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황순원 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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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서는 대담의 형식으로 진행된 심사평의 일부를 발췌했음을 알린다.)
수상작
“분비선이 고갈된 판에도 사람이 가능한가. 처음엔 웃긴다고 생각하고 읽어가지 않았겠소. 이래저래 분위기에 빠져 한참 지나보니 결말에 이르지 않았겠소. 환갑 진갑의 나이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노인의 당면 과제란 다름 아닌 ‘그리움의 상실’이라는 사실이 그것. ‘그리움’이 없는 마음이야말로 늙음의 본질이라는 것. 마음의 메마름이야말로 노인성 문학의 과제라는 것. 굳이 논리화한다면 ‘그리움이야말로 축복이다’라는 명제.”
후보작
『퇴역레슬러』 “늙고 병들어, 짐승처럼 죽을 곳을 찬아온 한 레슬러의 현재 정신 상태에 초점을 놓고 있다는 점에서 노인성 범주에 드는 작품이지요. 이 작품이 시대적 층위로 읽히는 것은 작가의 분명한 의도의 개입에서 말미암지요. 이데올로기가 그것.” “세월이 흐른 이 마당(남북 해빙)에 이데올로기 콤플렉스란 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읽히기 쉽다는 뜻에서 시대적 층위이겠는데요. 이런 층위가 작가의 어떤 기법을 통해 밀도를 획득했느냐가 핵심 과제 아닙니까.” “‘기억의 착오’가 이 작가의 강점. 귀향한 이 노인이 처음으로 고향의 냄새를 기억하는 장면, 양파 냄새가 그것이지요. 유년기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후각과 청각이란 고향의 섬을 가득 채운 푸른 보리밭과 그 냄새였을 터인데, 그가 떠난 지 훨씬 뒤에야 이 고장엔 양파 재배가 시작되지 않았던가. 있지도 않은 양파 냄새 맡기란 무엇인가. 이 감각적 치매 현상이 바로 이데올로기의 색깔 착오에 대응된다는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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