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악(女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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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연향에 동원되어 기악·노래·춤을 연행했던 여성 예능인 또는 그녀들이 연행했던 재예(才藝).

개설

여악(女樂)은 궁중과 지방 관청의 연회에서 기악[樂]·노래[歌]·춤[舞]을 공연하여 잔치의 흥겨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던 관기(官妓)이다. 흔히 여기(女妓)라고 부른다. 한편으로 그녀들의 공연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연원 및 변천

여악은 경기 지역과 기타 지방에 각각 소속되어 있었다. 이러한 틀은 고려시대로부터 전래되었다. 즉 조선의 관기 제도는 고려에서 전해진 것이다. 그녀들은 평생 관에 예속되어 기예(技藝)를 펼치며 살았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전문성을 지닌 여성 예술가로 평가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사회적 위상이 높지 않았다.

그중 미모와 재능이 뛰어난 이는 종친(宗親)의 첩이 되기도 하였다. 드물지만 궁중 연향에서 탁월한 예술적 기량을 보인 경우 면천(免賤)되는 특별 보상이 제공되기도 하였다.

한편 조선후기에는 여악의 인원이 부족한 경우 혜민서(惠民署), 내의원(內醫院), 제생원(濟生院) 소속의 의녀(醫女)상의원(尙衣院)의 침선비에게 춤을 가르쳐 임시로 여악의 기능을 맡기기도 하였다.

궁중 연향에서 활약했던 여악의 이름과 그녀들이 공연했던 기악·노래·춤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궁중 연향의 전모를 기록한 여러 의궤(儀軌)에 기록되어 있다.

궁중과 지방의 연회에 동원되던 여악은 갑오개혁 때에 이르러 제도적으로 신분이 해방되었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대한제국기까지 궁중 연향에 동원되었으며, 서양에서 온 외교관을 위해 설행하는 근대식 연회에서 정재를 연행하기도 하였다. 특히 여악이 추는 검무(劍舞)는 서양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절차 및 내용

경기(京妓)향기(鄕妓)로 구성되었던 여기들은 궁중에 연향이 설행될 경우에만 서울로 올라와 지내면서 평소에 익혔던 기악·노래·춤을 장악원(掌樂院)에서 재교육받은 후 궁중에 투입되었다. 주로 자질과 특기가 뛰어난 이들이 선발되어 궁중 연향의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그녀들의 장기(長技)는 정재(呈才)였다. 조선시대 궁중 연향에 선보인 정재 종목은 3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했는데 바로 그 춤을 여악, 즉 여기들이 연행하였다. 미색이 수려한 여악들은 신하들과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여, 여악 폐지론이 조선시대에 빈번하게 거론되었다. 그러므로 이들을 주로 궁중 여인들이 참석했던 내연(內宴)에서 공연하게 하였다.

여악이 공연했던 궁중 정재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종목은 무고(舞鼓)·선유락(船遊樂)·포구락(抛毬樂)이었다. 또한 여기들이 지방에서 특화한 정재가 궁중으로 유입되기도 하였는데 그 예로 검무(劍舞)를 꼽을 수 있다. 즉 여악은 중앙과 지방의 공연문화를 연결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며, 대한제국기에 서양인들에게 한국의 궁중 정재를 통해 문화 외교를 수행했던 장본인이었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 『기안(妓案)』
  • 『악학궤범(樂學軌範)』
  •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 『순조무자진작의궤(純祖戊子進爵儀軌)』
  • 『순조기축진찬의궤(純祖己丑進饌儀軌)』
  • 『헌종무신진찬의궤(憲宗戊申進饌儀軌)』
  • 『교방가요(敎坊歌謠)』
  • 『고종정축진연의궤(高宗丁丑進宴儀軌)』
  • 『고종정해진찬의궤(高宗丁亥進饌儀軌)』
  • 『고종임진진찬의궤(高宗壬辰進饌儀軌)』
  • 『고종신축진찬의궤(高宗辛丑進饌儀軌)』
  • 『고종신축진연의궤(高宗辛丑進宴儀軌)』
  • 『고종임인진연의궤(高宗壬寅進宴儀軌)』
  • 국립고궁박물관,『조선 궁중의 잔치, 연향』, 글항아리, 2013.
  • 김종수, 『조선시대 궁중연향과 여악연구』, 민속원, 2001.
  • 이재숙, 『조선조 궁중의례와 음악』,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8.
  • 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후기 궁중연향문화』 1~3, 민속원, 2005.
  • 권도희, 「20세기 기생의 음악사회사적 연구」, 『한국음악연구』 29집 , 한국국악학회, 2001.
  • 이정희, 「개항기 근대식 궁정연회의 성립과 공연문화사적 의의」,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0.
  • 조경아, 「조선후기 의궤를 통해 본 정재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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