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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침묵으로 애도할 수는 없습니다
| <강요된 침묵으로 애도할 수는 없습니다>
- 우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함께 질문하며 슬퍼하고 분노할 권리가 있습니다 먼저 이번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과 다치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특히, 우리와 함께 공부하던 고대 학우분들의 유족과 친구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토요일 밤 이후 모두들 마음 한 켠이 텅 빈 채로 지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정말로 막을 수 없었던 ‘사고’였는지 답해지지 않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가가 그토록 강조하는 애도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침울한 분위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밤잠 설치고 있지 않습니까. 참사의 충격이 한 차례 지난 뒤, 이번 참사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들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이들이 사고 전에 무책임했기에 벌어진 인재임이 드러났습니다. 너무나 뻔뻔하게도 책임자들은 사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책임을 부정하고 단순한 사고로 이를 치부하며 애도라는 이름으로 침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는 맞닥뜨린 충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이지, 할 말도 하지 말아야 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애도는 내가 아끼던 무언가의 상실이라는 상황을 마주할 때 이를 내 마음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그 전제로서 내가 맞닥뜨린 상실에 대한 이해와 납득이 수반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진심으로 애도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합당한 답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왜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79건이나 접수되었지만 경찰은 제때 출동하여 현장 상황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반복되는 급박한 112 신고에 대응할 경찰력이 정말로 4시간동안이나 없었습니까? 경찰은 우리의 다른 일상은 과연 잘 지킬 수 있습니까?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각각 무엇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정말 경찰들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막지 못할 ‘사고’였습니까? 참사 사흘만에 떠밀려서 나온 진정성 없는 사과와 꼬리자르기로 책임이 가려지지는 않습니다. 왜 이번 참사를 ‘사고’라고 부르라고 하는지,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부르라고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희생자들의 죽음에 책임을 그렇게도 지기 싫은 것입니까?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156명이 정말로 아무 이유없이 그냥 죽은 것입니까? 왜 경찰청은 이번 참사를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대형 이슈’, ‘정부 부담 요인’이라고 규정하는 내부 사찰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보다 정권의 안위가 더 급했던 것입니까? 겉으로는 ‘침묵과 애도’를 강요하며 정작 물밑에서는 시민들을 정치꾼으로 갈라치며 정쟁을 부추기는 건 과연 누구입니까? 이 대자보는 이번 참사에 대한 저의 애도입니다. 동시에, 지금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모든 질문과 울분들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침묵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대한 거부입니다. 11월 5일까지의 국가애도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우리의 애도가 끝나는 것도 아니며, 그 전까지 침묵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참사가 또 다시 드러내는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며 함께 눈물 흘리고 더욱 안전한 사회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내일은 더욱 안전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철학 18 임현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