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先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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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최초 저자로 알려진 복희(伏羲)가 제시한 역의 원리.

개설

복희에 의해 제시된 원초적인 역의 원리를 선천(先天)이라 하고, 문왕과 공자에 의해 발전되고 부연된 역의 원리를 후천(後天)이라 한다. 이 용어를 사용한 학자는 북송시대의 소옹(邵雍)으로 선천역(先天易)이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그가 『주역』의 「계사하(繫辭下)」에 복희가 맨 처음 팔괘(八卦)를 만들었다고 한 것에 의거해서 복희에게 의탁한 것이다. 선천은 역의 본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으며, 후천역이 역의 현상적 측면을 뜻하는 것과 구별된다. 이후 선천은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상태, 후천은 현실적이고 불안정하여 갈등하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선천은 당 예종의 연호로도 사용되었다.

내용 및 특징

선천이라는 말은 건괘(乾卦)의 「문언전(文言傳)」에서 대인(大人)의 덕을 말하면서 "하늘보다 먼저 이루어졌으되 하늘이 위배하지 않는다[先天而天弗違]"고 한 말에서 유래한다. 소옹의 역학은 본래 송(宋) 초기의 도사(道士)인 진단(陳摶)에서 유래하는데, 소옹은 진단의 학통을 이어받은 이지재(李之才)를 통해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진단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하는 선천의 도식과 소옹 자신이 창안한 도식은 없어져 현재 전해지지 않으며 소옹의 저서인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성리대전(性理大全)』이나 『송원학안(宋元學案)』에 등장하는 선천의 도식은 후인들이 복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도식은 세계의 전개 과정을 시간적·공간적으로 상징화해서 자연과 인사(人事)의 변화를 추측하려는 것이다. 그 근거는 「계사전」에 나오는 태극(太極)에서부터 팔괘(八卦)에 이르는 생성론에서 출발해서, 한(漢)나라에서 송나라 때까지의 역학에서 정립된 상수론(象數論)·천문역수(天文曆數)에 관한 관점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진(東晉)의 간보(干寶)는 『주례(周禮)』「태복(太蔔)」의 ‘장삼역지법(掌三易之法)’에 대한 주석에서, "복희의 역은 소규모로 완성되어 선천이 되고, 신농의 역은 중간의 규모로 완성되어 중천(中天)이 되며, 황제의 역은 크게 완성되어 후천이 된다."고 하였는데, 이 글이 명나라 양신(楊愼)의 『단연속록(丹鉛續錄)』에 보인다. 양신은 소옹이 이 글에서 ‘선천’이란 용어를 구상하였을 것으로 추론하였다. 이후 주희(朱熹), 나필(羅泌) 그리고 명대의 왕기(王幾) 등이 이 개념을 계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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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옹은 팔괘(八卦)의 방위를 정하면서, 복희(伏羲)의 팔괘도와 문왕(文王)의 팔괘도를 『십익』에 착안하여 구별하고 "선천의 학(學)은 심(心)이고 후천의 학은 적(迹)"이라고 하였다. 송대의 나필(羅泌)은 "복희씨가 선천의 원리를 폈다면 신농씨(神農氏)의 역은 중천이 되며, 신농씨가 중천의 원리를 폈다면 황제(黃帝)의 역은 후천이 된다. 역의 원리는 넓고 커서 변화가 끝이 없으니 일정한 방법으로 포괄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왕기는 "정심(正心)은 선천의 학문이고 성의(誠意)는 후천의 학문이다."라고 설명하였다.

변천

우리나라에서는 권근(權近)이 『입학도설(入學圖說)』「선천방위원도(先天方位圓圖)」를 통하여 선천(先天)의 도식을 언급하였으며, 후에 서경덕(徐敬德)이 체계화하였다. 서경덕은 "태허(太虛)는 밝고 형체가 없으므로 선천이다."라고 하여 선천을 기의 본체인 태허라고 설명하면서 음양(陰陽)·동정(動靜)으로 드러나기 이전이라고 정의하였다.

선천은 당(唐) 예종(睿宗)의 연호이기도 하다. 선천(先天) 2년(713)은 현종(玄宗)의 연호인 개원(開元) 원년이다. 그 해 12월에 개원(改元)하였다. 『세종실록』에는 강무시(講武時) 왕과 신하의 복식을 논하면서, 당(唐)나라 현종(玄宗)은 선천 2년에 여산(驪山) 아래에서 강무(講武)하고, 황제가 몸소 군복을 입었던 사례를 거론하였다(『세종실록』 13년 10월 30일).

참고문헌

  • 『주역(周易)』
  • 『구당서(舊唐書)』
  • 『단연속록(丹鉛續錄)』
  • 『노사(路史)』
  • 김석진, 『주역전의대전역해』, 대유학당, 1996.
  • 廖名春 外, 『周易硏究史』, 湖南出版社, 1991.
  • 朱伯崑 외, 『周易知識通覽』, 齊魯書社,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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