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인명사전

"해성스님(海成, 1958生, 비구니)"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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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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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보살행과 사회복지===
출가 후 스님은 [http://www.unmunsa.or.kr/ 운문사] 강원과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http://xn--q20bm8bgy1a0fc8wd.kr/ 오대산 지장암]으로 돌아와 재무 소임을 맡았다. 그러던 중 전라남도 장성 [http://www.baekyangsa.com/ 백양사] [https://cafe.daum.net/squirrel4u/Bpz4/4288?svc=cafeapi 천진암]에서 사찰을 지켜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스님은 중국 유학과 천일지장기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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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가르침이고 자비의 이타행이며, 부처님께서는 하찮은 벌레까지도 아끼고 죽이면 안 된다는 생명 존중 사상을 가르쳐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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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구나 불법을 깨우칠 수 있는 불성이 있다며 평등함을 설하신 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 의 복지는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 자체인 자비심과 보살행을 뜻한다. 보살행은 곧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사회복지행이고, 사회복지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보살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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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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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해성스님은 오래전부터 대화가 필요한 청각장애인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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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언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픔과 실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말과 소리를 잃어버린 청각장애인들, 처음엔 그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그들의 언어인 수화를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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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화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몹시 의아해하던 그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언어를 배우려 한다는 것과 스님이라는 특별한 호기심이 합쳐진 열정만큼이나 열심히 가르쳐주었고 또 그렇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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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투른 수화와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하였고, 그 바탕 위에 서로 친밀감이 쌓이다 보니 그들의 아픔을 좀 더 가까이 서 느낄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진정 이 세상에 오신 뜻이 무엇일까?’ 불행하고 소외된 중생들도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밝혀 애민이 여기시고 어루만져주러 오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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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은 해성스님이 쓴 ‘손으로 전하는 마음의 소리’라는 글의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소외당하기 일쑤인 장애인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고자 애쓰는 간절한 마음이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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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510-02.jpg|섬네일|[손으로 전하는 마음의 소리]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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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포교를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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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스님은 불교계가 거의 방치하다 시피 해온 장애인을 위한 포교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보살행을 보다 알차게 실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상담교육 과정을 비롯하여 원심회 수화교육 기초 회화반을 수료하였으며, 카운슬러대학 전문상담인 과정, 장애인 권익문제연구소 부설 장애우대학을 수료하는 등 장애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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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복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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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스님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1993년 2월 7일 강남구 포이동 광림사 경내에 연화복지학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불교 교리를 비롯하여 국어, 한문, 서예 등을 청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가르치는 연화원은 수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강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의 교육과 장애인을 위한 상담 및 법회를 실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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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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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활동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1997년 불교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5분에 시작하는 ‘거룩한 만남’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정을 매주 소개한 뒤 일주일 동안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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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수화교실』, 『불교 수화용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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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스님은 불교 수화발표회 개최 및 『불교 수화용어집』을 발간하여 청각 장애인 또는 장애인 가족들에게큰 도움과 용기를 주었으며, 장애인들의 권익 보호와 일반 사회인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연구와 노력에 애쓰고 있다. 