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학자료의 인용 분류체계

기존연구 검토

*서인보(徐仁甫, 1902~1988)의 『고서인어연구(古書引語硏究)』:

옛 선인들의 인용 의도나 인용 종류, 또는 인용의 변통이나 오류 등, 모든 방면에서 인용 양상을 다루고 있음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보왈(補曰), 박왈(駁曰) 등의 '타가의존 해석법'과 인증(引證), 고이(考異), 질의(質疑) 등의 '자가독창 해석법'으로 나뉨


인용 분류체계 요약

1. 인용 목적의 분류

- 긍정적 인용 (正引)
- 차용 인용 (借引)
- 의심 인용 (疑引)
- 보충 인용 (補引)
- 반박 인용 (駁引)

2. 인용정보의 분류

- 경문 인용 (經引)
- 중국 주석 인용 (中引)
- 한국 주석 인용 (韓引)
- 인용어에 따른 분류 (明引·藏引·暗引)

3. 인용 형태의 분류

- 전체 인용 (全引)
- 변용 인용 (改引)
- 발췌 인용 (摘引)
- 분할 인용 (分引)
- 결합 인용 (合引)
- 연속 인용 (連引)
- 중복 인용 (複引)


1) 인용정보에 따른 분류

먼저 인용 출처가 경문인지 중국 주석인지 한국 주석인지에 따라 經引·中引·韓引인지를 구분하였는데, 이는 한국경학자료시스템의 XML에 이나 요소에서 '경문', ‘중국주석’, ‘원주’ 속성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과 구분된다. 한국경학자료시스템의 XML은 순서에 따라 논어 경문인지, 중국 주석인지, 혹은 조선 경학자의 주석인 원주인지를 표시하였으나, 원주 안에 인용문으로 경문이 들어가거나 중국주석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모두 원주 요소로 태그했다. 이 경우 본 연구에서는 원주의 문맥에 따라 이를 모두 구별하고, 출처가 되는 인용문헌까지 표기하였다.

그 다음에는 인용문 앞에 오는 인용어의 유무에 따라 明引·藏引·暗引을 구분했는데, 明引은 인명 혹은 서명도 분명히 밝히고 있고 인용 문장도 함께 쓰여 있어서, 인용한 원전의 출처 검색이 용이할 때 부여한다. 藏引은 인명이나 서명이 없더라도 있고 문장이 있으면 검색을 통해 원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출처를 어느 정도 확정할 수 있을 때 부여한다. 暗引은 인명이나 서명만 있고 문장이 없어 원전을 찾더라도 원전인지 확신하기 모호할 때 부여한다.

이를 정리하면 인용정보에 따른 분류와 그에 대한 예시는 아래와 같다.

분류 정의 인용자 인용출처 인용문 번역문
經引 경문인용: 대학, 중용... 정조 맹자 夫堯舜之道孝弟而已 (맹자에서) 무릇 요순의 도는 효제일 뿐이라고 했다.
中引 중국주석: 주자, 이정... 정조 논어집주 集註曰覺有先後 『집주』에서 깨달음에는 선후가 있다고 했다.
韓引 한국주석: 이황, 이이... 이덕홍 논어질서 來字栗谷云語辭如莊子有以語我來 來자를 율곡은 어조사라고 하면서, 『莊子』의 有以語我來와 같다고 했다.
明引 인명or서명O, 문장O 정조 사서대전 朱子謂少有拂戾便是犯上如疾行先長者亦是犯上 주자는 조금이라도 어그러짐이 있으면 바로 犯上이니, 이를테면 걸음을 빨리 걸어 어른을 앞서는 것도 이것이라고 했다.
藏引 인명or서명X, 문장O 정조 근사록 曰未有箕踞而心不慢者皆是此意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으면서도 그 마음이 태만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고 한 것들이 모두 이런 뜻이다.
暗引 인명or서명O, 문장X 정조 주자어류 父子之間志行相孚理之常也趨向或歧事之變也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뜻과 행동이 서로 미더운 것은 이치의 常이고 취향이 혹 다른 것은 일의 變이다.

