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停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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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에 정부가 환곡을 거두는 것을 중지하는 조치.

내용

흉년에 환곡을 거두기 힘들어지면 정퇴(停退)라 하여 정봉하거나 퇴한(退限)하는 조치가 따랐다. 이는 거두기를 중지하도록 하거나 혹은 기한을 늦추어 주는 조치였다. 첫해에 정봉하였다가 다음 해에 다시 거둘 수 없게 된 것을 정봉하는 예도 있으며, 한 해를 더 연장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은 정봉하는 기한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명칭이 달라졌다. 정봉이 다음 해까지 미치면 잉정(仍停)이라 하였으며, 그다음 해까지 미치면 구환(舊還)이라 하였다.

매년 가을이 되면 조정은 각 도의 농사의 풍흉을 살피고, 연분에 따라 거두는 비율을 정하였다. 이때 주된 정퇴의 대상은 호조원회곡(戶曹元會穀), 상진곡(常賑穀), 비변사(備邊司)에서 관리하는 곡물인 삼사곡(三司穀)이었다. 이들 곡물 외에 모곡(耗糓)을 취하여 사용하는 각사(各司)·각영(各營)의 곡물에 대해서는 모두 정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로써 삼사곡은 점차 줄어들었다.

국가의 경사와 관련된 일이 있게 되면 정봉하는 조치에 머물지 않고, 환곡의 일정 비율 혹은 구체적인 양을 정하여 은택을 베푸는 차원에서 탕감(蕩減)하는 조치가 따를 때도 있었다. 또 재해가 심한 연도에 넉넉하게 구휼하거나 왕명으로 환곡의 일부가 탕감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결과적으로 환곡의 축소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정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크게 흉년이 들지 않았을 때에는 대봉(代捧)을 시행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용례

敎曰 今年諸道年事 雖有淺深之別 俱未免歉荒 撫摩之責 專委道臣·守令 而自朝家亦豈可恝視乎 新還係是嗣歲種糧 不可輕易擬議 惟是舊還 足可闊狹 嶺南·關西 先已停免 諸道舊還 亦皆停捧 (『정조실록』 5년 9월 29일)

참고문헌

  •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 『국조보감(國朝寶鑑)』
  • 『홍재전서(弘齋全書)』
  • 『만기요람(萬機要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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