특히 1999년에 출판된 『자비의 수화교실』과 부록 『불교수화 용어집』(불광출판부 발행)은 3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스님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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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나와 있는 30여 종의 수화 교재는 대부분 타종교인이나 단체에서 펴낸 것들이었다. 불교수화는 거의 없었고 뜻도 왜곡되어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불교 수화만 수록한 교재가 몇 번 발간되기도 하였지만 불교 수화만 수록한 탓에 대부분의 청각장애인과 일반인들한테 외면을 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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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스님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청각 장애인과 일반인들이 불교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과 체재가 짜여 있고, 각 면마다 경전 문구를 삽입한 것은 물론 각 단락마다 『법구경』 구절을 수화 연습용 문장으로 제시하여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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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비의 수화교실』은 일반 수화 교재에는 없는 불교과를 따로 마련해 현재 잘 쓰는 불교 용어 70여 가지를 수록하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명한 해설과 함께 손짓하는 방법을 담았다. 스님이 『불교 수화 용어집』을 별책 부록으로 만든 것도 청각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에게 불교를 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불교과에 실린 불교 수화와는 달리 자세한 용어 설명을 달았고, 같은 뜻이면서도 다르게 쓰이고 있는 수화의 손짓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했다. 총 1,300여가지 수화를 수록한 이 책은 280쪽 분량에 A4 판형으로 2,000부를 제작해 불교 복지 단체나 전국의 청각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 단체, 각 대학 수화 동아리, 농아학교 등에 배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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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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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각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교육으로 운전 교육을 실시하며 더욱 많은 이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야! 쉽다. 운전면허』 이론 교재와 수화 통역과 자막을 넣은 기능 교육 비디오를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였다. 그리고 직장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포켓용 수화 교재 『수화 사랑 친구 사랑』을 200부 가량 제작하여 서울시의 각 구청과 전국 장애인 복지관 및 관공서에 무료로 보급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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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510-03.jpg|섬네일|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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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승가대학 안에 외전 과목으로 수화 과목을 개설과 각종 장애인 행사 마련과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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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삼선승가대학 동문회 회장을 맡아 스님들의 사회복지 교육이 의무화되어야 불교 복지가 발전한다고 보고 삼선승가대학 안에 외전 과목으로 수화 과목을 개설하였다. 그리고 직접 수화를 지도하며 각종 불교 행사에서 스님들의 수화 공연을 선보였다. 2004년 제8차 세계여성불자대회(8th Sakyadhita)의 문화 공연에서는 삼선승가대학 학인스님들과 함께 수화를 선보여 세계 불교인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바도 있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스님들은 장애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갔다. 각종 장애인 행사, 특히 ‘장애인 세상 나들이’에는 필수적으로 동참하여 휠체어를 밀어주며 친밀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스님들이 사회복지에 앞장서야 한다는 마음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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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함께하는 기회를 주선하였다. 또한 스님들의 수화 홍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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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장애인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발굴하고 개발함은 물론, 그런 능력이 삶과 연관하여 발휘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때문에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떳떳하게 삶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장애인 문화 복지사업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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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화 노래 발표회뿐만 아니라 수화 연극을 통하여 숨은 기질을 발표할 수 있는, 즉 관객이 아닌 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스님은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배우가 정말 장애인이 맞느냐며 놀라고 또 너무 잘한다며 환희의 박수를 보낼 때,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물론 스님 역시 벅찬 기쁨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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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510-04.jpg|섬네일|자비행|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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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과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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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스님은 불제자로서 국내 사찰 순례뿐만 아니라 외국 성지 순례를 통하여 장애인들의 인식세계를 넓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태국과 대만 성지 순례에 이어서 작년에는 장애인들이 3년간 모은 적금으로 인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인도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로 결정되자 몇몇 장애인들은 ‘나도 이제는 완벽한 부처님 제자로 부처님의 성지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며 눈물로 그 기쁨을 표현하는가 하면, 인도에 도착하자 ‘부처님의 멋진 제자가 되겠다.’고 발원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성지 순례를 통하여 각국의 문화를 배우고 더욱 멋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리라 다짐하며 현재의 생활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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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510-04.jpg|섬네일|[장애인들과 함께한 인도성지 순례]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5 ]]
  
