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난 이게 올 때 꼭 몸속에서 불덩어리가 치솟는 것 같아. 먼 데서부터 작은 불씨가 점점 커지면서 다가와서 아래로 왈칵 터져나오는 것 같아. 넌 어떠니?"
"나는 어떤가. 나는 몸의 안쪽에서부터, 감당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우울과 어둠이 안개처럼 배어나와서 온몸의 모세혈관을 가득 채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스펀지가 물을 떨구듯이, 게눈에 거품이 끓듯이 조금씩 조금씩, 겨우겨우 몸 밖으로 비어져 나온다."
"나는 내 몸의 느낌을 언니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고 불덩이 같은 것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는 언니의 느낌에 닿을 수 없었다. 언니가 다시 잠든 후, 언니의 요 밑으로 선을 넣어보았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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