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곡성(八穀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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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별자리 체계에서 삼원(三垣)의 하나인 자미원(紫微垣)에 속하는 별자리.

개설

팔곡성(八穀星)은 자미원에 속하며 8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다. 자미원은 하늘의 천자가 사는 궁전을 의미한다. 팔곡성은 8종류의 곡물을 상징하고, 곡물의 경작과 수확을 담당하는 관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팔곡성은 자미원 서쪽 담장의 바깥, 오거(五車) 성좌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서양 별자리의 기린자리와 마차부자리, 살쾡이자리에 속한다.

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에서 팔곡성과 관련된 천문 관측 기사는 20여 건을 찾아볼 수 있으며 ‘팔곡(八穀)’, ‘곡성(穀星)’, ‘팔곡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유성 관련 관측 기록이 대부분이고 혜성 관련 기록도 다섯 건 정도 있다.

팔곡성과 관련된 혜성 기록 가운데 『선조실록』을 살펴보면, 1593년(선조 26) 7월 13일에 팔곡성의 밑, 내계 성좌의 동쪽에서 혜성이 처음 관측되었다. 이후 화개(華蓋) 성좌와 전사(傳舍) 성좌를 거쳐서 8월 25일경에 사라졌다. 혜성의 특징은 색이 창백(蒼白)하였고, 꼬리의 길이는 가장 길었을 때가 5~6척(尺) 정도였다.

유성의 다른 이름인 ‘비성(飛星)’ 관련 기록도 볼 수 있는데, 밤에 비성이 필성(畢星) 밑에서 나와 팔곡성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은 배[梨]와 같았고 꼬리의 길이는 6~7척쯤 되었으며 적색이었다고 하였다(『명종실록』 12년 8월 26일). 또한 비성이 천시원(天市垣)에서 나와 관색성(貫索星)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이 큰 배[梨]와 같았고 꼬리의 길이는 5~6척이었으며 흰색이었다고 하였다(『중종실록』 15년 4월 7일). 비성의 기술 방법을 살펴보면, 유성과 똑같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유성 관측 기록은 3100건 이상 그리고 비성 관측은 40건 정도 실려 있다. 유성과 비성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성과 비성은 같은 것이다. 유성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천체이고, 비성은 유성 중에서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팔곡성은 『고려사』「천문지(天文志)」에서도 ‘팔곡성’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6번 정도 실려 있다. 그러나 옛 전적이나 성도(星圖)에서는 팔곡성을 ‘팔곡(八穀)’이 아닌 ‘팔곡(八谷)’, ‘팔곡(八轂)’, ‘팔갱(八䡰)’ 등으로도 쓰고 있다. 먼저 팔곡(八谷)이라고 쓴 경우를 살펴보면, 돈황에서 발굴된 당나라 시대의 유물인 ‘돈황성도(敦煌星圖)’, 『돈황사본(敦煌寫本)』「현상시(玄象詩)」가 있다. 자전(字典)에서 ‘곡(谷)’은 ‘곡(穀)’과 통한다고 하였으므로, 팔곡(八谷)은 팔곡(八穀)과 같이 여덟 종류의 곡식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돈황사본』「현상시」, 「삼가부찬」 등에서 쓰인 팔곡(八轂)과 팔갱(八䡰)은 팔곡과는 뜻이 통하지 않는다. 자전에서 ‘곡(轂)’은 ‘바퀴통’인데, ‘갱(䡰)’과 서로 뜻이 같다고 하였다. 즉, ‘곡(轂)’과 ‘갱(䡰)’은 같은 단어지만 곡(穀)과는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 별개의 단어이다. 『중국항성관측사(中國恒星觀測史)』에서 지적한 것처럼, 팔곡을 팔곡(八轂) 또는 팔갱(八䡰)으로 사용한 것은 잘못된 표기이다.