그런데 하루는 꿈을 꾸게 되었는데 꿈속에 운문사 강원과 중앙승가대학교의 많은 대중스님들이 발우를 펴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스님에게 누군가가 스님 자리라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닌가. ‘꿈에 스님을 만나면 부처님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많은 스님들이 법석을 여는 꿈을 꾸다니….’
 
  
스님은 꿈이 천진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직감하고 천진암을 제2의 고향으로 삼기로 작정, 천진암으로 내려가 불사에 혼신을 다하였다. 천진암은 고려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었으나 당시에는 낡은 법당과 허물어져가는 요사채만으로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님은 천일지장기도를 하면서 건물을 보수하고 부족한 생활용수를 보충하기 위해 지하수를 개발했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이용했던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었으며, 천진암 입구의 도로를 확장하고 포장한 후 법당과 삼성각과 요사채를 보수하여 천진암의 면모를 일신하였다.
 
  
또한 호남에 비구니 선원이 거의 없는 사실이 안타까워 파도처럼 밀려오던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고 1996년 10월 15일 삼천일 지장기도 불사 회향을 하면서 호남에 첫 비구니 선원인 천진암 백암선원(白岩禪院)을 개원하고 그 해 첫 동안거를 열었다.
 
  
 
===은사와 상좌의 입적===
 
===은사와 상좌의 입적===

2022년 7월 28일 (목) 12:43 판



정의

해성(海成)스님은 명식(明植)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불교의 자비·평등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사회복지에 전념하였으며 특히 청각장애인에 대한 복지에 힘쓴 대한민국 비구니 스님이다.


생애

연도 내용
1958 충남 온양 출생
1978 보현사에서 [[|명식(明植)스님]명식스님]을 은사로 출가
1983 동국대학교 선학과 졸업
1986 [http://www.beomeo.kr/ 범어사}에서 자운(慈雲)을 계사로 비구니계 수지
1986 삼선승가대학 대교과 졸업
1988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카운슬러대학 17기 수료
1990 원심회 수화교육 기초, 회화반 수료
1991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연화복지학원 수료
1993 청각장애인의 배움터 연화복지학원 개원
1993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대학 5기 수료
1995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수료
1997 불교방송 ‘거룩한 만남’ 진행
1999~2004 광림사 주지 및 연화복지학원 원장 청각장애인 수화 법회 및 상담, 운전교육
2002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 기공학과 석사과정 졸업
2003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사회복지학과 재학
2004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대표이사
2020 서울 송파구 석촌동 [광림사] 주지

기타사항

문중 법기(法起)문중
수행지침 불교의 자비·평등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소외된 이웃, 특히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적응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심어주며, 그들이 자립능력을 배양하여 참다운 인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살행 실시
생활신조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저서 및 작품 『자비의 수화교실』 (불광출판사, 1999)

『하얀 고무신』, 지식과사람들, 2018

『어머니의 풍경 소리』, 도반, 2021

상훈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외 다수
특기 수화통역
취미 동양화 및 음악 감상

활동 및 공헌

출가

해성(海成)스님은 1958년 음력 1월 5일 충남 온양에서 아버지 방기상과 어머니 강필화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온양이며, 이름은 방정숙이다.

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이 수행의 길로 들어서 1978년 보현사에서 명식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그 후 1983년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하였고, 1986년 조계종 범어사 단일계단 제7회 비구니계를 수지하였으며, 같은 해 삼선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에는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2004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사회복지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논문 〈불교에 나타난 복지사상과 장애인에 관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해성스님 출처: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1


불교의 보살행과 사회복지

불교는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가르침이고 자비의 이타행이며, 부처님께서는 하찮은 벌레까지도 아끼고 죽이면 안 된다는 생명 존중 사상을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누구나 불법을 깨우칠 수 있는 불성이 있다며 평등함을 설하신 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 의 복지는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 자체인 자비심과 보살행을 뜻한다. 보살행은 곧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사회복지행이고, 사회복지라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보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손으로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스님

손으로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해성스님은 오래전부터 대화가 필요한 청각장애인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언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픔과 실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말과 소리를 잃어버린 청각장애인들, 처음엔 그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아픔을 나누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그들의 언어인 수화를 배우게 되었다. 처음 수화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몹시 의아해하던 그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언어를 배우려 한다는 것과 스님이라는 특별한 호기심이 합쳐진 열정만큼이나 열심히 가르쳐주었고 또 그렇게 배웠다.

나의 서투른 수화와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하였고, 그 바탕 위에 서로 친밀감이 쌓이다 보니 그들의 아픔을 좀 더 가까이 서 느낄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진정 이 세상에 오신 뜻이 무엇일까?’ 불행하고 소외된 중생들도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밝혀 애민이 여기시고 어루만져주러 오신 것이다.

