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성(畢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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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별자리인 28수(宿) 가운데 19번째 별자리[宿].

개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28수가 방위에 따라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여겼다. 필성(畢星)은 그중에서 서방 백호(白虎)를 이루는 일곱 별자리 가운데 다섯째 별자리이다. 필성은 서양 별자리로는 황소자리의 알데바란(Aldebaran)을 포함하여 히아데스성단을 구성하는 주요 별들을 Y자 모양으로 구성한 별자리이다.

내용 및 특징

밤하늘에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붙박이별[恒星]들과 그 붙박이별을 배경으로 늘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 등의 태양계 천체들이 있다. 이들 태양계 천체들은 밤하늘에서 주로 황도(黃道)를 따라 운행한다. 그래서 태양계 천체들의 위치를 기술할 때 황도 주위에 별자리들을 정해두고 그 별자리들에 대한 상대 위치로 기술하면 편리하다. 이와 같은 동기로 서양 천문학에서는 황도 12궁을 지정하였고, 중국에서는 28수를 지정하였다.

중국 천문학에서는 왜 28개의 별자리를 정하였는지에 대해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그중 유력한 설은, 달의 운행 주기인 항성월을 기준으로 했다는 설이다. 1항성월은 약 27.32일이기 때문에, 황도 주변에 27개나 28개의 별자리를 정해두면 매일 변하는 달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천문학에서는 28수를 이루는 28개의 별자리들은 각 계절별로 7개씩 나누었다. 그리고 이들은 신령한 동물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주로 봄과 초여름 밤에 보이는 각(角)·항(亢)·저(氐)·방(房)·심(心)·미(尾)·기(箕)는 청룡(靑龍)의 모습을 이루고 있고, 여름과 가을철에 보이는 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은 현무(玄武)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가을과 겨울에 보이는 규(奎)·누(婁)·위(胃)·묘(昴)·필(畢)·자(觜)·삼(參)은 백호의 모습을 이루고 있고, 겨울에 보이는 정(井)·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은 주작(朱雀)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필성의 보관부좌(輔官附座)로는 부이(附耳)가 있다. 필성에서 가장 밝은 별은 필대성(畢大星)이라 부르는데, 이 별은 현대 천문학에서는 황소자리 으뜸별인 ‘α Tau(알파 황소자리)’이며, 서양식 이름은 알데바란이다. 이 별은 밤하늘의 16개 1등성 가운데 하나인 데다가 황도가 이 별자리의 바로 위를 지나기 때문에 예로부터 천문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필성은 Y자 모양으로 생겼는데, 이것을 중국에서는 토끼를 잡을 때 쓰는 긴 자루가 달린 그물이라고 생각했다. 자루 부분은 ‘λ Tau(람다 황소자리)’이고, 자루의 목 부분은 ‘γ Tau(감마 황소자리)’라는 별이다. 황소자리의 ε(엡실론)·δ3(델타3)·δ1(델타1) 별들과 α(알파)·θ1(세타1)·71의 별들이 양쪽 가지를 구성한다. 고문헌에서는 이 가지를 흔히 ‘끝[股]’이라고 표현한다. ‘σ2 Tau(시그마2 황소자리)’는 부이라는 이름의 별자리로서 필성에 붙어 있는 보관부좌 별자리이다.

조선시대의 천문학자들은 별점을 칠 때 일반적으로 『천문류초(天文類抄)』를 참고하였다. 이 『천문류초』의 원전은 송(宋)나라의 정초(鄭樵)가 편찬한 『통지(通志)』「천문략(天文略)」이다.

『통지』「천문략」에서는 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필성은 변방의 군대와 사냥을 주관한다. 필대성은 천고(天高) 또는 변장(邊將)이라고 부르는데, 사방의 오랑캐[四夷]의 지위이다. 별이 밝고 크면 곧 멀리 있는 오랑캐가 와서 조공을 바치고 천하(天下)가 편안할 것이다. 별들이 빛깔을 잃으면 변방의 장수가 병란을 일으키며, 한 별이 사라지면 전쟁으로 인한 상사(喪事)가 난다. 별들이 동요하면 변방의 성(城)에서 군사들이 일어나고 참소하는 신하[讒臣]가 있으며, 별들이 떨어지거나 이동하면 천하의 옥사가 어지러워지고, 별들이 모이면 법력이 가혹할 것이다. 감덕(甘德)이 말하기를 ‘필성은 거리를 주관하고, 구름 끼고 비 오는 것을 주관하니 하늘의 우사(雨師)이다. 그러므로 별들이 밝으면서 이동하면 장마와 홍수가 나고 거리는 옹색해진다.’ 하였다. 장형(張衡)이 말하기를 ‘필성은 천마(天馬)이니, 일설에는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면 변방의 군대에게 흉하여 장수가 쇠약해진다. 목성이 필성을 침범하면 전공[軍功]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

1등성인 필대성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므로, 『송사(宋史)』「천문지(天文志)」에서 필대성과 관련된 별점을 특별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달이 필대성을 침범하면 하극상이 일어나고, 대장(大將)이 죽고, 북쪽에 있는 나라들[陰國]에 우환이 생긴다.” 이와 같이 필대성의 변화는 상당히 중대한 사태를 예언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에도 달이 필대성에 접근하는 현상이 여럿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달이 필대성을 가렸다는 기록이 있다(『태종실록』 3년 8월 20일). 이 기사에 바로 이어서 침범함[犯], 들어감[入], 가림[掩], 지킴[守]과 같은 천문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 설명에 따르면, 달이 별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침범한다[犯]고 하고, 달이 별의 앞을 막으면[遮] 그것을 가린다[掩]고 하며, 별이 달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면 들어갔다[入]고 하고, 별이 달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있으면 그것을 지킨다[守]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필성’으로 표현된 기록이 일반적인데, 예를 들어, 달이 필성을 침범하였다는 기록이 있다(『태종실록』 2년 6월 23일). 이날은 양력으로는 1402년 7월 23일인데, 천문 계산을 해보면 이날 달이 실제로 필성의 별들 사이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필대성과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필수’로 쓰인 예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달이 필수의 왼쪽 끝의 첫 번째 별을 범하였다는 기록이 있다(『숙종실록』 8년 3월 4일). 실제로 천문 계산을 해보면, 1682년 4월 11일 20시 무렵에 달이 필대성을 가렸다. 따라서 필성의 왼쪽 끝[左股]은 알데바란이 속한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통지(通志)』 「천문략(天文略)」
  • 『송사(宋史)』 「천문지(天文志)」
  • 『천문류초(天文類抄)』
  • 안상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우리 별자리』, 현암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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