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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경학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전 주석서는 주희의 『사서집주』라 할 수 있으며, 그중 『논어』는 『사서집주』의 핵심이자 유학 사상의 근본 경전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인간다움(仁)’이라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핵심 명제를 중심으로 유가 사상의 기틀을 세웠으며, 공자의 언행에 대한 기록인 『논어』는 후대 유학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었다. 역대로 한·중·일의 많은 학자들이 경전의 주석이나 해석을 통해 그들의 철학 체계를 세웠고, 『논어』는 시대와 지역, 국가에 따라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되며 각기 다른 학문적 전통을 형성하였다. 이제 경학 연구는 역대 해석의 맥락 속에서 특정 해석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경전별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에 본 연구에서는 『논어』를 그 첫 번째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논어』 주석간 인용관계를 통해 조선의 역대 해석을 살피기 위한 기초연구로, 데이터 설계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위의 개념도는 본 연구의 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며, 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고서인어연구』, 『논어고금주』와 같은 기존 인용분류를 검토하여 인용 정보, 형태, 목적에 따라 18가지로 세분화된 새로운 분류 체계를 설계하였다. 둘째, 기존 XML을 재사용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자, TEI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사변록』의 「학이」편을 예시로 인용 관계를 명확히 표현하는 XML 데이터를 설계하였다. 셋째, 『사변록』, 『녹문집』, 『경사강의』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고, Excel로 인용 관계 데이터를 구축한 뒤, 이를 피봇테이블(pivot table)로 수치화하고 Gephi를 활용하여 시각화하였다.
본 연구는 조선시대 『논어』 주석에 나타나는 인용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네트워크 그래프로 시각화하여 주석자 간 관점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용관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인용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분류체계를 설계하여 각 주석서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먼저 중국의 문헌학자 서인보(徐仁甫)가 쓴 『고서인어연구(古書引語硏究)』와 정약용(丁若鏞)의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 등 기존 연구를 참고하여, 『논어』 주석의 인용 양상을 18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한 ‘인용관계 분류체계’를 설계했다. 이 체계는 인용 정보, 인용 형태, 인용 목적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뉘며, 그중 인용 목적은 인용된 주석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태도를 기준으로 정인(正引), 차인(借引), 의인(疑引), 보인(補引), 박인(駁引)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다음으로, 기존의 한국경학자료시스템 XML 문서를 재사용하여 인용관계 분류체계를 반영한 XML 데이터를 설계했다. 이에 앞서 최상룡(崔象龍, 1786~1849)의 『봉촌집(鳳村集)·사서변의(四書辨疑)』와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의 『경서변의(經書辨疑)·논어』를 대상으로 기존의 경학자료 XML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검토하였다. 또한 텍스트 데이터의 국제표준인 TEI의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이를 준수하면서, 박세당(朴世堂, 1629~1703)의 『사변록(思辨錄)·논어』의 「학이」편을 대상으로 인용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TEI/XML 데이터 예시안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학문 경향이 서로 다른 박세당의 『사변록』과 임성주(任聖周, 1711~1788)의 『녹문집(鹿門集)』, 정조(正祖, 1752~1800)의 『홍재전서·경사강의』에 수록된 「학이」편 주석을 대상으로 인용관계 테이블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를 피벗테이블로 수치화하여 ‘관계목록(Edge List)’를 생성하였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의 결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래프 시각화 플랫폼(The Open Graph Viz Platform)인 Gephi를 활용하여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탐색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세 주석자가 『논어』를 해석할 때 주로 누구의 견해를 인용했는지, 특정 학파나 학자의 해석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았다. 탐색 결과, 세 학자는 모두 『논어집주』를 가장 많이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논어』 외에도 『맹자』, 『한서』 등의 다른 경전의 해석을 인용하여 『논어』 해석을 보충하기도 했다. 또한 『주자어류』와 『사서대전』을 공통적으로 인용하였고, 박세당을 제외한 두 인물은 『맹자집주』, 『사서혹문』, 『근사록』, 『대학장구』, 『소학집주』 등 주희와 관련된 다양한 주석서를 활용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학이」 제1장에 대한 세 사람의 해석을 비교 분석하여, 중국의 주석이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발전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새롭게 설계한 분류 체계와 네트워크 그래프 시각화 방식이 『논어』 주석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효과적임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후속연구에서는 더 많은 『논어』 주석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조선시대 『논어』 해석의 전체적인 흐름과 특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Analects Commentary, Citation Relation, Data Design, XML, Digital Humanities
논어주석, 인용관계, 데이터설계, TEI/XML, 디지털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