위의 내용은 해성스님이 쓴 ‘손으로 전하는 마음의 소리’라는 글의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소외당하기 일쑤인 장애인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고자 애쓰는 간절한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손으로 전하는 마음의 소리]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2

장애인을 위한 포교를 위한 준비

그동안 스님은 불교계가 거의 방치하다 시피 해온 장애인을 위한 포교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보살행을 보다 알차게 실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 상담교육 과정을 비롯하여 원심회 수화교육 기초 회화반을 수료하였으며, 카운슬러대학 전문상담인 과정, 장애인 권익문제연구소 부설 장애우대학을 수료하는 등 장애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연화복지학원

이와 같은 스님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1993년 2월 7일 강남구 포이동 광림사 경내에 연화복지학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불교 교리를 비롯하여 국어, 한문, 서예 등을 청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가르치는 연화원은 수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강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의 교육과 장애인을 위한 상담 및 법회를 실시해 오고 있다.

불교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을 진행

스님의 활동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1997년 불교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5분에 시작하는 ‘거룩한 만남’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정을 매주 소개한 뒤 일주일 동안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자비의 수화교실』, 『불교 수화용어집』 발간

이밖에도 스님은 불교 수화발표회 개최 및 『불교 수화용어집』을 발간하여 청각 장애인 또는 장애인 가족들에게큰 도움과 용기를 주었으며, 장애인들의 권익 보호와 일반 사회인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연구와 노력에 애쓰고 있다. 특히 1999년에 출판된 『자비의 수화교실』과 부록 『불교수화 용어집』(불광출판부 발행)은 3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스님의 역작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30여 종의 수화 교재는 대부분 타종교인이나 단체에서 펴낸 것들이었다. 불교수화는 거의 없었고 뜻도 왜곡되어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불교 수화만 수록한 교재가 몇 번 발간되기도 하였지만 불교 수화만 수록한 탓에 대부분의 청각장애인과 일반인들한테 외면을 당해왔다.

해성스님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청각 장애인과 일반인들이 불교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과 체재가 짜여 있고, 각 면마다 경전 문구를 삽입한 것은 물론 각 단락마다 『법구경』 구절을 수화 연습용 문장으로 제시하여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비의 수화교실』은 일반 수화 교재에는 없는 불교과를 따로 마련해 현재 잘 쓰는 불교 용어 70여 가지를 수록하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명한 해설과 함께 손짓하는 방법을 담았다. 스님이 『불교 수화 용어집』을 별책 부록으로 만든 것도 청각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에게 불교를 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불교과에 실린 불교 수화와는 달리 자세한 용어 설명을 달았고, 같은 뜻이면서도 다르게 쓰이고 있는 수화의 손짓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했다. 총 1,300여가지 수화를 수록한 이 책은 280쪽 분량에 A4 판형으로 2,000부를 제작해 불교 복지 단체나 전국의 청각 장애인 단체, 사회복지 단체, 각 대학 수화 동아리, 농아학교 등에 배포되었다.

청각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교육

이듬해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각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교육으로 운전 교육을 실시하며 더욱 많은 이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야! 쉽다. 운전면허』 이론 교재와 수화 통역과 자막을 넣은 기능 교육 비디오를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였다. 그리고 직장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포켓용 수화 교재 『수화 사랑 친구 사랑』을 200부 가량 제작하여 서울시의 각 구청과 전국 장애인 복지관 및 관공서에 무료로 보급하기도 하였다.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4

삼선승가대학 안에 외전 과목으로 수화 과목을 개설과 각종 장애인 행사 마련과 참여

스님의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삼선승가대학 동문회 회장을 맡아 스님들의 사회복지 교육이 의무화되어야 불교 복지가 발전한다고 보고 삼선승가대학 안에 외전 과목으로 수화 과목을 개설하였다. 그리고 직접 수화를 지도하며 각종 불교 행사에서 스님들의 수화 공연을 선보였다. 2004년 제8차 세계여성불자대회(8th Sakyadhita)의 문화 공연에서는 삼선승가대학 학인스님들과 함께 수화를 선보여 세계 불교인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바도 있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스님들은 장애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갔다. 각종 장애인 행사, 특히 ‘장애인 세상 나들이’에는 필수적으로 동참하여 휠체어를 밀어주며 친밀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스님들이 사회복지에 앞장서야 한다는 마음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함께하는 기회를 주선하였다. 또한 스님들의 수화 홍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님은 장애인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발굴하고 개발함은 물론, 그런 능력이 삶과 연관하여 발휘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때문에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떳떳하게 삶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장애인 문화 복지사업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장애인의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화 노래 발표회뿐만 아니라 수화 연극을 통하여 숨은 기질을 발표할 수 있는, 즉 관객이 아닌 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스님은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배우가 정말 장애인이 맞느냐며 놀라고 또 너무 잘한다며 환희의 박수를 보낼 때,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물론 스님 역시 벅찬 기쁨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5

