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領議政)

조선시대 최고 정치기구인 정1품 아문 의정부의 장관.

개설

영의정(領議政)은 1401년(태종 1)부터 1894년(고종 31)까지 조선시대 최고의 정치기구로 존속한 의정부의 장관이었다. 품계는 정1품 대광보국숭록대부이고 정원은 1명이었으며, 좌의정, 우의정과 더불어 삼공(三公) 또는 대신(大臣)·상신(相臣)으로 불렸다. 영의정은 조선전기에는 국정 운영을 주도하거나 국정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최고 관직자로서의 명실상부한 명성과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조선후기에는 비변사(備邊司)의 대두, 당쟁과 세도정치의 전개, 의정부의 기능 약화 등으로 인해 본직인 영의정으로서보다는 겸직인 비변사 도제조(都提調)로서 최고 관직자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성분과 기능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 의정부의 기능을 “백관을 통솔하고 서정을 고르게 하며, 음양을 다스리고 나라를 경륜한다[總百官 平庶政 理陰陽 經邦國].”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영의정은 조선시대의 최고 관직자이자 의정부의 장관으로서 국정을 운영하였다. 그런 까닭에 가문이 훌륭하고 인품·학식·경륜이 탁월하며 왕의 신임이 깊은 인물 가운데서 좌의정이나 좌의정 이하를 역임한 원로대신을 선발하여, 사망하거나 치사(致仕)하기까지 재직하게 하였다.

영의정은 좌의정, 우의정과 더불어 의정부의 장관으로서, 당상관인 종1품 좌·우찬성(左·右贊成) 각 1명과 정2품 좌·우참찬(左·右參贊) 각 1명의 보좌를 받고, 당하관으로서 사무를 관장한 정4품 사인(舍人) 2명, 정5품 검상(檢詳) 1명을 지휘하여 의정부에 부여된 정사 운영을 주관하였다. 또한 육조를 지휘하면서 국정 운영을 주도하거나, 국정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런데 영의정이 의정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부터 컸던 것은 아니다. 1436년(세종 18) 4월에 황희(黃喜)가 영의정의 전신(前身)인 영의정부사(領議政府事)에 제수되기 전까지는, 좌의정과 우의정만 서사(署事)에 참여하였다. 또 좌의정과 우의정이 각각 판이조사(判吏曹事)와 판병조사(判兵曹事)를 겸대하면서 이조(吏曹) 판서(判書)와 병조(兵曹) 판서의 상관으로서 이조와 병조를 지휘하는 등, 의정부는 좌의정과 우의정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영의정은 외교문서의 고열(考閱)이나 사형수를 재심(再審)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1436년 이후 세종은 건강상 친히 국정을 총람하기가 어려워지자, 육조가 중심이 된 국정 운영 체계 곧 육조직계제(六曹直啓制)를 의정부가 중심이 되는 의정부서사제(議政府署事制)로 전환하였다. 즉 육조가 모든 정무를 왕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처리하는 체제에서, 육조가 정사를 의정부에 품의하면 의정부가 이를 심의하여 왕에게 보고하고 다시 의정부가 왕의 지시를 받아 육조에 명을 하달하여 시행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그에 따라 의정부의 기능이 크게 강화되었고, 영의정부사는 새로이 서사에 참여하면서 좌의정과 우의정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의정부의 장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영의정이 의정부에서 차지한 지위는 의정부가 존속되는 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의정부 직장(職掌)과 관련된 최고 관직자로서의 기능 발휘는 왕권의 강약과 왕의 국정 운영 방침, 의정부 기능, 비변사의 운영, 권신의 대두 등과 관련되어 조선전기에는 강력하거나 정치 운영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나, 조선후기에는 법제적으로 규정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관직적 지위는 의정부 기능 등과 관련되어 조선전기는 의정부 장관으로서 최고 관직의 지위를 누렸고, 조선후기에는 의정부 장관보다는 겸직인 비변사 도제조로서 발휘한 기능을 토대로 최고 관직의 지위를 누렸다.

한편 영의정은 각종 겸직을 통하여 겸대한 관서의 인사와 정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영의정이 겸임한 관직에는 당연직[例兼職]인 경연(經筵)·춘추관(春秋館)·관상감(觀象監)의 영사(領事), 승문원(承文院)·비변사·제언사(堤堰司)의 도제조,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의 사(師)와 수시로 겸대한 판이조사(判吏曹事), 원상(院相), 홍문관(弘文館)·예문관(藝文館)의 영사, 도체찰사(都體察使), 국장도감(國葬都監)의 도제조 등이 있었다.

조선시대 영의정은 초기에는 주로 왕명에 의해 선발되었으나, 15세기 후반 이후에는 매복(枚卜) 또는 복상(卜相)의 절차가 관행화되며, 이 두 가지 방식에 의해 임명되었다. 매복 또는 복상은 복상단자(卜相單子)를 들여 그중에서 낙점하는 방식이다. 조선시대에 영의정을 비롯하여 그 전신인 판문하(判門下), 영의정부사 등을 역임한 사람은 총 170여 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30여 명이 5년 이상 장기간 재직하거나 명성을 떨치면서 왕권과 정치를 안정시키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변천

1400년(정종 2) 4월에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를 의정부로 개편할 때, 의정부를 구성한 정1품 판문하부사(判門下府事)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401년(태종 1) 7월에 의정부를 의정부·삼사와 예문춘추관(藝文春秋館)·삼군부(三軍府) 1~2품직의 합좌(合坐) 기구에서 독립된 기관으로 개편할 때, 판문하부사를 영의정부사로 개칭하면서 정착되었다. 이어 영의정부사와 더불어 삼공으로 불리던 의정부의 좌정승과 우정승은 판부사(判府事)를 거쳐 1414년(태종 14) 6월에 각각 좌의정과 우의정으로 정립되었다. 그런데 영의정부사는 이들과 달리 1466년(세조 12) 1월에서야 대대적인 관제 정비에 따라 영의정으로 개정되었다. 이 관제는 『경국대전』을 통해 법제화되었다.

이후 조선후기까지 그대로 계승되다가 1894년 갑오개혁의 과정에서 근대식 관제 개혁의 일환으로 중앙 관서를 크게 의정부와 궁내부(宮內府)·원수부(元帥府)로 개편할 때, 좌의정·우의정과 더불어 의정부의 장관인 총리대신(摠理大臣)으로 개칭되면서 소멸하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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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대전(續大典)』
• 『대전회통(大典會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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