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식(茶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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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밤, 콩 등의 가루를 꿀이나 조청을 넣어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낸 과자.

개설

다식(茶食)은 볶은 곡식의 가루나 송화가루를 꿀로 반죽하여 뭉쳐서 다식판에 넣고 갖가지 문양이 나오게 박아 낸 과자이다. 다식은 원재료의 맛과 색깔을 살리면서 은은한 꿀의 단맛이 보태어져 우아한 맛을 냈으며, 혼례·회갑·제사 등 의례상에는 반드시 올렸다.

만드는 법

다식은 대개 한 가지만 만들지 않고 적어도 3색 이상 마련하여 함께 어울려 담는다. 우리 조상들은 오방색인 빨강·파랑·노랑·흰색·검정색을 기본 빛깔로 삼았다. 각색 다식으로는 흰색의 녹말다식, 분홍색의 오미자다식, 노란색의 송화다식, 푸른색의 당귀라고 하는 승검초[辛甘草]나 청태(靑太)다식 그리고 검정색의 흑임자다식 등 다양한 다식이 있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오미자다식은 녹두 녹말에 진한 오미자국을 넣어 분홍색이 나는데 때로는 강분(薑粉)이나 갈분(葛粉)으로도 만들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녹말을 그릇에 담고 방망이로 으깨어 가루를 풀어 오미자국에 연지를 타고 또 건강(乾薑)과 계피가루를 조금 넣고 손으로 비벼 잘 섞어서 음건(陰乾)하여 다시 비벼 깁체에 쳐 가지고 꿀과 설탕물로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낸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같은 방법이 나와 있는데 계피는 붉은빛이 나므로 섞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밤다식을 『규합총서』에서는 가루가 굵거나 꿀물에 반죽하면 거칠고 맛이 없으며 빛도 곱지 않으므로 황률의 속껍질을 모두 없애고 깁체에 쳐 고운 꿀에 반죽하여 힘센 손으로 꽤 비벼 다식판에 넣고 쇠망치로 세게 두드려야 윤이 나고 반반하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황률을 말린 물에 담갔다가 절구에 넣고 찧어 체에 친 다음 꿀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고, 황률이 없으면 생률을 얇게 저며서 말려 가루를 만들면 더욱 좋다고 하였다.

송화다식은 소나무 꽃가루인 송화를 버무려 박는데 송화에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송화를 고운체에 쳐서 수비(水飛)하여 석청(石淸)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낸다.

승검초다식은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신감초로 만드는데, 한방에서 신감초 뿌리를 당귀라 하여 약재로 쓴다. 승검초다식은 잎을 말린 가루로 만드는데 향이 특이하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신감초를 가는 체에 쳐서 밀가루나 콩가루를 조금 섞고 계피가루도 섞은 다음 꿀물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낸다.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에서는 당귀다식이라 하여 당귀를 곱게 쳐 사기그릇에 다져 담고, 물을 2~3번 갈아 쓴맛을 우려낸다. 당귀는 화김에 들지 않으면 향기가 나지 않으므로 밥이나 떡 위에 그릇째 놓아 쪄서 화김을 들여 말렸다가 다시 찧어 백청으로 아주 달게 반죽하여 판에 잣가루를 뿌려 박는다고 하였다.

용안(龍眼)다식은 『규합총서』에서 용안육을 곱게 두드려 손에 물을 묻혀 모양을 만든 다음 설탕을 놓아 깨다식처럼 박는다 하였다. 중국 남방이 원산인 무환자과 나무 열매인 용안은 다갈색으로 상쾌한 단맛이 나고 씹히는 촉감이 좋고, 약재로도 쓴다. 재료가 워낙 귀해서 용안다식은 지름 2㎝ 정도로 작게 만들었다.

