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운(疊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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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에서 운모가 서로 같은 두 글자로 이루어진 낱말.

개설

첩운(疊韻)은 하나의 단어가 한 음절로 이루어지는 중국어의 단음절적 특성에서 벗어나 두 음절 이상이 한 단어를 이룰 때, 각 음절의 운모(聲母)가 같은 경우를 일컫는다. 의미보다는 소리가 강조되는 특수한 용법으로, 고대 중국어에서는 특히 시(詩)에서 많이 나타난다. 성모(聲母)가 같은 두 글자로 이루어진 쌍성(雙聲)과 함께 고대부터 운문(韻文)의 음률(音律)을 유지하는 압운(押韻)과 연관되며, 이후 반절(反切) 표음법(表音法)의 일환으로 발전하였다.

내용 및 특징

중국어는 유형적으로 단음절어, 즉 단음절형태소어(單音節形態素語)라는 특징이 있는데, 하나의 단어는 한 음절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유형의 예외에 해당하는 2음절 낱말들이 존재하는데, 그 쓰임에 따라 첩자(疊字)·쌍성·첩운 등으로 구분한다. 동일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첩자, 동일한 성모로 이루어진 단어를 쌍성, 동일한 운모로 이루어진 단어를 첩운이라고 한다. 특히 첩운은 중국어에서 한 음절을 이분법적으로 분석하는 반절의 선행 이론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성모와 운모의 가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습해야 할 과제였다.

첩자의 예는 ‘관관(關關)’이 있다. ‘관관[kwran kwran]’은 ‘닫다’라는 의미의 글자가 합쳐진 첩자로, 똑같은 글자가 이어진 소위 연선자(連線字)에 해당한다. 두 글자가 같으므로 당연히 성과 운도 같다. 원래 의미와는 상관없이 ‘물수리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사용되는데, 표의문자인 한자어가 필요에 따라 표음문자로 바뀐 예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외래어의 음역(音譯) 표기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쌍성의 예로는 ‘참차(參差)[tsʻəm tsʻrar]’, ‘전전(輾轉)[trjan trjuan]’ 등이 있다. 성모가 같은 경우이다. 첩운의 예로는 ‘요조(窈窕)’가 있다. ‘요조’의 경우 상고음(上古音)으로는 [iəgw diəgw]로 발음되므로, [-iəgw]라는 운모를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첩운에 해당한다. 첩운과 쌍성 등은 특히 『시경(詩經)』을 비롯한 고대 시가(詩歌)에서 흔히 보이는 수사법의 일종으로, 시적 감각을 바탕으로 생성된 2음절 낱말 곧 연선자에서 나타난다.

한자는 일반적으로 한 글자가 형태[形], 소리[聲], 뜻[義]의 3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그런데 첩운 혹은 쌍성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소리만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 합쳐지는 두 글자는 의미에 상관없이 소리의 동일성만으로 구성되는 예가 많다. 가령 첩운에 해당하는 ‘정녕(叮嚀)’은 ‘세심한 배려’라는 뜻으로, ‘정(叮)’과 ‘녕(嚀)’의 원래 뜻과는 전혀 무관한 의미를 나타낸다.

첩운과 쌍성은 중국 한자의 일반성에서 벗어나 두 글자가 한 단어를 이루는 예외적인 경우로, 인명을 비롯해 초(草)·목(木)·충(蟲)·어(魚), 조수(鳥獸) 등 각종 명칭을 표기하는 데 널리 쓰였다. 고초(苦楚), 광망(光芒), 간난(艱難), 교묘(巧妙), 부유(浮游), 창망(蒼茫), 포도(葡萄) 등이 이러한 첩운에 속한다.

첩운과 쌍성 등은 대개 필요에 의해 조성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주 변하는 어휘였으므로, 성운(聲韻)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연구 없이는 과거의 용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선 세종 때 중국어를 잘하는 김하(金何)라는 신하가 ‘쌍성첩운’에 대한 세종의 질문에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답을 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를 살펴보면, 2음절 첩어와 관련한 이론은 당시 한학자들에게조차 쉽지 않은 주제였음을 알 수 있다(『세종실록』 32년 1월 29일).

참고문헌

  • 최영애, 『중국어란 무엇인가』, 통나무, 1998.
  • 임동석, 「表音 機能 漢字에 대한 硏究」, 『中國學報』35, 1995.
  • 임동석, 「漢語 雙聲·疊韻 硏究」, 『건대학술지』40,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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