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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산중으로 들어가며 암자와 절경을 만나다
이야기
고경명(高敬命, 1533~1592)은 당시 광주목사이던 임훈(林薰, 1500~1584) 일행과 함께 1574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무등산 일대를 유람했다. 『유서석록(遊瑞石錄)』은 그가 남긴 기행문으로, 조선 중기의 산행 방식과 사찰 문화, 풍경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그중 4월 21일의 기록은 산중으로 들어가며 암자와 절경을 만난 하루를 전한다.
이날 고경명은 전날 머물렀던 증심사에서 임훈 일행과 합류하였다. 이어 본격적인 산행에 나서 증각사로 향하였고, 가는 길에 사인암을 바라보았다. 증각사를 지난 뒤에는 중령을 넘어 험준한 산길을 올랐고, 냉천정에 들러 바위틈에서 솟는 샘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이후 입석대 인근의 입석암으로 향하고, 그 북쪽의 작은 암자인 불사의사에 들렀다.
해가 저물자 일행은 염불암에 도착하여 유숙하였다. 염불암은 승려 강월이 창건하고, 1515년 일웅, 1572년 보은이 중창한 암자로 전한다. 암자 동쪽에는 지공선사가 신도들과 함께 수도했다는 지공너덜이 있어, 바위와 불교 전승이 맞닿은 장소로 묘사되었다.
『유서석록』은 이날의 여정을 증심사에서 시작된 본격적인 무등산 산행으로 기록하였다. 고경명은 바위와 샘, 불교의 흔적 속에서 산의 생명력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