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제6회 황순원 문학상 심사평

red

총평

"심사위원들은 본심 대상작 열 편이 우리 소설이 분명 변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는 의견을 나누면서 심사를 시작했다. 매끈하게 조립된 소설, 인공미가 묻어나는 소설, 독자 반응을 자로 잰 듯 계산하며 쓴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다수 작품에서 역사적 관심이라든가 시대고를 감지해낼 수 없는 점도 우리 소설의 변화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수상작

구효서 『명두』


“150년 살았다가 20년 전에 죽은 굴참나무를 화자로 하여 작가적 상상력을 적극 발휘하면서 삶, 죽음, 운명, 모성성 등의 문제를 얼마간 새롭게 보게 한 점, 오늘의 한국 소설에서는 보기 드물게 이인소설(異人小說)을 만들어 내어 소설 읽는 재미를 회복시켜준 점이 근거가 되어 높게 평가될 수 있었다.”


"작중 인물과 사건에 화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든지 아니면 반대로 최대한 자제했더라면 『명두』는 보다 완전한 구조미를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후보작

여러 이야기들을 늘어놓거나 포개어놓은 경우

  • 김인숙의 『조동욱, 파비안느』, 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김중혁의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김인숙 『조동숙, 파비안느』


“김인숙의 『조동욱, 파비안느』를 구성하고 있는 수령옹주 이야기, 그녀 이야기, 파비안느의 이야기는 실제로는 약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가도 수령옹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큰 비중을 두었으며 독자도 인상 깊게 들었는데 정작 제목은 ‘조동욱, 파비안느’로 잡혀 있다.”

김중혁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해수면 오차 측정, 침수 지역 예상, 지도 제작 등과 같은 전문가적 행위를 쉽고도 흥미 있게 전달한 점이라든가 에스키모가 만든 나무 지도라는 모티프를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빚어낸 점은 작가적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 "


“결말을 혈족애 확인으로 급속하게 닫아버리고 만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이어트 과정과 음식물에 대한 정보의 과다한 제시가 작품 전체의 균형을 깨버리고 말았다."

단편소설 속의 문제적 인물이나 문제적 사건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유형

  • 권여선의 『가을이 오면』, 김애란의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윤성희의 『무릎』, 편혜영의 『퍼레이드』, 전성태의 『코리언 솔저』

작가의 컬러가 내비칠 정도로 모성성을 인상 깊게 파헤친 경우

  • 구효서 『명두』, 김인숙 『조동욱, 파비안느』,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내 아들의 연인』


"인물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차분한 어조와 빈틈없는 문장으로 따라가고 있는 정미경의 『내 아들의 연인』은 화자를 달리 설정하든가 화자가 자기 성찰을 통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 . "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상투적인 세태 비판 소설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자와 그 가족의 이기적이고 오만한 삶의 자세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 의도는 독자들의 상식과 어울리지 못하는 결과를 빚어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