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산순수지세(順山順水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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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물이 제대로 뻗어가고 흘러가 혈을 맺는 지세.

개설

산에도 순역(順逆)이 있고 물에도 순역이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면 혈을 맺지만, 자연을 거스르는 흐름이면 혈을 맺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역산역수(逆山逆水)도 혈을 맺을 수 있지만 극히 드문 경우이다. 풍수 고전 가운데 드물게 『지리신법(地理新法)』과 『발미론(發微論)』에서 순산순수(順山順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내용 및 특징

순산순수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한 풍수 고전은 송나라 때 채목당(蔡牧當)이 쓴 『발미론』이다. 『발미론』은 순역을 가고 옴[去來]이란 뜻으로 보았다. 온다는 뜻의 내(來)는 물과 산이 출발하고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간다는 뜻의 거(去)는 물이 달려가고 산이 멈추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순산순수하면 와야 할 것이 오는 것이므로 당연히 이러한 지세에서는 혈이 맺힌다.

조선조 지관 선발 고시과목인 『지리신법』에서도 순산순수 용어가 주요 개념으로 등장한다. 『지리신법』은 때로는 거스르는 산이나 거스르는 물이란 뜻의 역산역수가 있고, 때로는 산과 물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산의 의미인 순산순수가 있다고 말한다. 『지리신법』은 산과 용을 혼용하여 쓰기에 순산(順山) 대신 순룡(順龍)이라고도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순룡은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물이 신에게 조회를 하는 듯하고, 용에 응하여 절을 하는 듯하며, 수구가 막혀 있어 혈을 맺는다. 반면에 역룡이란 물이 역류하며 조종산을 되돌아보며, 산과 물을 거스르고, 좌우로 갔다 왔다 일정한 절도가 없는 산을 말한다. 당연히 혈을 맺을 수 없으나, 극히 예외적으로 회룡고조(回龍顧祖) 형국이 되어 혈을 맺기도 한다고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단 한 번 등장하지만, 당시 세조가 직접 관여했던 만큼 중요한 용어가 된 것이 순산순수지세이다. 1457년(세조 3) 세조가 먼저 죽은 아들 의경세자(懿敬世子)의 무덤 터를 잡을 때, 상지관방문중(房文仲)이 그 터가 순산순수의 지세라고 말하자 왕이 그 실력을 인정하면서 그 용어가 유명해졌다(『세조실록』 3년 10월 14일).

변천

순산순수지세는 세조대에 한 번 등장한 이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풍수 고전에서 이 용어가 『지리신법』과 『발미론』에서만 등장하는데, 이 두 책이 모두 송나라 때 쓰인 책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지리신법』의 퇴조와 새로운 풍수 서적의 유입으로 산이나 물을 분류하는 표기법이 달라지면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참고문헌

  • 『발미론(發微論)』
  • 김두규, 『조선 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 궁리출판사, 2000.
  • 호순신 저·김두규 역해, 『지리신법』, 비봉출판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