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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연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20년 6월 21일 (일) 20:17 판 (추억)

아동문학사

한국 현대 아동서사문학은 동화로부터 시작되었다. 1923년 《어린이》지 창간을 전후한 시기 “童話의 童은 兒童이란 童이요 話는 說話이니 童話라는 것은 兒童의 說話, 는 兒童을 爲하야의 說話”로 이해되어, 우리 동화는 우리 설화의 발굴과 재구로 이루어지고 고래동화, 전설동화 등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창작동화의 출현은 한국 아동문학사의 중대한 문학적 사건이다. 하지만 창작동화의 원리는 전래동화의 발화 방식인 의인화, 환상성, 비현실성, 초자연성 등의 서사 기제에 의존한 비합리성의 이야기였다. 이러한 비합리적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 현실을 그린 허구적 이야기나 자전적 이야기 같은 양식의 필요성을 불러 왔다. 그런 문학적 욕구에 의해 등장한 장르가 소년소설이었다. 당시 소년은 냉엄한 현실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힘으로 삶을 버텨내어야 했던 생활인이기도 했다. 그런 성장기 소년 소녀들이 사회현실에서 마주친 다기한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한 현실 경험에서 얻은 삶의 지혜나 정신적 성장과 정서적 성숙 과정을 형상화할 문학 양식의 출현 욕구는 필연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일반소설을 모방 모델로 한 소년소설이었다.

소년소설

소년소설이라는 장르명으로 아동문학지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24년 방정환의 「졸업의 날」(《어린이》 1924. 4)이다. 그 이후 소년소설은 학생소설, 입지소설, 유년소설, 창작, 단편소설, 소녀소설, 장편 소년소설 등의 장르명으로 생활동화와 함께 대거 발표되었다. 그 당시 이런 소년소설류는 입학과 졸업, 학업, 고학 등 고단한 학교생활을 그린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아동서사문학은 생활동화와 소년소설(아동소설)이 ‘동화’ 라는 용어로 일반화되었다. 곧 동화가 아동설화라는 뜻에서 ‘동화의 동은 아이 동이요, 화는 이야기 화이니 동화라는 것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는 의미로 바뀌어 갔던 것이다. 그 대신 소년소설은 그보다 고학년 독자층을 겨냥한 청소년소설이라는 용어를 파생시켰다.

현대 아동서사문학이 장르 혼합과 함께 진화되어 온 것이 현실이지만, 장르 혼합으로 문학성이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어린이의 현실 생활상을 이야기화한 생활동화와 어린이의 다양한 삶의 양상을 소설화한 소년소설과의 양식적 경계가 모호한 현상에도 기인한다. 어린이의 일상생활을 모티프로 하여 동화 구성상의 합리화를 추구하려 한 생활동화는 장르의 진화가 아니라 소년소설의 아류 양식이기 때문이다.


황순원의 소년소설

이러한 한국 현대 아동서사문학에서 황순원(1915~2000)의 소년소설은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는 소설적 형상화와 개성적 문체를 통해 한국 소설의 미학을 구현한 작가인 까닭이다. 지금까지 평자들은 그의 소설적 특징으로 ‘서정성, 생명 존중, 휴머니즘’을 공통적으로 언급해 왔고, ‘간결한 문장, 정확한 표현, 감각적인 문체’ 등을 소설 문체의 미학으로 규정해 왔다. 특히 그의 단편소설 「소나기」(《신문학》 1953. 3)는 순수문학의 대표작이자 소년소설의 정전이다.


황순원 소년소설

  • 「별」
  • 「산골아이」
  • 「무서운 웃음」
  • 「골목 안 아이들」
  • 「매」
  • 「소나기」

이 초기 소년소설들을 아동문학사 안에서 고찰될 때 그 아동문학적 의미는 더욱 가치 있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소설을 통해 시도한 소설 미학, 곧 주제적 깊이, 정확하고도 치밀한 문체의 탐구, 탄탄한 미적 구조와 서정성 등이 이들 소년소설에도 탁월하게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추억

「추억」은 소년소설이란 장르명을 달고 《동아일보》에 3회 걸쳐 연재되었다.

발굴

권영민의「황순원 선생의 습작시대」와 김종회의 「황순원 선생 1930년대 전반 작품 대량 발굴, 전란 이후 작품도 수 편」이 발표되면서 황순원 문학 연보가 새로이 쓰이게 되었다. 황순원은 17세인 숭실중학 3학년 재학 시절 동요, 동시, 시, 소년소설, 희곡, 소년수필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양식을 모두 써보고 발표하였으나, 동화는 쓰지 않고 처음부터 소년소설을 택했다. 그 소년소설이 「추억」(《동아일보》 1931. 4. 7~9)과 「졸업일」(《어린이》 1932. 4)이다.

줄거리

종교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16세 소년 영일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유년기 체험을 극적으로 그린 작품. 영일이는부모 없이 작은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작은아버지 가족을 따라 평양으로 이사 오면서 종교중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영일이는 젊은 여자 사진을 소지한 사건으로 인해 학급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담임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다. 이 학교에서는 여자 사진을 소지할 수 없는 엄격한 학칙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튿날 극적 반전이 일어난다. 아침 기도회 시간에 5백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대강당에서 교장 선생님이 강설 대신 감동적인 글 한 편을 읽어준다. 그 글을 다 읽고 난 교장선생님은 영일이를 강대 앞으로 불러내어 전교생에게 그 속의 어린아이가 영일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그에게만은 그 여자 사진을 간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교장 선생님이 읽어주신 글이 그 여자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이다. 어느 날 어떤 석유 상점 2층집에 불이 났다. 그 집 주인은 부인이 죽자 5세 된 딸과 3세 된 아들을 혼자 키울 수 없어 전정숙이라는 여자를 식모로 들여 아이의 양육을 맡겼다. 그의 나이 19세로 두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정성껏 돌봐주었는데 갑자기 불이 난 것이다. 이때 아버지는 불길을 피하다 나무 기둥에 맞아 큰 부상을 당했고, 2층에 있던 정숙이는 3살짜리 아들과 5살짜리 딸을 차례로 구출해 아래 이웃 주민들에게 던져주고 자신은 화마에 휩싸였다. 그날 살아남은 이는 막내 아이 혼자였다. 그 아이가 영일이었으며 그가 지니고 다닌 젊은 여자 사진은 그날 고귀한 희생을 한 정숙이었던 것이다.


특징

  • 액자식 구성: 「추억」은 전체 3회분 중 2회분이 교장 선생님이 읽어주신 글로 채워진 액자식 구성으로 짜여 있다. 이 구성 방식이 극적 반전을 이끌어내며 주제를 감동적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곧 전반부의 여자 사진 소지 사건은 후반부의 액자 이야기를 통해 해결될 뿐 아니라 종교학교의 엄격한 학칙을 초월하게 해준다.
    액자식 구성은 영일이의 삶을 간접적으로 조명해 준 소설적 방법일 뿐 아니라 한 개인의 추억을 넘어 전교생의 추모로 승화시킨 기법이 되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의 성격을 창조해가는 단일 구성으로 이루어진 「추억」은 액자식 구성에 의해 전제적 통일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 제목: 제목인 ‘추억’은 영일이를 구해준 은인에 대한 추억인 동시에 고귀한 희생정신에 대한 추모의 뜻이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