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완전하고도 풍성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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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제 12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빈집'에 게재된 문학평론가 '신수정'의 심사평이다.

총평

"후보작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번 심사만큼 의견들이 엇갈린 경우도 없을 듯하다...(중략)...이는 다른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보다 적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일 뿐 우열이나 성취도와는 무관하다. 좋게 말하자면, 9편의 작품 모두가 제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흠을 잡자면, 모두의 공감을 살만한 작품이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심사평

한강 『에우로파』

"'목성'과 그것의 위성인 '에우로파'의 메타포를 이용하여 두 남녀의 영원히 합치될 수 없는 존재론적인 거리를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한강 특유의 고백적인 문체가 주제와 잘 부합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때로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나르시즘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소설에 인용된 시가 그런 인상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었다."

편혜영 『블랙아웃』

"시종일관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공포'의 다각적인 양상을 드러내고자 한다."

"편혜영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했고 그런 만큼 익숙한 주제가 반복된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메시지가 너무 두드러진 나머지 날것의 정보가 노출된다는 점도 아쉬웠다."

김숨 『옥천 가는 날』

"이 작품은 삶과 죽음, 혈육과 개인성 등 소설 본연의 주제를 환기시키는 대목이 없지 않았다. 길의 모티프가 제공하는 안정감, 죽은 자를 둘러싼 산 자들의 비루한 일상에 대한 재현 등이 돋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금붕어의 상징이 모호하고, 안정된 플롯이 다소 밋밋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방의 '시'가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김인숙 『빈집』

"27년을 살아온 부부의 회고를 통해 각자의 삶에 내재해 있는 '빈집'에 대한 사유를 풍성하게 부풀리고 있는 역작이다."

"어떤 타인과도 공유할 수 없는 우리들 모두의 '완전한 공백'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중략)...나는 이 완전하고도 풍성한 고독에 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