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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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김종회 교수가 기억하는 바 황순원은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사고나 따뜻하고 순후한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면모는 작품세계 가운데서도 처처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원응서와의 교감을 그린 <마지막 잔>(1974)이 있다.
선생은 주석에서 친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면서 꼭 병바닥의 마지막 잔 술을 탁자 옆 허공이나 퇴주그릇에 부었는데, 그것을 아는 제자들은 덩달아 그 법칙을 지켜가며 숙연해 하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