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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2:13 기준 최신판



종묘에서 종묘제례 의식의 과정인 영신례, 전폐례, 초헌례에서 연주되는 음악.

개설

조선 세종대에 회례연에 쓰기 위해 만든 「보태평지악」이 세조대에 종묘제례악으로 채택되어 사용되면서 일부 개작되었다. 「보태평지악」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중에 중지되었다가 그 후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음악적 변화를 겪으며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내용 및 특징

「보태평지악」은 종묘에서 조선 역대 왕들의 제사를 지낼 때 연주되는 음악의 하나로, 줄여서 「보태평」으로 불린다. 본래 「보태평」은 「정대업」과 함께 세종이 회례연에 쓰기 위해 향악(鄕樂)과 고취악(鼓吹樂)을 바탕으로 조종의 공덕을 기리고 개국 시의 어려움을 기리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특히 「보태평」은 조종의 문덕(文德)을 칭송하는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세조대에 종묘제례악으로의 개편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악장의 내용을 수정하고, 선율을 축소하여 종묘제례에서 사용하였다. 이후 「보태평」과 「정대업」은 종묘제례악으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500여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음악적인 변화를 수반하여 현재에 이른다.

종묘제례에서 「보태평지악」은 영신례, 전폐례, 초헌례에서 연주된다. 각 절차에서 「보태평」을 연주하는 악대는 등가(登歌)와 헌가가 번갈아 연주한다. 즉, 영신 희문은 헌가에서 연주하고, 전폐 희문은 등가에서 한다. 그리고 초헌례 때는 등가에서 「보태평」을 연주한다. 등가와 헌가에서 「보태평」이 연주될 때 일무원(佾舞員)들은 왼손에는 약(籥)을, 오른손에는 적(翟)을 들고 문무(文舞)를 춘다.

「보태평」의 음악적 구성을 살펴보면, 이 곡은 「희문」·「기명」·「귀인」·「형가」·「집녕」·「융화」·「현미」·「용광정명」·「중광」·「대유」·「역성」의 11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태평」 11곡을 모두 연주하는 경우는 초헌례가 진행될 때이며, 영신과 전폐에서 연주하는 「보태평」은 「희문」 한 곡만을 가리킨다. 초헌례 때 「희문」은 인입장이고, 「기명」부터 「대유」까지의 아홉 곡은 구변(九變)이라 하며, 마지막 곡인 「역성」은 인출장이다.

「희문」이 영신례에서 연주될 때 아홉 번 반복 연주하는 구성(九成)을 지니고, 초헌례에서 「보태평지악」이 연주될 때 무용은 구변이 이루어진다. 『악학궤범』의 저자인 성현의 『용재총화』에 의하면, “원구(圓丘)에서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낼 때 음악은 육성(六成)을 아뢰고, 춤은 육변(六變)을 하며, 사직(社稷)에서 지신(地神)에게 제사 지낼 때에는 팔성(八成)에 춤은 팔변(八變)을 한다. 그리고 종묘에서 인신(人神)에게 제사를 지낼 때 음악은 구성을 아뢰며 춤은 구변을 하는데, 구변은 금(金)의 수(數)에서 취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종묘제례에서 구변을 갖춰야 하는 당위성을 『주역』에서 찾아 논증한 것이다. 따라서 「영신희문」에서 곡을 아홉 번 반복하는 구성이나, 「보태평지악」의 구변을 하는 이유는 그 음악이 역대 조선의 왕들, 즉 인신에게 올리는 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태평지악」이 처음 보이는 악보는 『세종실록』 권138이며, 종묘제례악으로 변한 「보태평지악」은 『세조실록』 권48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악보는 모두 『조선왕조실록』의 부록 악보집이다. 이 외에 궁중에서 편찬한 악보집으로, 영조 연간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대악후보』와 고종 연간인 1882년(고종 19)에 중수(重修)된 『속악원보』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이들 『조선왕조실록』의 부록 악보와 악보집에는 정간에 율명을 기록하거나 대강(大綱)에 오음약보(五音略譜)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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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태평」은 등가에서 연주한다고 하였다. 등가에서 사용하는 악기는 휘(麾)·박·해금·대금(大笒)·아쟁·당피리·방향·편종·편경·절고(節鼓)·장고·축·어이다. 이 중 휘는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의물(儀物)이며, 아쟁과 절고는 등가에서만 쓰는 악기이다.

