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練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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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뒤 첫 기일(忌日)에 지내는 제사.

개설

연제는 왕의 초상 날부터 윤달을 계산하지 않고 13개월째에 지내는 제사로 흔히 소상제(小祥祭)라고도 부른다. 만약 왕의 생전에 왕비의 상이 발생할 경우 상기(喪期)가 기년상으로 줄기 때문에 11개월 만에 연제를 지낸다. 연제 때에는 상복의 웃옷에서 수질(首絰), 부판(負版), 벽령(辟領), 최(衰) 등을 떼어내고, 관도 부드럽게 손질한 삼베로 만든 연관(練冠)을 쓴다. 이것은 3년상의 절반이 넘으면서 상주(喪主)의 의무가 가벼워졌음을 나타내는 절차인데, 이때부터 산릉(山陵) 및 혼전(魂殿)에서 아침·저녁에 상식(上食)할 때 곡(哭)을 하지 않았다.

연원 및 변천

조선왕조 최초의 국상은 1396년(태조 5) 8월 13일 태조비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康氏)의 사망으로 시행되었다. 이때 세자 이방석(李芳碩)은 유교의 3년상에 따라 상복을 입었지만 백관들은 불교식의 백일상을 시행하되 달[月]을 날[日]로 바꾸는 역월제(易月制)에 의거하여 열흘 만에 상복을 벗었다. 따라서 이때에는 연제를 시행했다는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연제의 기록은 1408년(태종 8) 5월 24일 태조가 사망하면서 나타났다. 이때 아들인 태종은 역월제에 따라 27일 담사(禫祀)를 지내고 상복인 요질(腰絰)을 벗었지만 다음 해 5월에 이르러 혼전인 문소전(文昭殿)에서 연제를 시행하였고, 27개월째에 태조와 신의왕후(神懿王后)의 신주를 종묘에 봉안하였다. 즉 역월제를 시행함에 따라 소상(小祥)의 시기와 연제가 일치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방식은 정종이 사망했을 때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1420년(세종 2) 7월 10일 태종비 원경왕후(元敬王后)가 사망하면서 바뀌게 되었다. 당시 아들인 세종은 11개월 후에 연제를 시행하였고 13개월째에 이르러 길복을 입었다. 이때 처음으로 역월제를 벗어나 명실상부 기년상을 바탕으로 연제가 시행된 것이다. 이어 2년 후 태종이 사망했을 때도 세종은 13개월째에 소상제를 시행하였고, 27개월째에 이르러 태종과 원경왕후의 신주를 종묘에 봉안하였다. 이러한 세종대의 의례 시행으로 연제의식은 국상의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연제는 소상 날에 지내는 제사로 확립되어 조선 전 시기에 걸쳐 준수되었던 것이다.

절차 및 내용

연제의 의식은 왕의 3일간 재계(齋戒)를 거친 뒤에, 제사 1일전부터 당일까지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시행되었다. 이때 재계는 산재(散齋) 2일, 치재(致齋) 1일을 행했다. 연제의 의식은 크게 2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신주에 선왕의 칭호를 쓰고 왕 이하가 상복을 바꿔 입는 역복(易服) 단계이다. 먼저 혼전에 이르러 왕이 곡(哭)을 하고 4번 절한다. 그러면 제주관(題主官)은 연주(練主)를 꺼내어 ‘아무개 대왕[某號大王]’ 혹은 ‘아무개 왕후[某號王后]’라고 쓰고 광칠(光漆)을 하고 영좌(靈座)에 안치한다. 이후 왕은 연관을 쓰고, 수질과 부판, 벽령, 최 등을 떼어낸다.

2단계에서는 본격적인 제사가 시행되었다. 제사는 먼저 왕이 영좌 앞에 북쪽으로 향해 꿇어앉아 3차례 향을 올리고[三上香] 찬을 잡아 술을 땅에 뿌리는[執瓚灌地] 의식을 시행된 뒤 삼헌례를 거행되었다. 삼헌례는 왕이 신위에게 술을 올린 뒤 축문을 읽는 초헌례(初獻禮)가 시행된 뒤 다시 아헌례(亞獻禮)와 종헌례(終獻禮)가 이어졌다. 삼헌례가 끝나면 왕은 곡(哭)을 하고 4번의 절을 한 뒤 재전(齋殿)으로 돌아간다. 이후 집사자들이 신을 들이고[納神] 이후 축문과 폐백 등을 예감(瘞坎)에 묻으면서 모든 제사가 끝났다.

참고문헌

  •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 『춘관통고(春官通考)』
  • 『주자가례(朱子家禮)』
  • 이범직, 『한국중세 예사상연구』, 일조각, 1991.
  • 지두환, 『조선전기 의례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4.
  • 정종수, 「조선초기 상장의례(喪葬儀禮) 연구」,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