장애인들과 성지순례

해성스님은 불제자로서 국내 사찰 순례뿐만 아니라 외국 성지 순례를 통하여 장애인들의 인식세계를 넓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태국과 대만 성지 순례에 이어서 작년에는 장애인들이 3년간 모은 적금으로 인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인도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로 결정되자 몇몇 장애인들은 ‘나도 이제는 완벽한 부처님 제자로 부처님의 성지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며 눈물로 그 기쁨을 표현하는가 하면, 인도에 도착하자 ‘부처님의 멋진 제자가 되겠다.’고 발원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성지 순례를 통하여 각국의 문화를 배우고 더욱 멋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리라 다짐하며 현재의 생활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들과 함께한 인도성지 순례] 한국비구니연구소. 『한국비구니수행담록』. 하권. 뜨란출판사, 2007, p. 555



은사와 상좌의 입적

1995년 가을, 갑작스럽게 존경하던 은사스님이 입적했고 다음해인 1996년에는 꽃다운 나이의 제자를 떠나보냈다. 이에 정안스님은 생사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스님은 3년만 열심히 정진하면 생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람 수호와 포교 의무를 일단 접어둔 채 천진암은 제자에게 일임하고, 지장암은 권속에게 부탁한 후 오로지 참선 수행에만 몰입하였다.

오대산 지장암 면모 일신

지장암의 모습

스님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와 일상생활이 둘이 아니며 자신이 머물고 있는 처처가 다 배움터요, 행하는 모든 일이 공부 아님이 없다는 자각이 분명해졌다. 이에 스님은 지장암으로 돌아왔고 5년간 상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화두와 직면하게 되었다.

나날의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화두, 곧 육신을 죽일 것인가, 설자리를 버릴 것인가, 마음을 죽일 것인가 등등이 꼬리를 물고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님은 공동체 삶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에피스드를 수행의 재료로 삼아 어려움을 통해 겸손을, 가난한 살림살이를 통해 감사를 배웠다고 한다.

또한 북방 최초의 비구니 선원이라는 명성에 조금이라도 부응할 수 있도록 지장암 내 기린선원을 정비하여 많은 대중이 살 수 있게끔 조건을 갖추는데 공헌했다.

사찰

  • 보덕사(☎ 041-353-9306):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삼화리 207-36



참고자료

시맨틱 데이터

노드 데이터

식별자 범주 유형 표제 한자 웹 주소
정안(淨岸)스님 본항목 정안스님(淨岸, 1951~2014) 淨岸 http://dh.aks.ac.kr/~biguni/wiki/index.php/정안스님(淨岸,_1951生,_비구니)

※ 범례

  • 범주: 본항목, 문맥항목
  • 문맥항목 유형: 승려(비구니), 승려(비구), 인물, 단체, 기관/장소, 사건/행사, 물품/도구, 문헌, 작품, 개념/용어,

릴레이션 데이터

항목1 항목2 관계
정안(淨岸)스님 봉래(蓬萊)문중 ~의 일원이다
정안(淨岸)스님 혜종(慧宗)스님 ~의 수계제자이다
정안(淨岸)스님 오대산 남대 지장암 ~에서 출가하다
정안(淨岸)스님 희찬(喜燦)스님(1919~1983; 비구스님) ~으로부터 사미니계를 받다
정안(淨岸)스님 성원(性源)스님(1927~2004; 비구스님) ~으로부터 비구니계를 받다
정안(淨岸)스님 오대산 남대 지장암 ~의 감원(주지)를 역임하다
정안(淨岸)스님 백양사 천진암 ~의 감원(주지)를 역임하다
정안(淨岸)스님 남대 지장암 기린선원 ~을 중창하다
정안(淨岸)스님 백양사 천진암 백암선원 ~을 설립하다

주석

사교 [1]

  1. 여러 설이 있으나 보통 능엄경, 기신론, 금강경, 원각경의 4과목을 강원에서는 4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