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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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생애

시인이력

시인이자 아동동화 작가로, 1955년에 태어나 1979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체’로 시인으로 데뷔했다.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죽음의 자서전’으로 한국인 최초로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하고 2021년에는 시카다상을 수상하였다. [1]

시인의 특징

김혜순은 한국문학번역원의 2019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문학축제에서 ‘세션 5: 소수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는데, 이 발표에서 김혜순이 시인으로서, 또한 소수자인 시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김혜순은 ‘여자짐승아시아하기’라는 본인의 저서를 기반으로 ‘소통과 평화’에 대해 얘기하며, ‘현실공간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이 플랫폼이라는 가상공간에서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인으로서 현실의 문제와 아울러 언어의 문제를 다루고 언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라고 하며,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모국으로 삼아 보다시피 이렇게, 여자로 살고 있으며, 이 운명이 정해진 위치에서 시를 쓰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소설이 현실의 관습적 사용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는 언어의 관습적 사용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를 쓰면서 모국어인 언어가 얼마나 혀를 옭아매었는지 생각하게 보았다고 한다. 모국어에는 저 먼 시대부터 남성적 세계관을 가진 문인의 혀에 얹어져 여성을 시각적 판단 아래 두거나 대상화하고, 이분법화하고, 쓰고 버리고, 여성적 정체성에 가둔 언어들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국어로 글을 쓰지만 모국어가의 변방이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해 왔다고 시인은 밝히고 있다. 이 변방의 감각이 김혜순의 시 곳곳에는 실려 있다.

시인의 키워드

‘김혜순 시’라는 키워드로 고려대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논문을 검색하여 시인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분석한 논문의 국문초록을 토대로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였다.

키워드 논문
‘여성, 타자 등의 문제의식 반영’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어 폭력을 가했던 사회문화에 대한 시선’
김혜순 시에 나타난 새의 사.pdf
‘현대 사회의 모순과 분열적 고통을 죽음에 대한 사유로 내면화’
‘삶의 궁극적 지점인 죽음의 세계에 끊임없이 진입’
‘언어의 죽음과 함께 형성된 無의 공간’
‘뒤틀린 언어방식’
김혜순 시 연구 - 죽음과 현실수용의 양상을 중심으로.pdf
‘남성 중심 사고 사회’
‘제한적이고 고통스러운 여성의 삶’
‘권리를 침해, 학대 받는 여성’
‘‘몸’은 부권 이데올로기 하의 여성을 드러내는 것 같지만 여성들의 자유스러운 정신 세계의 개진을 내포함’
김혜순 시에 나타난 `몸`의 의미 ― `여성성`을 중심으로 ―.pdf

창작한 시집의 경향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문학과 지성사, 2022년 04월

김혜순, 문지,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jpg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와 연결되는 불행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3부로 구성된 시집은 공통되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전의 시집과 조금 다른 지점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는 점이다. 40년 동안 시를 써오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쓴 적 없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엄마의 죽음’에 대해 얘기하며 당시의 상황(1부), 상황을 둘러싸던 세계(2부), 그 세계의 이미지들에 대해 얘기한다(3부). 개인적 사건이 지구 전체의 문제로 뻗어나가 감싸 안는 순간을 보여준다. [2]

날개 환상통, 문학과 지성사, 2019년 03월

김혜순, 문지, 날개 환상통.jpg
'새'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시집이지만 시인은 이 '새'가 시의 주제로 기능할 수 없다고 한다. 주제라고 하는 것은 언어화되어 묶여 있는 것인데, '새'라는 것은 행위이지 정지된 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즉 '시'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때문에 '새'는 고정적인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시집의 4부에 실린 '중절의 배'에서는 여성의 몸과 주체적인 권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시집이 출간된 후 10일 정도가 지나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3]

죽음의 자서전, 문학실험실, 2016년 05월

죽음의 자서전.jpg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아직 죽지 않아서 부끄럽지 않냐고 매년 매달 저 무덤들에서 저 저잣거리에서 질문이 솟아오르는 나라에서, 이토록 억울한 죽음이 수많은 나라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죽음을 선취한 자의 목소리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시를 쓰는 동안 무지무지 아팠다"라고 밝히고 있다. '죽음'에 대해서 계속해서 얘기하던 시인이지만, 수많은 사회적 죽음이 존재한 몇 년을 거친 시인은 이 지엽적이고 말 꺼내지 못한 채로 더욱 개인적이 될 수밖에 없는 죽음들을 가까이 응시한다. [4]

김혜순의 '서울'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문학과지성사)'[5]에서 김혜순의 서울은 단일 공간이 아닌 삶의 모든 국면이다. '서울'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도시적인 특성이 아니라 이 행성 속에서 내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이라는 점에 의한다. 여성으로서, 소수자로서, 언어의 이방인으로서의 무수한 '나'가 갖는 공간을 존재로서 밝히는 과정은 공간이 존재의 인식으로 어떻게 확정되는지, 또한 공간의 있음과 없음이 존재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지도를 불러오는 중...

서울식 우주


날마다 태양은 몇 사람을 삼키고 서쪽으로 돌아가나?

태양마저 입속의 혀처럼 삼켜지면
엄마의 그림자만 한없이 부려진다

따끔따끔 검은 눈물 억만 개
그 아래 나무들이 가던 길 잃고 서 있다

엄마와 너, 그 사이 매질의 매질이 없어
이제 못 만나게 되는가

오늘 밤 서울은 고독한 항구의 선창처럼
공중에 떠 있고

이 귀앓이는 비행기 귀앓이가 아니고
이 귀앓이는 잠수함 귀앓이잖아

운하로 들어가려고 먼바다에서 돌아와 비바람 속에 기다리는 선박들처럼
모래비를 묵묵히 맞고 있는 수성 금성 화성 지구 내 형제자매들

아직 말을 배우기 전으로 돌아간 듯
혀를 삼킨 채 흐느끼고

자기 자신의 밤을 두 팔로 꽉 끌어안은 행성들

발아래가 무너져
공중에 떠 있는 검은 발자국들

달은 각자의 자동차 속에 잠들어 있고
표정이 깨끗이 사라진
저 머리통들의 주술을 풀어라!

너는 왜 애도의 비유로 행성을 골랐니, 이 망할 년아

사실 이 행성들은
엄마가 나열해놓은 모듈이야
배 속 깊은 곳을 뒤집어
꺼낸 주머니들이야

주머니 속에서
한 줄기 두 줄기
내일 내릴 빗줄기가 운다

서울의 집들은 지붕마다 거대한 눈물 탱크를 올려놓고 공중에 떠 있고

나는 내 속에 있는 이 행성을 꺼내고 싶다

나 태어나기 전에 살던 곳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