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요(蜂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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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협(過峽)의 하나로서 마치 벌[蜂]의 허리[腰]처럼 생겼다는 데서 생긴 이름.

개설

봉요는 용(龍)의 생사와 혈의 진위 여부를 살피는 데 중요한 풍수의 핵심 개념으로서 과협의 하위 개념이다. 과협을 이루는 두 산봉우리 사이가 짧은 것을 봉요라고 하고, 그 사이가 비교적 긴 것을 학의 무릎을 뜻하는 학슬(鶴膝)이라고 하는데 한꺼번에 봉요학슬이라고도 한다. 봉요학슬처는 대개 현무봉 주위에 형성되어 사람들이 고갯길로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자칫 지맥의 손상을 우려하여 조선왕조에서 왕릉이나 궁궐 뒤 봉요에 출입을 통제하여 문제가 되기고 했고, 더러는 보토를 하거나 혹은 엷은 돌을 깔기도 했다.

내용 및 특징

『지리신법(地理新法)』에서는 용이 살아 있어 혈을 맺기 위해서는 때때로 벌의 허리 모습, 말의 뒷덜미 모습, 크게 엎드렸다가 살짝 일어나는 모습 등이 있어야 부귀의 땅이라고 하였다. 즉 봉요를 내룡(來龍)이 낙혈(落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본 것이다.

『감룡경(撼龍經)』에서도 봉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내룡이 뻗어 가다가 잠시 그 자취를 과협처에서 숨기기도 하는데, 이때 많은 사람들은 그 지맥의 행방을 놓쳐 버리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맥이 끊긴 것이 아니라 마치 베틀 북 속의 실처럼, 말발굽 자국처럼, 거미줄처럼, 벌의 허리처럼 이어짐을 잘 살펴야 함을 강조한다.

여러 풍수서가 봉요에 대해 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봉요 부분을 맥이 잘려 더 이상 지기가 흐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조선왕조에서 단맥 논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봉요는 주산이 낙맥할 때 끊긴 듯하지만 실처럼 이어진 것이며, 그것이 바로 현무수두(玄武垂頭)와도 같다는 해석을 통해서도 매우 강조되고 있다(『세종실록』 15년 7월 9일).

1430년(세종 12)에 상지관최양선(崔揚善)이 올린 한 장의 상소에 대해 고중안(高仲安)이 글을 올린 이후 30년 동안 헌릉(獻陵)에 대한 풍수 논쟁이 전개된다. 최양선은 여러 풍수고전을 근거로 하여 태종이 묻혀 있는 헌릉의 내룡 즉, 주산(主山)에 혈장에 이르는 산 능선이 고갯길로 끊겨서 후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왕릉 뒤로 나 있는 고갯길을 막아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고갯길은 다름 아닌 봉요이다. 그런데 그 봉요가 큰 길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것은 풍수에 능한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것이라는 것이 최양선이 주장하는 핵심이다. 이에 대해 다른 상지관고중안은 그 고갯길은 기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봉요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반박한다(『세종실록』 12년 7월 7일)(『세종실록』 12년 8월 21일).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이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도록 지시하여 3년 뒤인 1433년(세종 15)에 그 결과물이 보고된다(『세종실록』 15년 7월 22일). 대체로 고중안의 의견과 같은 것이었다. 헌릉 봉요처 단맥 논쟁은 그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1464년(세조 10) 이순지(李純之)에 의해 마무리된다. 이순지는 과협처의 손상을 막기 위해 새로(塞路)에 전돌을 깔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세조는 이것을 받아들인다(『세조실록』 10년 4월 22일). 흔히 박석고개로 불리는 곳은 바로 이와 같은 봉요처를 보호함으로써 단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변천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봉요가 조선전기 풍수지리 논쟁이 활발할 때 등장하나 조선중기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간 풍수서적이나 풍수지리가 또는 연구자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쓰고 있다.

참고문헌

  • 『동림조담(洞林照膽)』
  • 김두규, 『조선 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 궁리출판사, 2000.
  • 양균송 저·김두규 교감역주, 『감룡경·의룡경』, 비봉출판사, 2009.
  • 채성우 저·김두규 역해, 『명산론』, 비봉출판사, 2002.
  • 최창조 역주, 『청오경·금낭경』, 민음사, 1993.
  • 최창조, 『한국의 풍수사상』, 민음사, 1984.
  • 호순신 저·김두규 역해, 『지리신법』, 비봉출판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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