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金星)
주요 정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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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표제 | 금성 |
한글표제 | 금성 |
한자표제 | 金星 |
관련어 | 대효(大嚣), 명성(明星), 태백(太白) |
분야 | 문화/과학/천문 |
유형 | 자연(현상) |
집필자 | 김일권 |
조선왕조실록사전 연계 | |
금성(金星) |
금성은 태양계의 다섯 행성 중의 하나로, 달처럼 하얗게 밝은 것이 인상적이어서 태백성(太白星)이라 칭해짐.
개설
금성은 오행성(五行星) 가운데 하나로,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천공에서 가장 밝은 천체이며 흰색의 광색(光色)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명성(明星)·대효(大嚣)·태백(太白) 등으로 불렀다. 서양 천문학에서는, 밝고 아름다운 모습이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미의 여신 베누스(venus)와 같다고 하여 비너스라고 부른다. 금성의 최대 이각은 47.8゚여서 수성과 마찬가지로 일몰 전후와 일출 전후에만 볼 수 있다. 『시경(詩經)』「소아(小雅)」에서는 ‘동쪽에 계명(啓明)이 있고, 서쪽에 장경(長庚)이 있다’고 하였는데, 여명(黎明) 때 동쪽에 보이는 금성을 계명성, 황혼(黃昏) 때 서쪽에 보이는 금성을 장경성이라고 따로 부른 것이다. 우리말로는 새벽에 새롭게 나오는 별이라는 뜻에서 ‘샛별’이라고 하는데, 민가에서는 저녁 무렵에 보이는 금성을, 이때가 개밥을 주는 때라 하여 ‘개밥바라기’라 부르기도 하였다. 금성은 밝기가 -3.8~4.6등급으로 매우 밝아 낮에도 볼 수 있을 정도인데, 이 때문에 고대인들은 이를 태백주현(太白晝見)이라 부르며 특이한 천변 현상으로 간주하였다. 금성의 공전주기는 224.70일이며, 회합주기는 583.92일이다.
내용 및 특징
『천문류초(天文類抄)』에서는, 태백성은 흰색의 별빛을 지니고 있으며, 낭성(狼星)보다 크고 또 세성(歲星) 곧 목성(木星)보다도 크다고 하였다. 낭성은 흔히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부르는데,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중에서 가장 밝은, 큰개자리 α별인 시리우스(Sirius, -1.46등성)를 가리킨다. 금성의 별빛이 이보다 밝으므로 더 크다고 한 것인데, 목성보다도 더 크다고 한 것은 전근대 천문학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오행성은 본래 각각 독특한 이름을 지니고 있었는데, 오행 사상이 등장하면서 금(金)·수(水)·목(木)·화(火)·토(土)의 오행을 이름으로 삼게 되었다. 즉 세성(歲星)은 목성(木星)으로, 형혹성(熒惑星)은 화성(火星), 전성(塡星) 또는 진성(鎭星)은 토성(土星)으로, 태백성은 금성, 진성(辰星)은 수성(水星)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오행 사상으로 해석되었기에 금성은 금기(金氣)가 지배하는 행성으로 인식되었고, 그에 따라 금(金)의 방위인 서방(西方)과 금의 계절인 가을[秋]을 담당한다고 여겨졌다.
『천문류초』에서는, 태백성 즉 금성이 ‘방위로는 서방이고 계절로는 가을이며, 오행으로는 금(金)이고 오상(五常)으로는 의(義)이며, 오사(五事)로는 언(言)에 해당한다’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의(義)가 어그러지고 말이 도를 잃으며 가을철에 합당한 추령(秋令)을 거스르고 금기(金氣)를 손상케 하면, 그 징벌이 태백에 나타난다’고 하였다. 여기서, 오상(五常)의 오행론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춘추번로(春秋繁露)』를 지은 동중서(董仲舒)가 정립한 이론인데, 그는 맹자가 내세운 사단(四端) 즉 인(仁)·의(義)·예(禮)·지(智)를 각각 동·서·남·북에 대응시켜, 인은 동방, 의는 서방, 예는 남방, 지는 북방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파악하였다. 또한 여기에 사방의 중심이 되는 중앙을 설정하고 ‘믿을 신(信)’을 새로 추가하여, 오상의 오행우주론을 개진하였다. 조선시대에 한양의 사대문을,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등과 같이 명명한 것과, 뒷날 중앙에 보신각(寶信閣)을 건립한 것은 바로 이러한 오행우주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에 따라 한양은 인왕산, 관악산과 같은 지리적 풍수뿐 아니라 오행성의 천문 우주론적으로도 이상적인 도시가 되었다.
