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 달아 밝은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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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Y22KU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6월 26일 (일) 19:59 판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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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포스터


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주요 인물과 개안을 위한 인신공양이라는 기본 모티프만 차용했을 뿐, 작품의 구성과 결말에 있어서는 상당히 변용된 작품이다.[1] 최인훈은 유교적인 가부장제 속에서 맹목적인 헌신과 희생을 보여줬던 ‘심청’에게 하사된 ‘효녀’라는 전통적인 표상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였다.[2] 작품에서 재현된 심청의 여성성과 그 근대적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내용

줄거리

공양미.jpg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심청전의 앞부분인 곽씨 부인의 죽음, 심봉사의 젖동냥과 어린 심청이 심봉사를 봉양하는 부분은 생략되고, 심봉사가 물에 빠져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악몽을 꾸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3]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No. 내용

심봉사는 꿈속에서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저승사자를 만난다.

심봉사는 심청에게 삼백석을 시주하기로 한 사연을 말하고 구할 방법이 없음에 낙담한다.

정한수를 떠 놓고 비는 심청을 보고 뺑덕어미가 배꾼들을 소개한다.

심봉사와 뺑덕이는 색주가를 차리기 위해 도화동을 떠난다.

중국 색주가 용궁에서 심청은 손님에게 몸을 파는 창녀가 된다.

심청은 김서방을 만나 몸값을 치르고 고향 가는 배를 탄다.

해적에게 붙잡혀 성적 유린과 노동에 시달린다.

해적들이 전쟁터로 나가고 심청은 조선으로 돌아와 이순신을 만난다.

늙고 눈먼 심청은 김서방과 아버지를 기다린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서는 심청의 성적 수난사를 중심으로 심청이 겪는 수난과 희생이 나타난다.[4]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청나라 유곽으로 팔려가 수많은 용으로 상징되는 남성들에게 성적 유린을 당하고 중국인 매파에게 돈을 벌어준다.[5]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해적선에 붙잡혀 일본 해적들에게 성노동과 폭행, 가사노동에 시달린다.[6] 늙고 눈이 먼 심청은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땅으로 돌아와 김서방과 아버지를 기다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여성성 재현

물화되고 식민화된 성적 대상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신식민 공간에서 여성 몸의 정치와 관련해서 심청의 성노동이 재현되어 있다.[7] 이때 심청은 물화된 하나의 오브제로 기능한다.[8] 아래의 지시문들은 심청이 중국 사창가 청루와 일본 해적 소굴에서 성적 노리개로 전락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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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가는 손님/ 손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창문 가득히/ 비쳐나는/ 용의 그림자/ 비바람 소리/ 스산해지는 물결/ 번개가 치고/ 바닷물을 뒤집으며/ 내닫는 용/ 천둥/ 꿈틀거리면서/ 솟아오르고/ 으르렁거리며/ 뿔을 흔들어/ 아가리를 벌리며/ 헐떡이는/ 용의 그림자/ 차츰/ 잦아드는/물소리/ 마침내/멎어가는/ 비바람 천둥/사라져가는 용/긴, 오랜/ 사람이 죽었다/ 깨어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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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中[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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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움직임/ 소리 / 빛이 / 사라지고/ 캄캄해지는/ 무대/ 아득히/ 바닷물이/ 철썩/ 철썩/ 파도치는/ 소리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나오는/ 심청의/깊은/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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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中[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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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 큰 부엌/ 심청/ 누더기를 걸치고/ 맨발로/ 절구를 찧고 있다/ 해적4, 지나가다가/ 심청의 손목을 /잡아,/ 부엌간으로/ 들어간다/ 부엌 창호지에 / 비치는 그림자/ 큰 용의 그림자 (......)
누워있는 심청 / 이때 심청은/ 인형을 쓴다/ 해적 인형을 발로 / 걷어차고/ 일어선다/ 인형,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떨어진다/ 해적, 문을 열고 나와/ 가던 쪽으로 사라진다/ 인형 일어선다/ 문을 열고/ 심청/ 흩어진 머리/ 풀어진 옷매무새를 한 채/ 걸어나와/ 절구로 가서 /찧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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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中[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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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빨래를 / 하고 있다/ 다른 해적이/ 지나가다가/ 흘긋/ 심청을 쳐다보고는/ 허리를 안고/ 부엌간으로/ 들어간다 (.........)
심청을 걷어찬다/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인형 (......)
풀어진 머리/ 흩어진 매무새에/ 아랑곳없이/ 걸어나와/ 빨래하던 데로 와서/ 집어들고 / 빨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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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中[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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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때고 있는/ 심청/ 누더기에/ 맨발 / 해적 지나가다가/ 잠깐/ 망설인 끝에/ 심청의 / 머리채를/ 끌고/ 부엌간으로/ 들어간다 (........)
누워 있는 인형/ 인형의 팔은/ 뻐뻣하게 위로 올려져 있고/ 일어서면서/ 인형을 걷어차는/ 해적/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인형 (........)
심청/ 흐트러진/ 매무새대로/ 아궁이로 와서/ 나무를 지피는/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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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中[14]


