜 사용하였다.

편전은 무게가 가벼워 다른 화살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는 장점이 있었다. 통(筒)을 지나 발사되는 편전은, 근거리에서 평직(平直) 방향으로 발사될 경우 관통력과 명중률이 배가되었으므로 갑주(甲冑)로 무장한 기병을 공격할 때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통 속에 넣어 발사하는 편전의 특징 때문에, 아군이 쏜 편전을 적군이 습득하여 활로 발사할 수 없다는 장점도 있었다. 반면에 편전의 사격술을 익히는 데는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통의 구조가 완전히 밀폐된 것이 아니라 반으로 쪼갠 대롱 형태였기 때문에, 숙련이 덜 된 군사가 편전을 발사하면 오히려 궁수 자신의 팔목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조선전기에 가장 중요한 병기의 하나로 인식된 편전은 조선군의 주력 병기로 애용되었다. 당시 여진족이 가장 두려워 한 조선군의 병기가 편전과 화포(火砲)였다. 이러한 편전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여진족과 인접한 북쪽 변경지역이나 일본인의 왕래가 가능한 연해 지역에서는 편전의 사격 연습이 금지되기도 하였다(『세종실록』 17년 8월 11일)(『세종실록』 19년 3월 6일). 『경국대전』에 의하면 무과 초시와 복시에서 시험하였으며 130보 거리에서 발사한다. 일상 연습 때와 시취(試取) 때에는 철촉이 아닌 목촉(木鏃) 편전도 간혹 사용하였다.

형태

『세종실록』「오례」와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에는 총 6종의 시(矢)가 소개되어 있는데 차례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운회(韻會)』에 의하면 화살대의 길이는 4척 혹은 3척 8촌이다.

철전은 철촉(鐵鏃)이 달려 있고, 화살깃은 좁으며 화살촉은 둥글면서 날이 없는 화살이다. 무과 시험이나 훈련용으로 사용한다. 180보 혹은 80보 거리에서 발사한다.

박두는 목촉이 달려 있고, 화살깃이 철전보다 좁은 화살이다. 속칭은 박두전(樸頭箭), 박두시(樸頭矢), 목박두전(木樸頭箭), 목전(木箭)이다. 무과 시험이나 훈련용으로 사용하였다. 240보 거리에서 발사한다.

대전(大箭)은 화살깃이 넓고 철촉이 큰 화살이다. 속칭은 대우전(大羽箭)이다. 화살이 큰 대신에 사정거리가 짧아 주로 수렵과 의례에 사용되었다. 붉은색으로 칠한 것은 동시(彤矢)라 하고, 검은색으로 칠한 것은 노시(盧矢)라고 하였다. 화살깃이 좁고 철촉이 작은 것은 마전이라 하였다.

편전은 철촉이 달려 있는 길이가 짧은 소형 화살이다. 속칭은 애기살, 통전(筒箭), 변전(邊箭), 동전(童箭)이다. 통(筒)이라는 대롱에 장전하여 발사하였다. 통의 속칭은 통아(筒兒), 시도(矢道)이다. 『국조오례서례』에서는 화살대의 길이가 1척 2촌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규격으로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1758년(영조 34) 편찬된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에는 명기(明器)로 사용된 동시가 나온다. 명기는 부장품으로 매장하는 기물(器物)을 말한다. 명기용 동시는 대나무를 깍은 뒤 왜주칠(倭朱漆)을 하여 만들었다. 목촉에는 백칠(白漆)을 한다. 소상(小喪)일 경우 화살대에는 흑진칠(黑眞漆)을 한다. 총 길이는 4촌이고 화살깃의 길이는 1촌이다. 부장품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원래의 방어용 병기보다 훨씬 축소된 크기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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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
  •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
  • 강성문, 『한민족의 군사적 전통』, 봉명,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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