오사론(五事論)은 기자(箕子)의 홍범구주론(洪範九疇論) 중 제2범주로 제시된 것으로, 왕의 행동거지가 모(貌)·언(言)·시(視)·청(聽)·사(思)의 다섯 가지 행동 양식에 부합할 것을 강조한 고대 군주론의 일종이자 재이론(災異論)이었다. 그런데『한서(漢書)』「오행지(五行志)」를 엮은 반고(班固)는 이 오사론을 오행론과 연결 지어 오행 사상의 논리로 전환하였다. 「오행지」에서 입론한 목·화·토·금·수의 오행론이 물리적 자연 변화론이라면, 모·언·시·청·사의 오사론은 정치와 사회 변화를 설명하는 인문적 변화론을 일컫는다. 그에 따라 금성은 왕의 언사(言事)를 담당하는 별로 인식되었다.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의 태백성 조(條)를 보면, ‘태양의 운행을 살펴서 태백성의 위치를 관찰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금성이 태양보다 앞서면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나타나고, 뒤지면 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어서, 금성은 ‘서방과 가을을 맡고, 일간(日干)으로는 경신(庚辛)에 해당하며, 숙살(肅殺)을 주관한다’고 서술하였다. 이미 천간(天干)의 성격을 각각 오행론으로 환원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경일(庚日)과 신일(辛日)은 금성이 지배하는 날이어서 금기(金氣)가 강하게 작용하며, 금성은 가을의 기운이므로 풀이나 나무를 말려 죽이는 숙살의 기운이 나온다고 본 것이다. 또한 금성이 ‘28사(舍)를 모두 출입하여 운행하는 데 240일이 걸린다’고 하였는데, 금성의 공전주기인 224.70일에 근사한 값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금성이 출입하는 운행 방식을 관찰하여, ‘동방으로 들면 11사(舍)를 130일간 복행(伏行)하며, 서방으로 들면 3사를 16일간 복행하였다가 나온다. 만약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고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않으면 숙사(宿舍)를 잃은 것이어서, 파군(破軍)이 있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의 왕위를 찬탈하는 변고가 있다’고 하였다.
『천문류초』는 금성의 점성(占星)에 대하여, ‘군병(軍兵)의 상징이니, 금성의 진퇴로써 군대의 조짐을 점후하며, 그 운행에 높고 낮음과 늦고 빠름과 고요하고 조급함과 나타나고 잠복함 등을 그대로 본떠서 군사를 사용하면 모두 길하게 된다. 서방에 나와서 행도를 잃으면 이적(夷狄)들이 패하고, 동방에 나와서 행도를 잃으면 중국(中國)이 패배한다’고 서술하였다. 또 금성이 ‘한낮에 나타나 해와 맞서듯 경천(經天)하면 천하에 혁명이 일어나 왕이 바뀐다. 태백주현 곧 낮에 나타나 해와 밝음을 다투면, 강한 나라는 약해지고 작은 나라는 강해지며, 여주(女主)가 번창한다’고 하였으며, 오행성 사이에서 ‘세성과 서로 간범(干犯)하면 병사들이 패하여 영토를 잃게 되고, 형혹성을 범하면 손님이 패하고 주인이 이기며, 토성을 범하면 태자가 불안하고 영토를 잃게 되며, 수성을 범하면 병란이 있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금성 곧 태백성이 각성(角星)을 범하였다거나 심성(心星)을 범하였다는 등의 능범(凌犯) 기사와, 태백성이 낮에 보였다는 태백주현(太白晝見) 관련 기사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동사강목(東史綱目)』 공민왕 19년 12월 조에는, 태양에 흑자(黑子)가 보이고 태백이 주현(晝見)하기에 일관(日官)이 기양(祈禳)할 것을 주청하자, 왕이 ‘해의 흑점은 허물이 과인에게 있으니 신(神)에게 기양하지 말고, 태백성 주현에 대해서는 그 응함이 경상(卿相)에게 있으니 기양토록 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태양은 왕을 상징하므로 태양에 흑자가 나타난 것은 자신에게 허물이 있기 때문이지만, 태백주현은 신하가 왕을 능멸하는 조짐이므로 그 허물이 경상(卿相)을 비롯한 신하들에게 있다고 말한 것이다.
참고문헌
- 『사기(史記)』
- 『한서(漢書)』
- 『여씨춘추(呂氏春秋)』
- 『회남자(淮南子)』
- 『삼국사기(三國史記)』
- 『천문류초(天文類抄)』
-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07.
- 김일권,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 고즈윈,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