이 작품에서 심청은 조선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에 시달림을 받던 때의 성적 피해자라 할 수 있다.[15] 심청은 신식민지의 젠더화된 하위주체이며 제국주의와 가부장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삼중의 억압을 당하는 하위주체인 것이다.[16] 이러한 상징성은 심청을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일본군의 위안부들과 6.25전쟁 이후 미군 기지촌을 중심으로 미군에게 몸을 판 양공주들, 그리고 1970년대 경제개발 시대에 일본인의 기생 관광을 위해 몸을 팔아 애국행위를 한 여성들과 동일선상에 위치시킨다.[17]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공식적인 담론의 장에서 목소리를 갖지 못한 비가시적인 존재였던 하위주체 여성과 그의 체험을 무대 위에 가시화함으로써 성정치적인 의미를 획득해냈다.[18] 특히 한국 사회의 신식민지적 상태를 유비하는 동아시아의 전쟁이라는 국제적인 맥락 속에 있는 ‘창녀’이자 ‘피난민’인 하위주체 여성을 내세움으로써, 성관계처럼 사적 행위로 여겨지는 것들,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층에 있는 개인의 삶과 같은 것이 신식민지와 같은 국제 정치 문제의 차원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19]

숭고한 정신성

앞서 살펴본 심청의 상품화된 육체, 즉 여성의 몸에 가해진 훼손과 폭력을 극복 혹은 초월할 수 있는 것으로 여성의 숭고한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20] '용'과 '해적'으로 상징되는 남성들은 관능적이며 육체적인 속성을 지닌 반면, 그들의 육체적 폭력과 성적 착취를 온몸으로 견뎌낸 심청이 시종일관 재현하는 것은 부모에 대한 효심과 김서방에 대한 애틋하고도 숭고한 사랑에 대한 열정이다.[21] 이는 근대의 세속적 삶과 남성의 육체적 욕망을 초월하는 여성의 숭고한 정신성을 의미한다.[22] 이러한 여성의 표상은 직접적으로 여성성을 새로이 구성하는 기능을 담당한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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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왕자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졸라도 나는 말을 듣지 않았어.
아이들: 왜?
심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깐.
아이들: 그게 누군데?
심청: 우리 님이지
심청: 내가 우니깐 우리 서방님이 나더러 아버지한테 가보라고 했지 그러면 자기가 뒤따라와서 아버님 모시고 천년만년 살자고
심청: 마지막에는 왕자님들두 내가 기특하다구 큰 배를 내어 나를 태우고 여기 도화동까지 나를 실어다 주었지
심청: 우리 아버지하고 우리 서방님하고 같이 올 거야. 그래서 난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아이들: 기다리면 오는 거야?
심청: (힘 있게) 암/ 오구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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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中[24]


심청이 자신의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효와 사랑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미래에의 희망에서였다.[25] 끝없이 반복되는 지옥과도 같은 육체적 수난 속에서도 속악한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불변적이며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져버리지 않는 심청의 모습은 일면 그녀를 고귀하며 신성한 존재로 상승시킨다.[26] 그러나 그녀가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효와 진정한 사랑이라는 유교적 이념은 결과적으로 그녀를 더욱 불행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27] 결론적으로, 심청을 통해 재현된 두 가지 여성성은 사회 전체에 만연한 자본주의적, 남성 중심적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드러냄과 동시에 근대화 과정 속에서 파급된 한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28]

참고문헌

저서

  •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논문

주석

  1.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45쪽.
  2.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49쪽.
  3.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4~65쪽.
  4.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5쪽.
  5.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5쪽.
  6.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5쪽.
  7.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5쪽.
  8.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5쪽.
  9.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72쪽.
  10.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366~367쪽.
  11.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372쪽.
  12.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384쪽.
  13.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386쪽.
  14.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388쪽.
  15.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53쪽.
  16. 박경단, 「최인훈 희곡의 여성 재현 연구」, 동신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65쪽.
  17.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53쪽.
  18. 조서연, 「무대 위 심청의 몸과 신식민지의 성정치 - 최인훈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중심으로」, 『한국극예술연구』47, 한국극예술학회, 2015, 189쪽.
  19. 조서연, 「무대 위 심청의 몸과 신식민지의 성정치 - 최인훈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중심으로」, 『한국극예술연구』47, 한국극예술학회, 2015, 189쪽.
  20.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0쪽.
  21.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5쪽.
  22.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5쪽.
  23.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5쪽.
  24. 최인훈,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문학과지성사, 2015.
  25.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0쪽.
  26.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0쪽.
  27.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3~464쪽.
  28. 유정숙,「최인훈의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구 -여성성의 재현과 그 의미를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27, 우리어문학회, 2006, 4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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