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주(藥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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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쓰는 단양주(單釀酒)·이양주(二釀酒)·삼양주(三釀酒)의 청주(淸酒).

개요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위하여 약으로 마셨던 청주·주주·춘주 등의 상용 약주와 특수 약주를 말한다.

만드는 법

『산림경제(山林經濟)』의 벽향주(碧香酒) 제조법은 쌀가루 1말로 죽을 쑤어 누룩 2되와 섞는다. 여기에 찹쌀·멥쌀·밀가루로 만든 밑술인 주모(酒母)를 합하여 담는다. 7일 후 다시 쌀 2말로 밥을 지어 누룩 2홉을 더하여 익힌다. 삼해주(三亥酒)는 월 첫 해일(亥日)에 찹쌀 1말을 여러 번 씻어 가루로 만들어서 묽은 죽을 만들어 차게 식힌다. 누룩가루와 밀가루를 각각 1되씩 섞어서 항아리에 담는다. 다음 해일에 찹쌀과 멥쌀 각각 1말을 여러 번 씻어 가루로 만들어 술떡을 만든 후 덧술을 한다. 세 번째 해일에 백미 5말을 여러 번 씻어 쪄 내어 차게 식히고는 끓여서 식힌 물 3양푼에 풀어서 다시 덧술하여 3개월 동안 익힌다. 이와 같이 3차에 걸쳐 해일에 담그는 까닭에 삼해주라 이른다. 정월 해일에 시작하여 버들가지가 날아다닐 때쯤 떠서 마시므로 일명 유여주(柳絮酒)라 한다.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의 청명주(淸明酒)는 찹쌀 2말을 씻어 물에 담가 둔다. 따로 찹쌀 2되를 물에 담갔다가 빻아서 죽을 쑤어 차게 식힌다. 여기에 누룩가루 1되와 밀가루 2되를 합하여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로 고루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3일째에 체에 밭쳐서 찌꺼기를 걸러 낸 다음 미리 물에 담가 둔 찹쌀로 밥을 지어 합하여 덧술하면 21일 만에 익는다.

연원 및 용도

술이 가진 열(熱)한 성질이 혈액순환을 좋게 함으로 술은 원래 약(藥)에서 출발하였다. 농업이 천하의 대본(大本)이었던 시대에 쌀과 찹쌀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므로 쌀·찹쌀이 주재료가 되는 술은 가격도 비싸고 귀했다. 그래서 약으로서의 술 외에는 기호음료로서 금하기도 하여 국가 차원에서는 풍작이 들지 않으면 반드시 금주령을 내렸다. 1407년(태종 7)의 경우로 보면, 태종은 조해(早災) 때문에 약주 이외의 술은 금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 술은 약주이다. 1485년(성종 16)에 성종이 “날이 점점 한랭해지는데 늙은 재상(宰相)들이 예궐(詣闕)한다면 약주가 없을 수 없다. 이처럼 부득이 술을 쓰면서 민간에게 술을 금하는 것은 불가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한 것에서도 약주로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성종실록』 16년 9월 5일).

쉽게 만들 수 있는 단양주와 이양주는 상용약주(常用藥酒)라 했고, 거의 100일이 소요되는 삼양주는 여러 번 덧술하는 까닭에 주주(酎酒) 또는 춘주(春酒)라 하여 특수약주(特殊藥酒)라 했다. 또한 벽향주는 단양주이고, 청명주는 이양주이다. 이들은 상용약주이고, 삼해주는 특수약주이다.

금주령이 내려지면 권력자는 어떤 핑계든 이를 면하고 백성들만 걸려들어 민원이 높았다. 금주령 아래에서도 특권 계급은 약주를 핑계대고 청주를 빚어서 마셨다. 세종이 일찍이 조해를 걱정하여 금주령을 내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약주도 마시지 않았다. 영의정이직(李稷)이 약주 드실 것을 청하자, 세종은 “남에게 술을 못하게 하고 나만 혼자 마시는 것이 옳은가?” 하였다. 두 번이나 아뢰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약과(藥果)·약반(藥飯)·약포(藥脯)처럼 귀한 음식을 가리킬 때 약이란 글자를 쓰는 까닭에 귀한 술이란 의미로 약주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고대 술의 출발은 약으로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상용약주와 특수약주를 들면,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등장하는 백미와 누룩으로 만드는 이양주인 백하주(白霞酒), 찹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어 익혀서 말갛게 되기를 기다려 밥알을 조금 띄운 단양주인 부의주(浮蟻酒), 멥쌀·찹쌀·밀·녹두로 만든 누룩 그리고 엿기름으로 술을 빚은 단양주인 향온주(香醞酒), 멥쌀과 적은 양의 누룩으로 빚은 이양주인 소국주(少麴酒), 멥쌀·찹쌀·누룩으로 빚은 단양주인 경면녹파주(鏡面綠波酒), 백미·찹쌀·누룩으로 빚은 단양주인 석탐향(惜吞香), 백미·찹쌀·누룩으로 빚은 이양주인 동정춘(洞庭春), 전라도 여산의 특주인 삼양주 호산춘(壺山春), 김포(金浦)의 특주인 삼양주 백일주(百日酒), 멥쌀과 수국(水麴)으로 빚은 이양주인 약산춘(藥山春), 멥쌀·누룩·용안·여지로 빚되 4번의 오일(午日)을 이용하여 만든 삼양주인 사마주(四馬酒), 경주최씨의 문중비주(門中秘酒)인 찹쌀·누룩으로 빚은 삼양주인 법주(法酒) 등이 있다.

약재(藥材)를 먹기 위하여 술을 빚을 때 한약재를 넣거나, 다 된 술에 한약재를 넣어 약 성분이 우러나오게 한 것을 약용약주(藥用藥酒)라 한다. 약용약주는 술보다 약이 우선하는 것으로 상용할 수 있는 음료는 아니다. 청주에 후춧가루·황밀을 넣은 자주(煮酒), 술을 빚을 때 구기자(枸杞子)를 넣은 구기주(枸杞酒), 오가피·당귀·우슬 등을 넣은 오가피주(五加皮酒), 청주에 백출·대황·천초·도라지·오두·호장근을 넣은 도소주(屠蘇酒), 송절의 삶은 즙을 넣은 송절주(松節酒), 청주에 참깨·율무·생지황을 넣어서 만든 거승주(巨勝酒), 청주에 새빨갛게 달군 철기(鐵器)를 넣은 벽력주(霹靂酒), 구운 호랑이 정강이뼈를 넣어 만든 호골주(虎骨酒), 황구육즙을 넣어 만든 무술주(戊戌酒), 산마·산수유·오미자·인삼 등을 넣어 만든 서여주(薯蕷酒), 청주에 석창포 달인 즙을 넣은 창포주(菖蒲酒) 등이 상용약주이다.

참고문헌

  • 『동각잡기(東閣雜記)』
  • 『산림경제(山林經濟)』
  •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 김상보, 『한국의 음식생활문화사』, 광문각, 1997.
  • 이성우, 『한국식품사회사』, 교문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