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연(罰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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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벼슬아치들이 내기에서 지거나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술을 내게 하는 일.

개설

벌연(罰宴)은 관리들이나 사대부들 사이에서 내기에 진 사람이 행하는 벌칙 형식의 연회였다. 조선전기에는 왕이 참여한 활쏘기나 사냥 등의 행사와 각종 연회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방법으로 벌연이 행해졌다. 그러나 차츰 각 관청에서 신진을 침학하는 수단으로 과도한 술자리와 음악까지 벌이는 벌례(罰禮)가 행해지면서 풍기를 흐리는 사회적 문제로 변질되었다.

내용 및 특징

벌연은 벌례 혹은 벌례연(罰禮宴)이라고도 하였으며, 벼슬아치들이 내기에서 지거나 잘못했을 때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일컫는다. 벌연과 벌례는 시기와 사용 용례에 다소 차이가 있다. 벌연이 조선전기에 주로 내기에서 진 사람이 술자리를 베푸는 일을 가리키는 용어라면, 벌례는 조선중기 이후 각 관청의 선진들이 갓 입사한 신진들에게 잘못한 일을 빌미 삼아 부여하였던 일종의 면신례(免新禮)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변천

조선전기 벌연과 관련된 기사는 특히 세조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세조대에는 왕이 참가한 연회나 행사에서 재미를 위해 내기 성격의 벌연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회에서 먼저 나가거나 끝까지 취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연을 행하게 하기도 하고, 왕이 계책을 써서 신하에게 벌연을 베풀게 하기도 하였다(『세조실록』 3년 1월 3일), (『세조실록』 5년 11월 11일), (『세조실록』 10년 7월 4일). 이때의 벌연은 연회의 분위기를 돋우거나 신하와의 친밀감을 더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벼운 내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벌연은 더욱 진지한 성격의 내기에서도 행해졌다. 사냥에서 호랑이를 못 잡거나 활쏘기 시합에 지는 경우도 벌연을 행하게 하였다. 세조대에 종친, 재추(宰樞) 등과 함께 사냥을 간 김질(金礩)은 호랑이를 잡지 못할 경우 벌연을 행해야 했는데, 오히려 호랑이를 잡아 왕이 그를 위해 태평관에서 잔치를 베풀어주었다(『세조실록』 10년 11월 22일). 또 겸사복(兼司僕)과 내금위(內禁衛)를 좌우로 나누어 벌인 활쏘기 시합에서는 우등(優等)한 자에게 말 1필을 내려주고, 그 나머지는 도롱이[蓑衣]를 내려주며, 이기지 못한 자는 명하여 벌연을 행하게 하였다(『세조실록』11년 6월 1일).

벌연은 조선중기 이후 차츰 벌례라고 하여 각 관청의 신진들을 침학하는 면신과 관련된 용어로 쓰인다. 각 관청의 선배들이 체면을 차리는 방법으로 신진들을 검칙하거나 실언(失言)을 문제 삼아 벌례를 행하도록 조장하였다(『중종실록』 30년 3월 19일), (『선조실록』 34년 8월 26일). 신참자를 괴롭히는 폐단으로 분축(分軸)·가연(家宴)과 함께 벌례가 날로 심해지고 하급 관사까지 이런 폐단이 널리 퍼지면서 조정에서는 이 폐습을 엄단하려는 조치가 취해졌다(『광해군일기(중초본)』 4년 1월 29일), (『현종개수실록』 5년 10월 23일). 특히 하늘에 재변이 나타나거나 흉년이 들어 백성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벼슬아치들이 벌이는 벌례는 엄중한 금제의 대상이었다(『중종실록』 17년 8월 9일), (『중종실록』 24년 12월 25일).

한편 벌연은 일부 관청에서 내규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승정원에는 여러 승지들이 도승지를 공경하고 농담을 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만일 이를 어기고 불경한 자가 있으면 벌연을 베풀게 하는 내규가 있었다. 당대에는 승정원의 벌연이 관료 사회의 기강을 세우기 위한 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벌연이나 벌례는 주로 술자리 성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음악이 동원되면서 규모가 커지기도 하였다. 특히 신진들이 행하는 벌례는 선배들의 마음에 들어야 했으므로 과도한 경비를 지출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 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였다. 벌례에 드는 경비는 전적으로 사적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변천

간단한 술자리 형식의 내기 성격이 강했던 조선전기의 벌연은 조선중기 이후 신진을 침학하는 벌례로 변하면서 각종 폐단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벌례를 금하려는 조치가 종종 논의되었으나 실제적으로는 조선후기까지 지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경정집(敬亭集)』
  • 『약천집(藥泉集)』
  • 『순암집(順菴集)』
  • 『잠곡유고(潛谷遺稿)』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