2) 인용형태에 따른 분류

모든 인용문에는 출처가 되는 원전을 모두 찾아 데이터로 정리하였는데, 인용문과 원전을 비교한 다음에는 인용형태를 全引·改引·摘引으로 표시했다. 이는 원전을 인용하면서 변용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그 양상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全引은 인용문이 원전과 80% 이상 거의 일치하는 경우이며, 『고서인어연구』(이하, 『인어연구』)에서의 言用, 원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XML 변환 작업은 여러 사람이 진행해야 하므로 누구나 직관적으로 의미를 알 수 있을 만한 속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여겨, 全引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改引은 『인어연구』에서 문장 속 오류를 고쳐서 인용하는 경우라고 소개했지만, 여기에서는 원전과 인용문이 절반 이상 정도 일치할 때 부여한다. 『인어연구』에서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조금 다르게 임의로 변형시켜 인용하는 것을 異引이라 하고, 혹은 논리에 따라 문장을 덧붙이는 것을 增引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세부 분류가 가능하나 본 연구에서는 모두 改引으로 통칭한다.

摘引은 전체 문장이 아닌 인용문의 몇 글자를 부분적으로 취할 때 부여한다. 예를 들면, 아래 표에서의 인용문 예시 ‘行仁之本’은 『논어집주』의 ‘孝弟是仁之一事謂之行仁之本則可’[효제는 인의 한 가지 일이니, 인을 행하는 근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에서 네 글자만 취한 것이다. 『인어연구』에서는 긴 문장을 사자성어처럼 몇 글자로 줄여서 인용하는 것을 約引이라 하고, 피휘를 위해서나 혹은 많이 인용되어 생략하는 것을 省引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摘引으로 통칭한다. 중국어에서 摘은 ‘(중요한 부분을) 뽑아내다’, ‘발췌하다’의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중국어 논문에서는 초록을 ‘摘要’라고 부른다. 改引과 摘引을 모두 인용문의 변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改引은 글자를 빼거나 더하거나 바꾸는 ‘변형’에 중점을 두는 경우이고, 摘引은 요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내용의 ‘생략’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분류 정의 인용자 인용출처 인용문(일치율) 번역문
全引 80% 이상, 거의 일치 정조 근사록 曰未有箕踞而心不慢者皆是此意(80.0%)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으면서도 그 마음이 태만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든지 하는 것들이 모두 이런 뜻이다.
改引 50% 이상, 부분변형 정조 사서대전 朱子謂少有拂戾便是犯上如疾行先長者亦是犯上(51.7%) 주자가 “조금이라도 어그러짐이 있으면 바로 범상(犯上)이고, 걸음을 빨리 걸어 어른을 앞서는 것도 이것이다.”라고 하였다.
摘引 50% 미만, 부분일치 정조 논어집주 集註曰行仁之本(26.7%) 『집주』에선 ‘仁을 행하는 근본’이라고 했다.
分引 같은 문헌의 문장을 나눠서 인용 정조 논어집주 註說觀之曰盛德光輝曰過化存神曰德盛禮恭似皆指全體上言何也 주에 있는 말로 보건대, “성대한 덕의 빛이다.”라느니 “지나가면 교화되고 보존하면 신묘해진다.”라느니 “덕이 성대하고 예가 공손하다.”라느니 하는 것들이 모두 전체를 가리켜 말한 듯하니, 어떠한가?
合引 서로 다른 문헌의 문장을 합쳐서 인용 정조 주자어류 父子之間志行相孚理之常也趨向或歧事之變也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뜻과 행동이 서로 미더운 것은 이치의 상(常)이고 취향이 혹 다른 것은 일의 변(變)이다.
連引 비슷한 주제의 문장을 연속해서 인용 정조 논어집주 圈下程子之說以爲君子自修之道當如是則自脩者學也游氏之說以爲學之道必以忠信爲主則似以忠信爲重也 동그라미 아래 程子의 학설에 “군자가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을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한 것은 자신을 수양하는 것은 學이니 학에 무게를 둔 것인 듯하고, 游氏의 학설에 “학문의 방도는 반드시 忠信을 주로 삼아야 한다.”고 한 것은 충신에 무게를 둔 것이다.
複引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인용 정조 논어집주 朱子集註竝禮之體補釋之者 本文所無之體字以釋之者 주자의『집주』에서 禮의 體를 아울러 보충하여 풀이한 것은 어째서인가? 주자가『집주』에서 본문에 없는 體자를 따다가 풀이한 것은…

