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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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나의 꿈은 1931년 <<동광>>에 발표되어 황순원이 등단한 계기가 된 시이다. 이후 그의 첫 시집 『방가』의 서두로써 수록된다.


전문

나의 꿈 / 황동규


꿈, 어젯밤 나의 꿈.
이상한 꿈을 꾸었노라.
세계를 짓밟아 문지른 후
생명의 꽃을 가득히 심고
그 속에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노라.

언제든 잊지 못할 이 꿈은
깨여 흩어진 이내 머리에도
굳게 못박혔도다.
다만 모든 것은 세파에 스치어 사라져도
나의 동경의 꿈만은 깊이 존재하나니.

상세

초기 황순원 시의 특징
나의 꿈이 발표되기 이전 1920년대는 슬픔과 탄식의 어조를 지닌 낭만주의 시나 계급 해방을 주창한 계급주의 시가 주를 이루었다. 그에 비해 나의 꿈 속 화자인 나는 현재의 세계와 불일치를 보일 정도로 순수한 의지를 지닌 인간이다.[1]

순수한 인간
초기 황순원의 시에서 볼 수 있는 자아와 세계의 불화와 불일치는 그가 지닌 커다란 현실적 번민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조화로운 현실인 아닌 불화의 세계를 뚫고 나가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것이 당시 황순원이 가지고 있었던 꿈이자 문학적 소망이었음을 알 수 있다.[2]


그런 의미에서 황순원이 이 시를 그의 첫 시집의 서두에 내새운 것은 그만큼 자신의 꿈이 강력함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인 배치이다.
모든 것이 세파에 시달려 사라져가도 화자가 지닌 '꿈만은 깊이 존재'한다는 마지막 시행은 이후 황순원 문학이 지닌 본질적 요소를 말해 준다.
가득한 생명의 꽃 속에서 마음껏 노래 부른 소년에게 이 꿈은 영원한 것이며, 이 이상한 꿈은 예술적·문화적 미래를 예시하는 이정표가 되었던 것이다.

유학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첫 시집을 발간했던 시기가 다름 아닌 황순원이 고향을 떠나 동경에 유학을 간 첫 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타향에서 그것도 식민지 출신의 유학생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그로 하여금 더욱 자신의 꿈을 깊고 소중하게 간직하게 만들었다.[3]

각주

  1. 강정구, 「황순원의 시집 『방가』의 재탐색」, 『어문학』, 한국어문학회, 2017.
  2. 최동호, 『황순원 문학과 인간 탐구』, 서정시학, 2015.
  3. 김종회, 『황순원/김종회 편』, 새미,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