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지(擣鍊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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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표면과 높은 밀도를 위해 두드리는 등의 가공을 거친 종이.

개설

도련지(擣鍊紙, 搗鍊紙)는 다듬잇돌에 다듬어 반드럽게 만든 종이로 붓[毛筆]이 잘 움직이도록 만든 종이이다. 다듬잇돌에 두드리는 과정을 도침(擣砧, 搗砧)이라 하였고, 도련(擣鍊, 搗鍊)이라고도 하였다. 종이뿐만 아니라 옷감 등을 대상으로 두드려서 윤기가 나고 매끄럽게 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종이는 두드리지 않으면 털이 일어나고 글자가 퍼져서 두드리지 않은 종이는 서사용(書寫用)이나 회화용(繪畫用)으로 선호하지 않았다. 때문에 표면을 두드린 도련지는 도련하지 않은 종이보다 가격이 높고 상품(上品)으로 취급되었다.

‘도련’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종이 명칭으로는 도련저주지(搗鍊楮注紙), 상품도련지(上品擣鍊紙), 하품도련지(下品搗鍊紙), 하품도련초유지(下品搗鍊草油紙), 하품도련초주지(下品搗鍊草注紙), 하품도련초지(下品搗鍊草紙), 아청상품도련지(鴉靑上品搗鍊紙), 다홍상품도련지(多紅上品搗練紙) 등이 있었다.

형태

우리나라 전통 종이의 재료로 대표적인 섬유는 닥나무 껍질인 저피(楮皮) 섬유이다. 닥나무 섬유는 다른 섬유보다 굵고 길기 때문에 닥섬유가 서로 얽히게 되면 그 사이의 공간이 다른 섬유에 비해 넓어지는 현상이 있다. 그러므로 섬유 사이의 공간으로 먹이 스며들게 되면 글씨가 퍼지는 현상이 심하게 생긴다. 또한 닥섬유를 갈지 않고 두들기기만 하여 종이를 만들기 때문에 닥종이의 표면이 부드럽지 못하다. 즉,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에는 좋은 종이가 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종이의 표면을 두드리는 도련 과정을 통해 서사용으로 적합한 종이가 가공되었다.

『임원경제지』에 따르면 종이의 도련 방법은 다음과 같다. 종이 100장마다 1석(石)으로 만들어 두드린다. 건조한 10장의 종이를 젖은 1장의 종이 위에 올려놓는다. 같은 방법으로 10장에 1장을 겹겹이 쌓아 100장이 되면 한 더미[垜]로 만들고, 이것을 평평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 종이 더미 위에 평평한 널빤지를 올리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려 종이를 압축시킨다. 이렇게 하루를 지내면 위아래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적셔진다.

돌 위를 골고루 200~300번 두드리면 밑의 종이가 짝 달라붙어 100장 중 50장 정도는 마르고 50장 정도는 물기가 있는 상태가 된다. 다시 마르고 습기가 있는 것을 서로 섞어서 겹쳐 쌓고 다시 200~300번 두드린다. 이것을 반나절 햇볕을 쬐게 하고 마르기를 기다린 다음 다시 겹쳐 놓는다. 이렇게 하기를 3~4차례 하면 단 1장도 축축한 것이 없어진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종이의 끈기를 관찰하여 다시 다듬잇돌에 3~5번 고르게 두드리면 빛나고 반질반질한 종이를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두드리고 종이를 서로 바꿔가며 섞는 기술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백헌총요(百憲總要)』
  • 『만기요람(萬機要覽)』
  • 『탁지준절(度支準折)』
  •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 손계영, 「조선시대 문헌에 나타나는 종이의 종류 및 제조가공법」, 『고전적』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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