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망제급(兄亡弟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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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자가 후사 없이 사망했을 때, 차자(次子)와 그 자손에게 제사 주관 권한이 옮겨지는 것.

개설

형망제급은 적장자·적장손으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제사 승계가 어려울 때 나타나는 제사 승계의 하나로, 입후(立後)에 대비되는 방식이다. 형망제급이 혈손을 우대하는 전통적 방식에 가깝다면, 입후는 종(宗)과 예(禮)에 보다 충실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후기에는 형망제급이 입후로 대치되었을 것이 예상되나, 일방적 이행보다는 상당 기간 병립하면서 다양한 승계 관행을 낳았다.

내용 및 특징

형망제급은 고려시대 이래 조선전기까지 보편적인 제사 승계 원리로 시행되었다. 『고려사』에는 제사의 승계 순위를 적자(嫡子)가 유고(有故)하면 적손(嫡孫), 적손도 유고하면 동모제(同母弟)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동모제를 언급한 부분이 형망제급과 관계된다. 이것이 조선의 『경국대전』에 반영되었다. 『경국대전』에는 봉사(奉祀)의 권한을 우선 장자에게 두고 있고, 장자에게 후사(後嗣)가 없으면 중자(衆子), 중자도 후사가 없을 경우 첩자에게 주고 있다. 중자란 장자가 아닌 차자 이하를 의미하는데, 중자를 제2순위의 제사 승계자로 지목한 것이 형망제급과 상통한다.

그러나 『경국대전』에 수록된 이 봉사 규정은 입후 규정과 모순되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국대전』「입후(立後)」조에는 장자의 후사가 없을 경우 입후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입양계사(入養繼祀)라고도 하는데, 이후 후사 없는 장자의 처(妻)가 입양을 하는 경우 이를 계사(繼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과, 종전대로 형망제급으로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게 되었다. 하지만 장자가 혼인하여 성인이 된 경우에만 문제가 되었고, 미혼(未婚)의 장자가 요사(夭死)한 경우에는 차자가 그를 대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예(禮)로 인식되었다.

한편 입양계사에서 입양의 주체를 총부(冢婦)라 한다. 총부란 원래 부모가 사망한 후 장자가 제사를 받들다가 죽으면 그 처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사망한 장자를 대신하여 입양 주체로 총부가 나서기 때문에 총부의 역할과 권한은 제사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후사 없이 사망한 장남에게 처가 생존하고 있는 동안에는 형망제급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그 처가 입후를 하지 않고 사망한 뒤라야 차자가 제사를 받들게 된다는 점에서(『중종실록』 35년 3월 4일), 총부의 위상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종대에서 명종대를 전후한 시기에 형망제급과 입후를 놓고 어떤 방식의 제사 승계가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조정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형망제급에서 입후 쪽으로 일관된 논의의 흐름이 포착되지는 않는다. 다만 전통적 제사 승계 방식인 형망제급이 조선후기 이후 점차 종법적 가계 계승 방식인 입양계사로 전환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형망제급 역시 혈손을 중시하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맞물려 상당 기간 입후와 병행하여 조선의 가족제 내에 남아 있었다.

변천

『고려사』에 수록된 사대부가제의(士大夫家祭儀)에는 적장자손(嫡長子孫)에게 후사가 없으면 차적자손(次嫡子孫)의 장자가 제사를 주관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 형망제급의 원리는 고려시대부터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조선초기 『경국대전』에도 봉사 권한의 이양 순서가 명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동일한 법전에 입후에 관한 규정이 함께 수록되어 조선중기 이후 형망제급과 입후를 놓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조선후기에는 논쟁이 줄었지만 형망제급에서 입후로 바로 변화하지 못하고 두 방식이 상당 기간 공존하였다. 즉 성리학적 예제(禮制) 질서를 관념적으로는 받아들였지만 실생활에서는 바로 적용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시기적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 『경국대전(經國大典)』
  • 신영호, 『조선 전기 상속법제: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를 중심으로』, 세창출판사, 2002.
  • 김윤정, 「조선 중기 제사 승계와 형망제급(兄亡弟及)의 변화」, 『조선시대사학보』20, 2002.
  • 문숙자, 「조선 후기 제사 승계 방식의 선택과 의미: 형망제급(兄亡弟及)을 선택한 청주 정씨가(淸州鄭氏家)의 사례」, 『사학연구』7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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