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조(宮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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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음(五音)의 궁음(宮音)을 중심음으로 하는 악조.

개설

고대 음악의 음계 구성에는 5음(音)과 7음(音)이 있다. 5음은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이고, 7음은 궁·상·각·변치(變徵)·치·우·변궁(變宮)인데, 5음과 7음은 각각의 음을 중심으로 하는 악조를 구성한다. 곧, 궁조(宮調)·상조(商調)·각조(角調)·치조(徵調)·우조(羽調)가 그것이다.

내용 및 특징

중국 고대 음악에는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12율려(律呂)와 이 음들의 배열을 ‘음계’라고 한다. 그런데 음계의 배열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고, 12율려 안에 출현하는 음의 숫자에 따라 이름이 붙는다. 곧, 출현음에 따라 5음 구성, 7음 구성 또는 5음계 구성, 7음계 구성으로 설명한다. 이때의 음계 구성으로 골라진 하나의 조식(調式)을 악조(樂調)라고 한다. 따라서 12율려 중 황종음(黃鍾音)을 궁으로 하는 5음음계 또는 7음음계 구성의 황종 궁조가 이루어진다. 이것은 비단 황종음뿐만이 아니고, 대려(大呂) 이하 모든 율려를 각각 궁으로 삼아 악조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궁조만도 12가지나 된다.

선법에는 궁조·상조·각조·치조·우조에 따른 5조가 있고, 12율려가 각각 돌아가며 12조가 있다. 나아가 송나라 채원정의 『율려신서』에 따르면, “12율이 돌아가며 궁이 되고, 각각 7성(聲)이 있어서 모두 84성이 되는데, 궁성 12·상성 12·각성 12·치성 12·우성 12의 합 60성이 60조를 이룬다.” 하였다. 다만 여기에서 변궁 12성과 변치 12성의 24성은 조를 이룰 수 없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중국 고대 음악의 악조 이론에 대해 우리나라의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고대 음악의 음률 체계를 잃어버리게 한 가장 큰 원인이라 지적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다산은 음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12율려와 음계 구성에 따른 5음 또는 7음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중국 고대 음악의 악조 이론에서는 12율려 속에 5음, 7음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12율려에 따른 율체계와 5음, 7음에 따른 음체계가 구분되지 못하고 서로 뒤섞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천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시대의 향비파에는 궁조, 칠현조, 봉황조의 세 조에 212곡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향비파 연주가 전승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신라시대의 향비파에 사용된 궁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음악에서의 조(調)는 ① 선법에서의 조, ② 조명[key]으로서의 조, ③ 가락에서의 조, ④ 속도와 관련된 조, ⑤ 특정 장르나 양식으로서의 조, ⑥ 곡상을 설명하는 악상 기호로 쓰이는 조 등 아주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궁조’·‘상조’·‘각조’·‘치조’·‘우조’는 중국의 선법인데, 한국의 ‘평조 선법’은 중국의 ‘치조 선법’과 같고, 한국의 ‘계면조 선법’은 중국의 ‘우조 선법’과 같아 ‘치평조’·‘우계면조(羽界面調)’라는 복합 단어로도 사용된다. 음명을 앞에, 평조나 계면조라는 선법명을 뒤에 놓고서 ‘황종 평조’, ‘임종 계면조’ 하는 식으로도 통용하였다.

의의

고대 음악의 악조에는 이궁환조(移宮還調)가 주목을 끈다. 이것은 선궁이론(旋宮理論)인데, 12율려 안에서 자유롭게 돌려가며 궁성을 정하는 방식이다. 『예기』의 「예운」에 의하면 “5성, 6률 12관은 번갈아 궁이 된다.”고 하였다. 또 『주례』「대사악」에 “환종(협종)은 궁이 되고, 황종은 각이 되고, 태주는 치가 되고, 고선은 우가 된다.”고 하였다. 이른바 궁이 되고, 각이 되고, 치가 되고, 우가 되고 등의 말은 고대 음악의 악조 이론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참고문헌

  • 『삼국사기(三國史記)』
  • 『율려신서(律呂新書)』
  • 『악학궤범(樂學軌範)』
  • 『악서고존(樂書孤存)』
  • 권오성, 『한민족음악론』, 학문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