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악(習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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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의 음악 기관과 지방의 관청에 소속된 악인(樂人)과 여기(女妓) 등이 악기·노래·춤을 연습하는 것.

개설

습악(習樂)은 궁중음악 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자신들의 기예를 연습함을 일컫는다. 악공(樂工)악생(樂生)의 악기 연습, 여기들의 노래·춤 연마, 장악원 제조의 악서(樂書)·악보(樂譜) 강론까지 포괄된다.

연원 및 변천

궁중 행사에는 음악·노래·춤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궁중과 지방에 소속된 악인들을 연습시키는 일은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음악과 춤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기예가 아니며, 이미 익힌 레퍼토리라고 할지라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만 그 능력이 유지되거나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궁중에서는 악인들에게 행사용 음악을 연습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혹은 부정기적으로 연습 시간을 정해놓고 출석 확인을 했다.

정기적인 연습은 국상(國喪)이나 전란 같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 보통 매달 2자와 6자가 들어가는 날에 행해졌다. 즉 2일, 6일, 12일, 16일, 22일, 26일에 여섯 차례에 걸쳐 시행되었다. 연습 날짜로 인해 악인들의 정기 습악을 이륙좌기(二六坐起), 이륙회(二六會), 이륙이악식(二六肄樂式)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이는 『대전회통(大典會通)』, 『육전조례(六典條例)』 같은 법전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제도화되었다.

정기적으로 습악하는 날에는 장악원의 관료와 악인이 함께 자리하였다. 단순한 연습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실력을 점검하고 독려하는 기회로 기능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정조대에는 습악하는 날 악인들의 실력을 겨루게 하여 상벌을 내린 적이 있었다. 악생 중 가장 우수한 사람 1인에게 2냥(兩), 1등 2인에게 각각 1냥 5전(錢), 2등 3인에게 각각 1냥, 3등 9인에게 각각 5전을 주었다. 악공 중 가장 우수한 사람 1인에게는 2냥, 1등 3인에게 각각 1냥 5전, 2등 5인에게 각각 1냥, 3등 21인에게 각각 5전을 주었다. 반면 부진한 악인들에게는 매질을 하거나 볼기를 치기도 하였다. 성종대에는 습악하는 날 장악원 제조에게 악서와 악보를 강론하게 한 후 잘하고 못함을 보고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기도 하였다(『성종실록』 6년 10월 26일). 습악은 궁중음악 기관에 예속된 악인뿐 아니라 관료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동되었던 것이다.

부정기적인 습악은 궁중의 여러 행사가 임박했을 때 예행연습의 차원에서 행해졌다. 이는 행사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한 장치였다.

절차 및 내용

습악의 내용은 각종 행사에 연주되는 악곡[樂]·노래[歌]·춤[舞]을 연마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악고(樂考)」의 ‘습악패식(習樂牌式)’에 의하면 습악의 내용은 크게 좌방(左坊)과 우방(右坊)으로 구분된다. 좌방에 풍운뇌우제(風雲雷雨祭), 사직제(社稷祭), 선농제(先農祭), 둑제(纛祭)가 포함되어 있는데, 각 제례의 핵심적인 의례 절차와 함께 그 절차에서 연행되는 악곡·노래·춤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둑제의 경우 초헌 간척무(干戚舞) 납씨가(納氏歌), 아헌 궁시무(弓矢舞) 납씨가, 종헌 창검무(槍劍舞) 납씨가, 철변두 세 바퀴 돌고 진퇴하면서 정동방곡(靖東方曲)을 부른다고만 기록되어 있다.

우방에는 종묘제례(宗廟祭禮), 경모궁제례(景慕宮祭禮), 관왕묘제례(關王廟祭禮)가 포함되어 있으며, 마찬가지로 각 제례의 핵심적인 의례 절차와 함께 그 절차에서 연행되는 악곡·노래·춤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또한 전정(殿庭)에서 조참(朝參)·진하(陳賀)·반사(頒赦)·문무과 생원 진사 방방(放榜) 등의 의례에서 사용되는 악곡, 대가(大駕)의 전부고취(前部鼓吹)·후부고취(後部鼓吹)·전후고취(殿後鼓吹)가 연주하는 악곡, 외진연(外進宴)의 정재(呈才)와 음악, 내진연의 정재와 음악에 대해서도 간단히 밝혀져 있다.

이렇듯 습악의 내용은 각종 행사에 수반되는 실제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러 의례에서 연행해야 할 악곡·노래·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습악을 통해 궁중 행사에서 공연되는 궁중 악무의 전통이 전승되었고, 악인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되었으며, 궁중음악에 관련된 사람들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작동되기도 하였다.

참고문헌

  • 『대전회통(大典會通)』
  • 『육전조례(六典條例)』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서인화, 「장악원의 관원·악인·습악」, 『역대 국립음악기관 연구』, 국립국악원, 2001.
  • 송지원, 「조선시대 장악원의 악인과 음악교육 연구」, 『한국음악연구』 43집 , 한국국악학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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