그 다음 分引·合引·連引·複引·熟引은 모든 인용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해당하는 인용 형태들이 종종 보이므로 분류에 추가한 것이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혹은 우리나라 학자들의 특징적인 부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표시해 두었다.

分引은 특정 문헌의 ‘한 문장’을 쪼개서 여러 개의 문장인 것처럼 인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용문 예시로 든 ‘註說觀之…何也’의 출처는 다음과 같으며, 아래의 긴 문장을 쪼개어 세 단어만 취한 것이다.

五者夫子之盛德光輝接於人者也 其諸語辭也 人他人也 言夫子未嘗求之 但其德容如是 故時君敬信 自以其政就而問之耳
非若他人必求之而後得也 聖人過化存神之妙未易窺測 然卽此而觀 則其德盛禮恭而不願乎 外亦可見矣 學者所當潛心而勉學也

이러한 예는 문장에서 요점만 취하는 摘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한 문장에 대한 인용이 네 문장으로 나누어져 때문에 分引이 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合引은 서로 다른 출처의 문장을 한 문장으로 합쳐서 인용하는 경우이다.

連引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책의 문장을 연속적으로 인용하여 이들이 모두 같은 의미임을 증명하기 위해 又曰, 又曰이라고 하거나 或云, 或云이라고 하는 형태로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어연구』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논의하기 위해 여러 책을 참고하는 것을 並引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러 주석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속성이어야 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단순히 ‘연속 인용’이라는 사실만 표시하기 위해 모두 連引으로 통칭한다.

複引은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진 정조의 『경사강의』에 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정조의 條問에 대한 답변으로 신하가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인용하며 條對하는 경우에 나타나는데, 그 외에 다른 책에서도 가끔 같은 인용문을 반복해서 쓰는 경우가 있어 이를 모두 표시해 주기 위해 분류에 넣었다.