고천문에서는 하늘을 31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별자리를 배속시켜 분류하였는데, 그 분류는 시대별로 달랐다. 『보천가(步天歌)』 이후 삼원(三垣)과 28수의 별자리 분류 체제가 확립되면서 팔곡성은 3원 가운데 자미원에 속하였다. 그 이전인 『삼가성경(三家星經)』에서는 감씨중관(甘氏中官)에 속하는 것으로, 그리고 『진서(晉書)』「천문지(天文志)」에서는 중궁(中宮)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팔곡성의 별 8개는 오각형의 옆구리에서 팔이 하나 뻗어 나온 모양을 하고 있는데, 자미원 서쪽 담장의 바깥, 오거 성좌의 북쪽에 위치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서 팔곡성은 전사 성좌의 동쪽 끝, 천선(天船) 성좌의 동북쪽, 오거 성좌의 북쪽, 자미원 서쪽 담장의 상위(上衛)·소위(少衛)·상승(上丞)의 남쪽, 그리고 내계(內階) 성좌의 서쪽으로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늘에서 이 구역은 서양 별자리의 기린자리, 마차부자리, 살쾡이자리에 걸쳐 있다. 전해 내려오는 성도에서 팔곡성의 위치와 모양은 시대별로 달라서 어떤 별들이 팔곡성을 이루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팔곡성은 여덟 종류의 곡식을 본떠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삼은 것이다. 팔곡성은 토지를 담당하던 관원이었으며, 한 해 농사의 잘되고 못됨을 살피는 것을 주관하였다. 또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여덟 가지의 곡식을 상징하였는데, 팔곡이 어떤 곡물인지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고 시대에 따라 약간씩 달랐다. 다만, 송나라 시대의 전적과 사서를 살펴보면, 모두 『개원점경(開元占經)』에 기록된 팔곡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팔곡성의 별 8개에는 각각 곡물이 하나씩 배치되어 있는데, 『통지(通志)』「천문략(天文略)」에서는 첫 번째 별은 벼를 주관하고, 두 번째는 기장을, 세 번째는 보리를, 네 번째는 밀을, 다섯 번째는 콩을, 여섯 번째는 팥을, 일곱 번째는 조[粟]를, 그리고 여덟 번째는 삼씨[麻子]를 담당한다고 하였다.

팔곡성은 여덟 종류의 곡물의 경작과 수확을 주관하였기 때문에, 팔곡성과 관련되어 하늘에서 일어나는 천문 현상도 이와 관련하여 해석하였다. 팔곡성의 별이 밝으면 여덟 가지 곡물이 모두 잘 익고, 어두우면 잘 익지 않는다고 보았다. 별 하나가 없어지면 곡물 하나가 자라지 못하고, 별 8개가 모두 안 보이면 큰 기근이 들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모두 남의 집에 붙어산다고 보았다. 객성(客星)이 팔곡성 안으로 들어오면 천하에 곡물이 아주 귀해지고 병사들이 굶어서 전쟁이 일어나며 왕이 자리를 잃는다고 해석하였다. 혜성이 팔곡성을 범하면 홍수가 일어나서 곡식이 아주 귀해진다고 보았다. 흑색의 운기(雲氣)가 팔곡성을 범하면 천하의 만물이 익지 않아 여덟 가지 곡물을 수확하지 못해, 사람들 중의 태반이 굶어 죽는다고 해석하였다. 여기서 범한다[犯]는 것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 『통지(通志)』 「천문략(天文略)」
  •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
  • 『고려사(高麗史)』 「천문지(天文志)」
  • 『송사(宋史)』 「천문지(天文志)」
  • 『삼가성경(三家星經)』
  • 『보천가(步天歌)』
  • 『관상완점(觀象玩占)』
  • 『돈황사본(敦煌寫本)』 「현상시(玄象詩)」
  • 『개원점경(開元占經)』
  • 『천문류초(天文類抄)』
  • 『한전망(漢典網)』
  • 潘鼐, 『中國恒星觀測史』, 學林出版社,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