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현상도(觀音現相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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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2년(세조 8) 최항이 저술한 『관음현상기(觀音現相記)』에 실린 목판화.

개설

세조가 1462년(세조 8)에 경기도 지역을 순시하다가 지평(砥平: 현 양평군)에 있는 상원사(上院寺)에 묵었는데 이때 관음보살이 나타났다고 한다. 불심(佛心)이 깊었던 왕은 크게 기뻐하며 이조 판서최항(崔恒)으로 하여금 그 광경을 기록하게 하면서 『관음현상기』가 편찬되었다. 이 책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1권 1책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음현상도」는 이 책의 앞 장에 실려 있는 목판화로 그때의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한 것이다. 세조는 이 그림을 국내에 두루 반포하였으며 일본에서 온 사신에게 선물하기도 하였다.

내용 및 특징

(1) 제작 경위

「관음현상도」가 실려 있는 『관음현상기』에는 그림과 책을 제작하게 된 경위가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그림 또한 그 당시의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1462년 10월 29일 세조는 중궁, 세자와 함께 현재 경기도 양평군용문산으로 사냥을 가서 근처에 있는 효령대군이보(李補)의 농장에 머물렀다.

상원사는 용문산에 있는 사찰로 고려시대에 창건되었으며 조선초기 무학 대사가 왕사(王師)에서 물러난 뒤 잠시 머물기도 하였다. 1450년(세종 32)에 세종이 병이 들자 병을 낫게 하기 위한 구병수륙재(救病水陸齋)를 상원사에서 열었으며 그해 여름에 효령대군이 종을 만들어 시납하였다. 불심이 깊었던 세조 또한 상원사에 1457년(세조 3)에 인간(印刊)한 『대장경(大藏經)』 가운데 한 벌을 안치하는 등 조선전기 왕실과 연관이 깊은 사찰 중 하나였다.

세조는 이날 친히 호위 병사 몇 명만 데리고 상원사로 올라갔는데 절에 가까이 갈수록 종과 북소리, 범패(梵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세조는 자신이 온다는 것을 알고 효령대군이 미리 승려들을 시켜 불교 의식인 작법(作法)을 하면서 기다린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절에 도착해보니 인적이 없었다. 그때 왕은 물론 그 산에서 30리 즉, 약 12㎞쯤 떨어진 천녕현(天寧縣)의 백성들까지 갑자기 구름이 절 위로 솟아오르더니 상원사 담화전(曇華殿) 위에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관음현상기』에는 관음보살이 흰옷을 날리며 광명을 비추어 산천초목과 의복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금색으로 변하였으며 관음보살의 신장은 3장 즉, 약 9m 정도이며 옷의 길이가 1장 즉, 약 3m는 더 되었으며 가운데가 흑색, 그다음이 붉은색, 백색‚ 청색, 황색의 오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둥근 빛과 함께 나타났다고 당시의 광경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후 그 빛은 하늘과 땅을 밝게 비추다가 한참 만에 흩어졌는데 모두 이 광경을 보고 찬탄하여 절을 하였으며 세조가 크게 기뻐하며 상원사에 백미 200석을 주고 내관(內官)을 보내 향폐(香幣)를 봉헌하였다. 또한 이를 기념하여 살인, 강도 이외의 죄를 지은 죄수를 사면하였다(『세조실록』 8년 11월 5일).

세조는 그날의 사건을 그림으로 그려 나라 안에 두루 반포하였으며 최항에게 명하여 기록으로 남기게 하였다. 1467년(세조 13)에 왕은 일본의 승려인 도은(道誾)에게 「관음현상도」와 「여래현상도(如來現相圖)」 2첩을 선물로 주었다(『세조실록』 13년 3월 7일). 이때 「관음현상도」와 함께 하사한 「여래현상도」는 김수온(金守溫)이 저술한 『여래현상기(如來現相記)』와 관련된 그림으로 추정되나 현재 전하지 않고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다.

(2) 특징

「관음현상도」는 『관음현상기』에 서술된 그날의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관음보살이 구름 속에서 나타난 모습, 용문산 중턱에 위치한 상원사의 경관과 가람배치, 용문산의 산세, 관음보살을 보고 절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았다 관음보살은 상징 지물인 호리병 모양의 정병(淨甁)을 들고 보석으로 꾸민 보관(寶冠)을 쓴 형태이며 옷자락이 날리는 모습 등을 매우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또한 경사진 부지에 석축을 올려 조성된 상원사의 사찰 건축 양식은 고려후기부터 산속에 위치한 소규모 사찰에서 나타나는 배치 형식을 보여준다.

이는 경전의 내용이나 교리를 한 폭의 그림으로 요약한 변상도(變相圖)와 유사한 형식이다. 그림을 통하여 불법(佛法)을 이해하고 일깨워줄 목적에서 제작되었다는 점, 목판의 판화로 제작된 점에서 변상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당시 세조의 명을 받은 화원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문헌

  • 『관음현상기(觀音現相記)』
  • 이경미, 『고려·조선의 법보신앙과 경장건축의 변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 장충식, 「한국불교판화의 연구 1」, 『불교학보』 19,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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