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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산문에 들어서다

이야기

고경명(高敬命, 1533~1592)은 광주목사 임훈(林薰, 1500~1584) 일행과 함께 1574년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동안 무등산 일대를 유람했다. 『유서석록(遊瑞石錄)』은 그가 남긴 기행문으로,그 시절의 산행 경로와 풍경, 그리고 유람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 가운데 4월 20일은 여행의 첫날로, 고경명이 임훈 보다 먼저 길을 나서 무등산에 들어선 날이었다.

고경명은 남사면의 중심 사찰인 증심사에 도착해 본격적인 유람을 준비하였다. 당시 증심사에는 승려 조선(祖禪)이 주석하고 있었으며, 고경명을 직접 맞이하였다. 증심사 경내의 취백루에 올라 잣나무와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유서석록』에는 “뜰 앞 잣나무의 푸르름에서 이름을 취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은 고경명에게 법당의 역사와 불경 전래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시냇가의 바위에 새겨진 최응룡(崔應龍, 1537~1592)의 각자시를 알려주었다. 고경명은 현장을 직접 확인했으나 글자가 희미해 판독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밤에는 김형(金逈, 1543~?)과 이만인(李萬仁)이 도착해 함께 유숙하였고, 조선과 더불어 고요한 산사의 밤을 보냈다.

이날의 기록은 유람의 서문으로, 산문에 들어선 첫날의 정경을 간결히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