3) 인용목적에 따른 분류

주석은 경전에 있는 성인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전 세대가 남겨 놓은 기존의 해석을 바탕으로 발전했으며, 조선시대의 주석 역시 선유들의 해석을 인용하고 수많은 논변을 거치면서 이 오랜 전통을 이어 나갔다. 선유들의 설을 인용함에 있어서,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한 긍정적인 목적의 인용 관계가 있고, 기존 해석의 오류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박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기 위해 인용하는 부정적인 목적의 인용 관계가 있다. 인용의 목적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또는 중립적인지 세 가지로 크게 분류하고, 긍정과 부정이 완전한 것인지 부분적인 것인지 정도만 구분하긴 했지만, 여러 목적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고, 이를 식별하는 연구자마다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네트워크 그래프로 시각화(Visualization)했을 때 누가 어떤 책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살피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므로,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가장 신중하고 엄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경학 자료를 모델링하고, 더 많은 논의를 거친 후에 더 면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목적 분류 정의 인용자 인용출처 인용문 번역문
완전긍정 正引 기존의 해석을 전적으로 수용 정조 주자어류 故朱子亦云所已言處貧富之道所未言學問之功此誠然矣 “그러므로 주자도, 이미 말한 바는 貧富에 처하는 도이고 아직 말 안한 것은 학문의 功이라고 하였다.” 하였으니, 이 말이 참으로 옳다.
부분긍정 借引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경서와 주석 등에서 근거를 찾음 임성주 맹자, 춘추좌전 按以孝弟為本之本如不揣其本之本, 仁為孝弟之本之本如拔本塞源之本 내가 살펴보건대, ‘以孝弟爲本’의 本은 ‘그 밑동을 헤아리지 않는다.[不揣其本]’라고 할 때의 本과 같고, ‘仁爲孝弟之本’의 本은 ‘뿌리를 뽑고 원천을 막는다.[拔本塞源]’라고 할 때의 本과 같다.
중립 疑引 의심되긴 하나 확실하지 않음,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 정조 논어집주 行之爲字與由已之由字不同有向外面踐履之意…集註之必以行仁爲釋果何義耶 行이라는 글자는 由己의 由자와 같지 않아서, 바깥으로 실천한다는 뜻이 있는데…『집주』에서 굳이 ‘인을 행한다’로 풀이한 것은 과연 무슨 뜻인가?
부분부정 補引 기존의 해석이 부족하거나 미진한 경우 경설을 자신의 주장으로 보충 임성주 논어집주 仁道自此而生按此…讀者不以辭害意可也 “仁道는 이로부터 생겨난다.”라고 하였다. 내가 살펴보건대…독자는 辭意에 구애를 받아서 本意를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완전부정 駁引 기존 해석의 오류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박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출 박세당 논어집주 朱子謂因勢敵宗彼尊又謂須於其初審其可親者従而主之恐未然也 주자는 말하기를, “因은 세력에 의지한다는 것이고, 宗은 상대를 높이는 것이다.” 하였고, 또 “모름지기 애당초 친할 만한 사람을 살펴서 그를 따르고 종주로 삼아야 한다.” 하였는데, 아마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인어연구』에서는 원문의 대의를 종합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事用이라고 했으며, 기존의 해석에 틀림이 없음을 증명하는 인용을 證用이라고 했다. 또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此義也]”라는 말과 함께 나타나는 인용을 正引이라고 했으며, 기존의 해석에 동의하여 찬미하기 위해 인용하는 것을 美用이라고 하면서 이 경우 “그 말이 매우 옳다. [其言良是]”와 같은 문장이 함께 나온다고 했다. 이처럼 기존 해석이 다른 경문과도 일맥상통함을 설명하거나, 전적으로 동감하며 감탄하는 경우 모두 正引이라고 통칭한다.

『논어고금주』에서는 경서와 주석 등에서 해석의 기존 해석의 근거를 찾는 경우 引證이라고 했고,『인어연구』에서는 원전의 문장과는 다르지만 의미가 통할 때를 意引이라고 하고, 의미를 미루어 알 수 있도록 다른 문장을 먼저 서론으로 인용하는 것을 推用, 서로 상반되는 예를 보여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는 경우를 反引, 저절로 분별이 될 수 있도록 인용하는 것을 辯用 또는 借用이라고 했는데, 모두 자신의 경설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借引으로 통칭한다.

『인어연구』에서는 기존의 해석을 의심하며 질문하는 것을 問用이라고 했다. 『논어고금주』에서는, 논어 원문의 異同에 대해 논하면서 같은 글자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살피는 경우를 考異라고 했고, 어떤 중요한 개념이나 문제에 대하여 기존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고 자신의 독창적 주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質疑라고 했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대부분 질문 형식으로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質疑의 경우 기존의 해석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목적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駁曰과 비슷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그러한 의미로 쓰지 않고, 인용문이 질문 형태이면서 기존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의심은 가지만 확실하지 않은 경우 모두 疑引으로 통칭한다.

또 『논어고금주』에서는, 기존의 해석이 부족하거나 미진한 경우에 보충해서 재해석한 경우를 補曰이라고 하고, 기존 해석의 오류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박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출한 경우를 駁曰이라고 했다. 경설을 자신의 주장으로 유도하는 것을 按이라고 하고, 이와 비슷한 의미로 『인어연구』에서도 기존의 해석을 뒤집으며 자신의 견해가 합당함을 단언하기 위해 인용하는 것을 斷用이라고 했는데, 모두 기존의 해석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므로 모두 補引으로 통칭한다. 『인어연구』에서 기존의 해석을 힐난하는 것을 詰用이라고 한 것 역시 모두 기존 해석에 반박하는 것이므로 駁引으로 통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