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중(承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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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막중한 책임을 이어받는 것.

개설

승중(承重)은 ①대를 잇는 것, ②아버지의 사망으로 손자가 조부를 잇는 것, ③후계자가 없는 대종(大宗)의 가계를 소종(小宗)의 지자(支子)로 잇는 것 등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를 잇는다는 넓은 의미로 쓰인다. 부모가 남긴 노비와 재산은 승중자(承重子)·중자녀(衆子女)·양첩자녀(良妻子女)에게 각각 몇 분의 몇씩 분배되는데, 이 경우의 승중자는 첫 번째 의미로서 이때의 승중이라 함은 조상의 제사를 이어 받드는 것이므로 그 중함을 승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특히 적손승조(嫡孫承祖)라고 하여 적손이 조부를 이을 때 이 말을 쓰는데, 위의 두 번째 의미다. 부(父)가 조부보다 먼저 죽었을 경우에 해당하지만 간혹 부와 조부가 동시에 없어 증조부를 이을 때도 이 말을 쓴다. 장손으로서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것이다. 족보에 쓰이는 승중의 의미는 대개 이 두 번째 뜻이다.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승중자는 특히 인후자(人後者)라고도 하며 주로 양자 입후(立後)가 정착하면서 더불어 사용되었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의미의 승중을 하면 상복이 더해지는데, 이를 가복(加服)이라고 한다. 승중상(承重喪)은 아버지를 여읜 맏아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당한 상을 말한다. 『의례』 및 「오복도(五服圖)」에 ‘손자가 조부모에게 본래 기년복인데, 아버지가 죽고 승중이 되면 재최·참최의 삼년복을 가복한다[孫爲祖父母本服期 而父沒承重 則加服齊衰斬衰三年]’라고 하였는데, 이는 곧 부모에 대한 복과 같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승중손(承重孫)이라고 할 때 대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첫째 의미는 아버지를 여읜 맏아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상사(喪事) 때 아버지를 대신하여 상주 노릇을 하는 사람을 말하고, 둘째 의미는 맏아들이 없으면 중자, 즉 둘째 이하의 아들로서, 중자가 없으면 서장자(庶長子)로서 맏아들을 대신하여 상주 노릇을 하는 사람 즉 승중자를 말한다.

변천

『조선왕조실록』 기사에는 재산상속과 관련한 기사가 많기 때문에 승중도 대부분은 대를 잇는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경국대전』에서 공신전 세습에 관한 언급에서 공신의 양첩 자손이나 천첩 자손으로서 승중한 사람에게만 제전(祭田) 30결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속공(屬公)하기로 한 조항 등이 그러한 예다.

특히 적(嫡)과 첩(妾)의 구분은 『경국대전』에 명시된 조항과는 달리 적자인 중자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갔다. 1473년(성종 4) 10월 1일에 맏아들이 후사가 없을 경우 첩의 아들이 아닌 다른 아들이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당시 노사신(盧思愼)은 승중이란 것은 조상의 제사를 이어 받드는 것이므로 첩의 아들로써 종자(宗子)를 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들은 입후 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에 벌어졌던 일이다. 즉 그 중간 단계로 차자(次子)가 승중하는 형망제급(兄亡弟及)의 방식이 주장되었다.

1662년(현종 3) 9월 17일에 원두표(元斗杓)가 아뢰기를, “인후(人後)가 된 자를 아들로 삼는 것이야말로 『예경』의 분명한 가르침입니다. 간혹 자기 소생으로 승중케 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윤서(倫序)를 밝히고 적사(嫡嗣)를 중히 여기는 뜻이 결코 못 됩니다.”고 하였다. 또한 우의정정유성(鄭維城)은 아뢰기를, “일단 입후한 뒤에는 부자의 윤기(倫紀)와 적서(嫡庶)의 차서가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고 하였다(『현종실록』 3년 9월 17일).

즉 이때에 와서 세 번째의 승중의 의미가 강조된 것이다. 다른 표현을 쓰면 배항주의(輩行主義)에 대해 적계주의(嫡系主義)가 우세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만큼 시대가 내려오면서 종법(宗法)의 실행이 구체화되어 갔음을 의미한다. 이 적계주의의 원리에 따라 후기에는 종자 또는 장적(長嫡) 즉 소종의 장손이 직계 혈통이 없이 죽은 경우에 설사 적제(嫡弟)가 있어도 지파의 아들을 양자로 취하고 조부 이상을 봉사하게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즉 조선후기에 활발해진 양자 제도와 같은 입후 제도는 결국 종법을 관철하기 위한 장치로서 적통의 재생산을 확고하게 해 준 것이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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