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김훈『언니의 폐경』 논란

red

소설속 문제 장면

"얘, 어떡하지. 갑자기 왜 이러지....."

"왜 그래, 언니?"

"뜨거워. 몸속에서 밀려나와."


"언니의 팬티는 젖어 있었고, 물고기 냄새가 났다. 갑자기 많은 양이 밀려나온 모양이었다. 팬티 옆으로 피가 비어져 나와 언니의 허벅지에 묻어 있었다. 나는 손톱깎이에 달린 작은 칼을 펴서 팬티의 가랑이 이음새를 잘라냈다. 팬티의 양쪽 옆구리마저 잘라내자 언니가 두 다리를 들지 않아도 팬티를 벗겨낼 수 있었다. 팬티가 조였는지 언니의 아랫배에 고무줄 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패드로 언니의 허벅지 안쪽을 닦아냈다. 닦을 때 언니가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벗겨낸 팬티와 쓰고 난 패드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차 뒷자리로 던졌다. 언니도 나도 여벌 팬티가 없었다. 나는 두꺼운 오버나이트 패드를 꺼내서 언니의 바지 안에 붙였다. 언니가 다시 엉덩이를 들었다." p.19

"얘, 난 이게 올 때 꼭 몸속에서 불덩어리가 치솟는 것 같아. 먼 데서부터 작은 불씨가 점점 커지면서 다가와서 아래로 왈칵 터져나오는 것 같아. 넌 어떠니?"

"나는 어떤가. 나는 몸의 안쪽에서부터, 감당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우울과 어둠이 안개처럼 배어나와서 온몸의 모세혈관을 가득 채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스펀지가 물을 떨구듯이, 게눈에 거품이 끓듯이 조금씩 조금씩, 겨우겨우 몸 밖으로 비어져 나온다."

"나는 내 몸의 느낌을 언니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고 불덩이 같은 것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는 언니의 느낌에 닿을 수 없었다. 언니가 다시 잠든 후, 언니의 요 밑으로 선을 넣어보았다." p.27

100쇄 기념 아트에디션 출간 간담회

"여성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툴지만 악의는 없다"


"내 소설에는 여성이 거의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아요. 여자가 나오면 쓸 수가 없어요. 너무 어려워요.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데 나는 매우 서툴러요. 내 미숙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에 대한 편견이나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김훈 작가는 최근 단편 '언니의 폐경'과 장편 '공터에서'의 일부 내용에 대해 "여성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사물화'(무생물적 대상화)한다"는 페미니즘 쪽의 비판이 있다고 하자 "내 (역사)소설에서는 주로 남자들만 치고받고 싸운다. '칼의 노래' 경우도 앞에 여성이 나오지만 곧 죽고 그 후에는 여자가 안나온다"면서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논란

김훈의 소설 「언니의 폐경」(2005)에서 엉뚱하게 묘사된 ‘월경’의 순간, <공터에서>(2017)에서 유아여성의 성기에 대한 도구적인 천착 등이 김훈 특유의 ‘유물론적 미학주의’라거나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나는 매우 서툴러요.”라는 작가의 위선적인 변명으로 설명될 때, 혹은 그런 사례들이 김훈의 여성혐오를 인증하는 강력한 증거로서 운위될 때, 페미니즘 문학비평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페미니즘은 못된 사조


김규항: 일부일처제라는 게 실은 출발부터 일부일처제가 아니었죠. 남자한테는 외도나 매춘이라는 보조 장치가 허용돼 있었으니까.


김훈: 요새 여자들 보니까 그렇지도 않던데.


(일부일처제가 무너지면 주민등록 정리 등 관(官)이 할 일이 많아질 거라는 등의 이야기가 한참 오고간 뒤)


최보은: 대학원 졸업한 딸을 두신 걸로 아는데 페미니즘 기질은 없나요?


김훈: 우리 딸?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들지 않았어요.


최보은: 어쩌다 김훈 선배는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드셨어요. 마초…. <시사저널>엔 여기자들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세요? 페미니즘 같은 것에 물들지 말라?


김훈: 걔들은 가부장적인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것 같더라고.


최보은: 네? (웃음) 이런 말 기사화해도 상관없으세요?


김훈: 괜찮아. 아무 상관없어. (웃음)


김규항: 근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김훈: 여자들한테는 가부장적인 것이 가장 편안한 거야. 여자를 사랑하고 편하게 해주고. (웃음)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 남자가 다 책임지고. 그게 가부장의 자존심이거든.


김규항: 최 선배 열받네.


최보은: 지금 반어법이에요? 진심이에요?


김훈: 난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 안 해.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지.


최보은: 그런 이야기하면 <시사저널> 부수 떨어져요.


김훈: 괜찮아. 이제 떨어질 것도 없어. (웃음)


김규항: 후천적인 노력이 아닌 선천적인 요인으로 사람을 나누는 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하다는 얘기는 백인이 흑인보다, 독일인이 유대인보다 우월하다고 보는 인종차별하고 다를 게 없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보는 게 근대적 사고방식의 기본 아닌가요?


김훈: 인종 사이의 혐오감이란 어쩔 수가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