「보태평」은 영신례와 전폐례, 그리고 초헌례에서 연주한다. 이 절차에서 「보태평」이 연주될 때 음악을 시작하는 절도 즉, 악작절도(樂作節度)와 음악을 끝내는 절도 즉, 악지절도(樂止節度)는 세 절차가 모두 같다. 먼저 음악이 시작하는 악작절도를 보면, 집박 악사가 “드오[擊麾]”하면서 박을 치면, 바로 이어서 축과 절고 앞에 위치한 악사들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축을 세 번 친 후에 절고를 한 번 치는 것을 세 번 반복한다. 그런 후에 박을 다시 한 번 치면 음악이 시작된다. 집박 악사가 음악을 시작하라는 신호로 박을 한 번 치는 것을 “격박일성(擊拍一聲)”이라고 한다. 축을 세 번 치는 것을 “고축삼성(鼓柷三聲)”이라 하며, 축을 세 번 친 후에 절고를 한 번 치는 것을 “격고일통(擊鼓一通)”이라고 한다.

의식의 진행에 따라 영신에서 희문 구성을 연주하거나, 전폐 희문을 연주한 후, 그리고 초헌례에서 보태평 인출장까지 연주한 후, 음악이 끝날 때는 급하게 박과 절고를 세 번 치고 축(祝) 대신 어(敔)를 침으로써 음악이 그친다. 축은 푸른색을 띠며 동쪽에 놓이는데, 푸른색과 동쪽은 시작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음악의 시작 부분에서만 연주한다. 그리고 악현의 서쪽에 놓이며 흰색의 호랑이 형상을 한 어는 음악이 끝날 때만 연주하는데, 흰색과 서쪽은 끝을 의미한다. 어를 연주할 때는 머리 부분을 세 번 치고, 등의 돌기 부분을 한 번 쓸어주는 것을 세 번 반복한다.

음악을 시작하는 악작절도와 악지절도를 리듬 악보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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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평」 음악은 유율 타악기인 편종·편경·방향이 연주하는 주선율 위에 당피리·대금·해금·아쟁 같은 선율 악기들이 다양한 장식음을 넣어 연주하며, 그 위에 악장의 선율이 겹쳐져 조화를 이루어낸다.

한편 이런 일반적인 장식음과는 달리 간음(間音)이라는 규칙적인 장식음이 있다. 예를 들어, 유율 타악기들이 「황종(黃鍾)-황종」으로 동일음을 반복할 때 당피리와 대금은 이 두 음 사이에 「임종(林鍾)-중려(仲呂)」의 음을 끼워 넣어 「황종-임종-중려-황종」으로 연주한다.

