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登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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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제례악을 연주할 때 전정의 월대(越臺) 위에 현악기[絃]와 노래[歌] 중심으로 편성하여 제례의 전폐·초헌·철변두의 절차에 연주하는 악대.

개설

궁중 제례악은 월대 위에 위치한 등가와 월대 아래 위치한 헌가가 짝을 이루어 절차에 따라 연주한다. 제례 절차 중 전폐·초헌·철변두의 절차에만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등가는 전폐·초헌·철변두의 절차에만 연주하며 현악기와 노래 중심으로 악기를 편성한다. 현악기와 노래를 등가에 편성하는 이유는 현악기의 소리가 작고, 인성(人聲)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용 및 특징

조선시대 등가는 아부제례악(雅部祭禮樂)의 등가와 속부제례악(俗部祭禮樂)의 등가 두 종류가 있다. 조선초기에는 제례에 모두 아악을 사용하되 사직과 그 외 제례악으로 구분되었으나, 1463년(세조 9) 「보태평」과 「정대업」을 종묘제례악으로 채택한 이후 속악을 연주하는 종묘제례악과 그 외 아악을 연주하는 사직제례악 등으로 구분되었다. 아부제례악의 등가는 아악기 중심으로 편성되고, 속부제례악의 등가는 아악기·당악기·향악기로 편성된다. 등가에는 현악기와 노래가 포함되는 것이 특징인데, 『악학궤범』을 기준으로 할 때 아부제례악 등가에 편성되는 현악기는 금과 슬이고, 속부제례악 등가에 편성되는 현악기는 가야금·거문고·향비파·당비파·아쟁·대쟁·월금·해금 등이다. 노래는 아부에는 24명이 편성되지만, 속부에는 여섯 명이 편성되었다.

변천

조선초기 악기 편성은 태종대 허조에 의해 제정되었고, 이것은 『세종실록』에 수록되었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길례 등가는 1430년(세종 12)경에 이미 쓰이지 않았다. 세종조의 사직·종묘·풍운뇌우·선농·선잠·문선왕묘 등 제례에 음악을 연주하는 등가는 가종(歌鐘)·가경(歌磬)·금(琴)·슬(瑟)·가(歌)로 편성된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 『악서(樂書)』의 사백제(祀白帝)·사흑제(祀黑帝)의 가대려(歌大呂)에 비해 규모가 조금 작고 축·어·부(拊)가 없을 뿐 편성은 같다. 1428년(세종 10) 이후 종묘·사직·풍운뇌우·우사·선농·선잠·문선왕의 제사에 아악을 쓰기로 결정하였고, 1430년부터 악기 편성이 바뀌었다.

이후 『국조오례의서례』 당시 금슬의 소리가 세미하여 특종·특경 외에 편종·편경을 설치하여 시의에 맞게 하고, 등가에 중국 수(隋)나라 이래의 중고(中古) 제도를 참조하여 금·슬·가(歌) 외에 포죽을 첨가하였다. 『국조오례의서례』에 사직은 위쪽이 남쪽으로 표시된 반면 풍운뇌우·선농·선잠·우사·문선왕은 위쪽이 북쪽으로 되어 정반대 방향이다. 이와 같이 방향이 반대로 된 것은 사직이 북향하고 있고, 풍운뇌우·선농·선잠·우사·문선왕은 남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부제례악 등가 편성은 문묘제례악 등가로 전승되고 있는데, 규모는 15종류 18명으로 축소되었고 당악기인 박이 포함되어 있다. 등가는 악장을 부르는 전폐·초헌·철변두의 절차에 연주하는데, 문묘제례악의 경우 1690년(숙종 16)에 이봉징이 영신·아헌·종헌·송신의 악장을 이정하여 7장을 모두 사용하게 되었다.

속부제례악의 등가는 아악기·당악기·향악기로 구성된 편성으로, 제례악의 악기 편성과 연향악의 악기 편성이 혼합된 형태이다. 그 이유는 「보태평」·「정대업」이 본래 연향의 목적으로 창제되었기 때문이다. 이 종묘제례악 등가를 아부제례악 등가와 비교하면 특종·특경·축·어·절고·노래 등을 사용한 점에서 일치하지만, 현악기는 아부제례악의 금·슬 대신 가야금·현금·향비파·당비파·아쟁·대쟁·월금·해금과 같은 향악기와 당악기를 사용하였고, 타악기인 박·방향·장고·교방고를 편성하였다. 속부제례악의 등가는 아부제례악 등가의 형식을 따랐지만, 아·당·향 삼부 악기를 모두 사용한 점에서 아부 제악 등가 악기 편성과 구분된다. 등가는 본래 노래를 부르는 제례 절차에만 연주하지만, 종묘제례악은 「보태평」·「정대업」 중심으로 악곡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폐에 전폐 희문, 초헌에 「보태평」 11곡을 노래하고, 철변두에 등가에서 연주하지만, 노래는 하지 않는다.

의의

등가는 헌가와 짝을 이루어 궁중 제례악을 연주하는 고대 악기 편성 양식이다. 현재는 아악인 문묘제례악으로 전승되는 아부 등가와 속악인 종묘제례악으로 전승되는 속부 등가의 두 종류가 전승되고 있다. 이와 같은 등가는 고려시대 이후 전승되는 궁중 악대 형식을 전승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 이숙희, 「악학궤범 악기편성 연구」, 『국악원논문집』, 국립국악원,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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