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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제일고등학교가 지나온 시간들
이야기
광주제일고등학교의 뿌리는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형옥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세운 광주고등보통학교가 그 시작이었다. 당시 학생 96명이 모여 광산관에서 첫 수업을 들었는데, 그 건물은 조선시대 객사로 쓰이던 곳이었다. 근대 교육의 불씨가 옛 행정의 터전에서 타오른 셈이다.
광주고등보통학교는 이후 광주서중학교로, 다시 광주제일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며 세월과 함께 성장했다. 1929년에는 서중 학생들이 주도한 광주학생운동이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그 정신은 지금도 교정 한켠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새겨져 있다.
학교의 교정은 단지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시대의 의식이 자라난 토양이었다. 해방 후 '제일'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 출발한 광주제일고는 학문뿐 아니라 체육에서도 빛을 발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 야구부는 선동열, 이종범 같은 명선수를 배출하며 한국 야구의 전설을 써 내려갔다.
한편, 2014년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서는 《1798년 광주 과거시험 특별전》이 열려, 학교의 뿌리인 광산관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했다. 옛 과거시험장과 근대 학교의 터전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광주제일고등학교의 시간은 곧 광주의 교육사이자 민주정신의 기록이다. 그 교정은 과거의 과거(科擧)에서 민주와 미래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남아 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