다만, 정성(正聲)의 태주(太簇)에서는 간음이 보이지 않는다. 정성의 중려(仲呂)에서는 남려(南呂)를 간음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청성의 중(㳞)에서는 간음으로 임(淋)을 쓴다. 이것은 당피리의 음역 때문으로 보인다. 더불어 청성의 임종과 남려에서 간음을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또한 예외적으로 인입장인 「희문」과, 6변인 「현미」, 그리고 9변인 「대유」에서는 간음을 쓰지 않는다. 간음의 예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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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초헌례에서 연주하는 「보태평」은 아헌례나 종헌례에서와는 달리 음악과 절차가 꼭 들어맞도록 적절히 음악을 안배해야 했다고 한다. 즉, 인입장은 초헌관이 제1실까지 이르도록 연주해야 하고, 「기명」부터 「대유」까지의 아홉 곡으로 정전의 19실, 영녕전의 15실에 적당히 안배하여 남거나 모자람이 없어야 했다고 한다. 또한 초헌례에서는 축문을 읽는 독축(讀祝)이라는 절차가 있다. 축문을 읽는 동안에는 매번 음악을 그쳐야 하므로 연주자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야 했다. 또한 이 아홉 곡으로 의식에 맞추어서 한 번 완주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거나 모자람이 없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각 실마다 초헌관을 배치하여 의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음악이 모자랄 것을 걱정하지 않으며, 혹 모자라면 기명부터 다시 반복하여 연주한다. 의식이 다 끝나면 음악은 바로 역성으로 뛰어넘어 연주를 하고 음악을 마친다. 독축 부분에서 음악이 멈췄다가 축문 읽기가 끝나면 음악은 끝난 자리를 기억했다가 끝난 부분부터 이어서 연주한다. 일무도 마찬가지이다.

세종대에 향악과 고취악을 바탕으로 만든 「보태평」은 임종·남려·(무역)·황종·태주·고선의 5음 또는 6음 음계의 임종궁 평조의 음악이었다. 이것이 종묘악으로 채택되면서 조[key]는 임종궁에서 황종궁으로 변하였고, 한 옥타브 안에 5음 또는 6음이었던 것이 다섯 음으로 고정되었다. 선법은 평조로 변함이 없다. 즉, 종묘제례악 「보태평」은 한 옥타브 안에 황종(C)을 중심음 즉, 기본음 또는 주음으로 태주(D)·중려(F)·임종(G)·남려(A)의 다섯 음만을 사용하고, 각각의 음은 2율·3율·2율·2율의 차이가 나는 황종궁 평조 선법의 음악이다. 이것을 「파(fa)」나 「시(si)」가 없는 무반음 솔미제이션으로 읽으면, 「솔·라·도·레·미」로 읽을 수 있다. 보태평의 음계와 선법을 오선보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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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대에 종묘제례악으로 연주되었던 「보태평지악」은 세종 연간에 회례악으로 제정되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선 안에 포함하고 있는 여러 곡들의 곡명이 바뀌었다. 또 악보의 모습이 32정간 무대강(無大綱) 악보에서 16정간 6대강 악보로 기보 체계가 달라졌고, 악장의 길이와 내용이 바뀌거나, 조[key]가 바뀌는 등 음악적 내용도 달라졌다. 이것이 현행으로 오면서 장단과 박의 위치가 불규칙하게 변했다. 기보 체계 역시 정간에 적기는 하나 규칙적인 정간 체계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끝으로 「보태평지곡」 11곡의 대강의 모습을 표로 정리해보면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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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와 평가

세종이 회례악으로 사용하기 위해 손수 지었다는 「보태평」의 곡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창작곡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선초기의 고취악과 향악을 바탕으로 하여 창제하였고, 다른 회례악들과 달리 이 음악들이 종묘제례악에 채택됨으로 인해 멸실되지 않고 살아남아 현재까지 연주되고 있기에 자못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 『악학궤범(樂學軌範)』
  • 『대악후보(大樂後譜)』
  • 『속악원보(俗樂源譜)』
  • 김기수,『국악전집 8 종묘제례악』, 국립국악원, 1980.
  • 문화재관리국, 『중요무형문화재해설 음악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85.
  • 문화재청, 『종묘제례·종묘제례악』,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2001.
  • 성경린·장사훈,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 제3호 종묘제례악』, 문화재관리국, 1964.
  • 장사훈, 『최신국악총론』, 세광음악출판사, 1985.
  • 이동복, 「古樂譜解題補遺Ⅰ」, 『韓國音樂硏究』 8·9 합병호, 한국국악학회, 1979.
  • 성경린, 「종묘제례악」, SKC, SKCD-K-0059, 1987.
  • 정연숙, 「종묘제례악의 간음(間音)에 관한 연구」, 단국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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