흑임자다식은 검정깨를 볶아서 곱게 가루 내어 꿀로 뭉쳐서 박아 낸다. 『규합총서』에는 검정깨를 소반에 놓고 흰깨를 낱낱이 가리고, 타지 않게 알맞게 볶아 찧어 고운체로 친 다음 좋은 꿀로 질게 반죽하여 돌절구에 마주 서서 힘껏 오래 찧는다. 위로 기름이 흐르면 덩어리를 지어 수건이나 센 손으로 기름을 죄 짠다. 글자가 깊고 분명한 새긴 판에 글자에만 설탕을 빈틈없이 메우고 다른 데 묻은 것은 다 씻고 검정깨 찧은 것을 미리 다식 모양처럼 만들어 판에 박아 내면 흑백이 분명하여 검은 비단에 흰 실로 글자를 수놓은 듯하다. 설탕을 잘못 놓아 두루 묻으면 깔끔하지 않다고 하였다.

콩다식은 콩을 볶아서 가루를 만들어 고운체에 쳐서 꿀물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 낸다. 한편 파란 콩가루로 만든 청태다식이 있다.

고조리서에는 그밖에 진말(眞末)다식, 잣다식, 상자(橡子)다식, 갈분다식, 잡과(雜果)다식, 산약(山藥)다식, 시설(柹雪)다식 등이 나온다.

연원 및 용도

다식의 다(茶)는 차를 말하므로 당연히 차와 관련이 있다. 송나라 때 복건성의 특산물로 차를 말릴 때 용과 봉의 무늬를 낸 것을 용봉단(龍鳳團)이라 하였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제사에 차를 올렸고, 차례를 올릴 때 용봉단을 차려 놓았는데, 점차 차 대신에 다른 재료를 꿀로 버무려 굳힌 것이 오늘날의 다식이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1700년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다식은 분명 중국 송나라의 대소룡단(大小龍團)에서 전해졌을 것인데, 찻가루를 잔에 담고 저어 먹던 것으로 이름은 그대로 전하나 내용이 바뀌어 지금은 밤이나 송홧가루를 반죽하여 물고기·새·꽃·잎 모양으로 만든다고 하였다. 명나라의 사신 동월(董越)이 성종 때 조선을 다녀가서 쓴 『조선부(朝鮮賦)』에는 다식을 밀이나 모밀, 녹둣가루를 꿀에 재워 둥글게 만든다고 하였다.

궁중의 연회에는 황률다식, 송화다식, 흑임자다식, 녹말다식, 강분(薑粉)다식, 계강(桂薑)다식, 청태다식, 신감초말(승검초)다식 8가지가 나온다. 종묘와 산릉과 진전에 제수를 차릴 때에도 진설하였다(『세종실록』 2년 7월 19일). 중국 사신에게 하사한 물품 중에도 있었고(『성종실록』 1년 12월 2일), 일본통신사나 대마도 도주에게 선물로 보내기도 하였다(『세조실록』 5년 8월 23일)(『성종실록』 8년 1월 8일).

다식은 다식판을 이용하여 만든다. 다식판은 대개 상하 2개로 된 길이 30~60㎝, 너비 5~6㎝, 두께 2~3㎝의 크기의 나무 판인데 지름 3~4㎝의 둥근 모양으로 파여 있고, 바닥에 길상 문자인 수복강령(壽福康寧)이나 꽃·새 문양 등이 음각되어 있다. 다식을 박을 때는 위판을 올려 괴고 파인 구멍에 반죽을 넣어 꼭꼭 누르면 아랫면에 문양이 나타난다. 영조대에는 궁중의 다식판에 팔괘(八卦)를 그려 새긴 것이 있어 왕이 먹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다(『영조실록』 13년 8월 11일).

생활·민속적 관련 사항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다식을 높이 고일 때는 색과 문양이 다양한 다식을 만들어 높이 약 5치~1자 정도로 높게 고인다.

참고문헌

  • 『규합총서(閨閤叢書)』
  • 『성호사설(星湖僿說)』
  • 『시의전서(是議全書)』
  •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 『조선부(朝鮮賦)』
  •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
  •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 윤서석, 『한국의 음식용어』, 민음사, 1991.
  • 이성우, 『동아시아 속의 고대 한국식생활사연구』, 향문사, 1992.
  • 한복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1 , 현암사, 1998.
  • 황혜성 외, 『이조궁정요리통고』, 학총사, 1957.
  • 황혜성 외, 「궁중의 식생활」, 『한국음식대관』6권 , 한국문화재보호재단,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