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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약수로 즐기던 무등산 삼짇날

이야기

삼짇날이 되면 무등산에서는 특별한 세시 풍속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관부화전놀이이다. 이 놀이는 전라남도 관찰사가 주관하여 인근 수령들과 백성들이 함께 참여한 대규모 행사로, 동원에서 출발해 증심사, 중머리재, 장불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행렬이 나팔과 징, 고동 소리에 맞춰 이어졌다. 정상에서는 차일을 치고 화전을 부치며 잔치를 베풀었고, 군주를 기리는 망상(望床)을 비롯해 다양한 연상이 차려졌다. 또한 검무, 승무, 살풀이, 광대 기예 등 호남의 가무악이 어우러져 종합예술적 성격을 띠었으며, 해질 무렵에는 증심사로 내려와 초롱불을 밝히고 화전가를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풍속은 규방가사에도 남아 당시 여성들의 정서와 놀이문화를 엿보게 한다.

이와 함께 삼짇날에는 무등산 약수찜도 행해졌다. 약수찜터에서 약초를 넣은 물로 찜질을 하며, 허약하거나 피부병이 있는 이들이 삼재(三災)를 막고 한 해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는 단순한 건강 요법이 아니라 삼월 삼짇날의 양기가 충만한 시기를 활용한 주술적 의례이자 공동체적 치유 행위로 여겨졌다.

오늘날 무등산의 화전놀이는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에 선정되어 전승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무등산 삼짇날의 풍속은 단순한 유흥을 넘어 예술·민간 신앙이 결합된 공동체적 문화였으며, 광주의 역사적·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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