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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1:18 기준 최신판



조선에서 음식과 의복의 자줏빛 천연염료로 사용한 지치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개설

오래전부터 자생하던 다년생 식물로, 뿌리를 말려 두었다가 의복을 홍색으로 물들일 때 사용하거나, 술을 빚어 소주를 내릴 때 마지막에 지초를 달아 홍주(紅酒)를 만든다. 지치, 자초(紫草), 지혈(芝血), 자근(紫根), 자지(紫芝)라고도 한다.

원산지 및 유통

『세종실록』 「지리지」에 전국 팔도의 190여 곳 군현의 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산속의 풀이 우거지고 서늘하고 그늘진 곳, 특히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잘 자란다. 인삼처럼 생긴 자색 뿌리의 껍질 부분에 자색 색소가 형성돼 있다. 뿌리는 말려서 천연염료로 사용하였고, 건위(健胃)·해독·화상·동상에 효과적인 약재로도 이용하였다.

지초로 물들일 수 있는 자색(紫色)은 삼국시대 이후 최고의 품위를 나타내는 색이었다.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는 어의(御衣)를 물들이는 홍지초(葒芝草)는 1년 쓸 만큼 준비하여 낭비가 없도록 하였고, 자줏빛 옷을 입고 출근하는 문무 양반은 호종하는 때가 아니면 모두 검은 옷을 입도록 하라고 하였다. 염색 기술은 이미 고려시대에 발달하여 자색은 대외 교역물이었다.

조선시대에 자색으로 옷감을 물들여 입는 것이 지나치게 유행하자 세종대에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였다(『세종실록』 9년 2월 19일). 궁궐에서조차 지초의 수요가 많아지자 호조 판서이극돈(李克墩)은 홍화(紅花)·지초(芝草)·매실(梅實) 등의 제철이 지난 공물을 백성에게 받는다면 분명 폐단이 생길 것이니 무역하여 쓸 것을 청하였다(『성종실록』 22년 10월 12일). 이런 연유로 지초는 뇌물로도 자주 쓰였다(『성종실록』 9년 4월 23일).

연원 및 용도

지초는 경사롭고 길한 징조로 인식되었다. 선조는 영의정이항복(李恒福)이 두 번째 사직을 청하자, “경은 화평한 흉금, 위대한 도량에다 검소한 행실과 맑은 의표(儀表)를 지녀 교악태산(喬岳太山)처럼 사람들이 그 무게에 승복했고, 봉황·지초 같아 모두 기이하게 여겼다.”라며 계속 직책에 힘쓸 것을 당부하였다(『선조실록』 34년 6월 27일).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에서는 절도판관(節度判官)이관(李琯) 대부(大夫)를 부사(副使)에 임명하면서 청한 글에 “대부는 지초와 같은 빼어난 기운을 품부받았다.”고 하였다.

『송자대전(宋子大全)』에는 공자가 이르기를, 착한 사람과 사귀면 향기로운 지초가 있는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 오래 있으면 향기를 못 맡지만 자신은 따라서 향기로워지고, 착하지 못한 사람과 사귀면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 오래 있으면 악취를 맡지 못하지만 때때로 몸에서 악취가 풍긴다고 하였다. 그래서 지초는 난초나 좋은 나무처럼 집 앞 계단이나 뜰에 심었다.

음식 재료로도 사용하여 나물로 무쳐 먹었고, 떡이나 과자·술을 만들 때 붉은 빛을 내는 천연색소로도 이용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와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의 섭자반 만드는 법에 메밀가루를 소금물에 개어 반죽하여 튀기는데, 크기는 대추만큼 하고, 모양은 석류처럼 빚어 지초로 색을 낸 기름에 지져서 하였다. 또 산자나 강정 같은 유과류를 만들 때 고물로 쓰는 강반을 물들이는 데도 이용하였다. 강반은 좋은 찰벼를 말려서 술에 축이고 튀겨 만들고, 지치를 넣은 기름을 끓이고 매화강반을 넣어 알맞게 꺼내면 홍산자를 만들 수 있다.

『산림경제(山林經濟)』 「치선」편에 기록된 내국홍로주(內局紅露酒) 빚는 법에서 누룩은 2말까지만 넣고, 거기에 향온(香醞) 3병 2복자를 소주로 고아 내려 1병으로 만들되, 소주를 내릴 때 지초 1냥을 가늘게 썰어 병 주둥이에 두면 붉은 빛이 으스러지게 곱다고 하였다. 『주식방(酒食方)』에는 소주 만드는 법에서 소주 받는 병의 부리에 지초나 당귀를 썰어 베수건에 싸 놓고 받으면 빛이 곱고 향기롭다고 하였다. 『주방(酒方)』의 별소주방문에서도 소주를 빚을 때 지치 5~6뿌리를 소주병에 넣으면 술 색이 좋고 독한 기운이 없다고 하였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소주를 내는 법에서 소주를 담는 병 주둥이에 모시를 놓고 그 위에 계피가루, 설탕 등을 놓고 술을 받으면 술맛이 달고 향기롭다. 술 색을 붉게 하려면 모시 위에 자초, 노랗게 하려면 치자를 놓는다고 하였다. 또 관서감홍로방(關西甘紅露方)은 화주(火酒)의 3배로 오래 달여서 내리는데, 소주를 받는 항아리에 꿀을 바르고 항아리 바닥에 지초 1냥을 넣고 술을 받으면 술맛이 매우 감격스럽고 색이 연지와 같으며 홍로주 중에서 상품이라고 하였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지초는 사후 세계에서도 영험하여 고려 원종순효대왕(順孝大王)의 능을 조성할 때 지면석(地面石) 아래에 지초를 그려 넣었다(『세종실록』 2년 1월 3일). 1919년 고종이 승하하여 대렴(大斂)할 때 의대(衣襨)에 자색의 지초문양(芝草文樣) 베개를 준비하였다[『순종실록』 부록 12년 1월 26일 3번째기사].

참고문헌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 『규합총서(閨閤叢書)』
  • 『산림경제(山林經濟)』
  • 『송자대전(宋子大全)』
  • 『술 빚는 법』
  • 『윤씨음식법(尹氏飮食法)』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주방(酒方)』
  • 『주식방(酒食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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