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미원(太微垣)

전통 별자리 체계인 삼원(三垣)의 하나로서 하늘의 천자(天子)와 대신들이 정무를 보는 관서.

개설

전통 별자리 체계는 삼원과 28수(宿)로 구성되어 있다. 태미원(太微垣)은 삼원의 하나로서, 천자가 대신들과 정무를 보는 궁정(宮廷)이다. 태미원 남쪽 부분을 황도(黃道)가 지나기 때문에, 오행성이 천자의 명령을 제후에 해당하는 28수에게 전달한다고 상상했다. 봄철에 잘 보이는 별자리이며, 서양 별자리로는 사자자리의 하체 부분과 처녀자리의 상체 부분에 해당하는 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미원과 관련한 천문 관측 기사가 비교적 많다.

내용 및 특징

밤하늘에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붙박이별[恒星]들이 있다. 또한 그 붙박이별을 배경으로 늘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태양계의 천체들, 즉 해와 달 그리고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다섯 행성들 즉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있다. 이들 태양계 천체들은 대체로 황도를 따라 운행하므로, 이 천체들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려면 황도 근처에 뚜렷한 별자리들을 지정해두고 그 별자리들에 대한 상대 위치로 기술하면 편리하다. 이와 같은 동기로 서양 천문학에서는 황도 12궁을 지정하였고, 중국에서는 28수를 지정하였다. 중국에서는 천체들이 일주 운동을 하는 회전축인 천구의 북극 주변을 하늘의 왕이 머무는 궁전으로 보고 이를 자미원(紫微垣)이라 하였다. 또한 봄철 한밤에 보이는 하늘에 하늘의 왕이 대신들과 정무를 보는 궁전을 별자리로 정해두고 이를 태미원이라고 하였다. 또한 태미원과 은하수 사이에 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천시원(天市垣)을 정해두었다. 이러한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을 삼원이라 부른다. 즉, 중국의 별자리 체계는 삼원과 28수로 이루어져 있다.

태미원은 10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익성(翼星)과 진성(軫星) 위에 위치해 있다. 태미(太微)는 벼슬을 한 선비를 의미하고, 소미(少微)는 벼슬이 없는 선비를 가리킨다. 또한 원(垣)은 담장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태미원은 벼슬아치들의 궁전을 둘러싼 담장이란 뜻이 된다.

태미원은 동쪽 담인 동번(東蕃)과 서쪽 담인 서번(西蕃)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번과 서번의 남쪽 끝 별은 좌집법(左執法)과 우집법(右執法)이라고 부르는데, 그 사이를 단문(端門)이라고 한다. 황도가 이 단문의 바로 앞을 지나므로, 오행성이 단문 앞을 지나게 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태미원에서 천자와 대신들이 정치상의 명령을 결정하면 전달자에 해당하는 오행성이 제후에 해당하는 28수에게 그 명령을 전달하는 것으로 상상하였다. 동번은 서양 별자리의 처녀자리에서 처녀의 상체 부분에 해당하며, 서번은 사자자리의 하체 부분에 해당한다. 동번과 서번의 울타리를 이루는 별들은 각기 여러 가지 벼슬아치를 나타낸다. 동번은 남쪽부터 좌집법, 상상(上相), 차상(次相), 차장(次將), 상장(上將)이다. 서번은 남쪽부터 우집법, 상장, 차장, 차상, 상상이다. 그 자세한 구성은 『천문류초(天文類抄)』에 서술되어 있다. 『천문류초』의 서술은 『통지(通志)』「천문략(天文略)」과 『송사(宋史)』「천문지(天文志)」에서 뽑아서 편찬한 것이다.

『통지』 「천문략」에서는 “장형(張衡)은 말하였다. ‘태미원은 천자의 궁정이요, 오제(五帝)의 자리이며, 열두 제후들의 관서이고, 그 바깥 울타리[外蕃]는 구경(九卿)이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헌원(軒轅)은 권(權)이고 태미는 형(衡)이다. 형은 공평함을 주관한다.’ 『수서(隋書)』「천문지(天文志)」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태미원은 하늘의 조정[天庭]이니, 법을 다스리고 분쟁을 조율하며 관리들의 승진을 감독하고 여러 별자리[宿]들에게 덕을 베푼다. 또한 여러 신령들에게 부절(符節)을 주며 절기를 살피고 정(情)을 펴 주며 의심을 풀어준다.” 하였다.

『송사』「천문지」에서는 “남번의 가운데에 있는 두 별들 사이를 단문이라 하는데, 그 두 별들 중에서 동쪽 별은 좌집법이니 정위(廷尉)의 상(象)이고, 서쪽 별은 우집법이니 어사대부(御使大夫)의 상이다. 집법(執法)은 흉악하고 간사한 자들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좌집법의 동쪽은 좌액문(左掖門)이고, 우집법의 서쪽은 우액문(右掖門)이다. 동번을 이루는 네 별들은, 남쪽부터 첫째 별은 상상이고, 그 북쪽은 태양문(太陽門)이다. 둘째 별은 차상이고, 그 북쪽은 중화(中華) 동문(東門)이다. 셋째 별은 차장이고, 그 북동쪽은 태음문(太陰門)이다. 넷째 별은 상장이니, 이 네 별들은 이른바 사보(四輔)이다. 서번을 이루는 네 별들은, 남쪽부터 첫째 별은 상장이고, 그 북서쪽은 태양문이다. 둘째 별은 차장이고, 그 북쪽은 중화 서문(西門)이다. 셋째 별은 차상이고, 그 북서쪽은 태음문이다. 넷째 별은 상상이니, 이 네 별도 역시 사보이다. 동번이나 서번을 이루는 별들이 뾰족하게 보이거나[芒] 동요(動搖)하는 것은 제후들이 천자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집법이 이동하면 형벌이 더욱 급해진다. 달이나 오행성이 태미원의 궤도에 들어가면 길하다. 그 침범을 받은 자리가 형벌을 받는다.”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미원 관련 기록이 많다. 태미원 단문에 바짝 붙어서 황도가 지나므로 행성이 지나다니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성이 태미원의 우집법 서북 그리고 병성(屛星)의 남쪽의 위치로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다(『태조실록』 5년 11월 16일). 이날은 양력으로는 1396년 12월 16일에 해당한다. 실제로 천체의 위치를 계산해보면, 1396년 12월 17일 자정 무렵 화성이 동쪽 하늘에 떠오를 때 화성은 우집법성인 ‘β Vir(베타 처녀자리)’의 바로 위, 병성을 이루는 네 별들 가운데 하나인 ‘ν Vir(뉴 처녀자리)’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태미원의 남쪽 두 별인 좌집법과 우집법 사이의 공간을 단문이라 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도 이 부분에 ‘단문’이라고 적어놓았다. 이 외에도 『조선왕조실록』에는 달과 오행성들이 단문에 접근한 기록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참고문헌

• 『통지(通志)』 「천문략(天文略)」
• 『수서(隋書)』 「천문지(天文志)」
• 『송사(宋史)』 「천문지(天文志)」
• 『천문류초(天文類抄)』
• 안상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우리 별자리』, 현암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