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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불교의 중흥을 이끈 천운 스님
이야기
천운(天雲, 1932~2010)은 호남불교를 중흥하고, 수행·교육·복지의 영역을 두루 확장한 대표적 승려였다. 전라북도 고창 출신으로, 1946년 정읍 내장사에서 출가하였다. 이후 구례 화엄사와 해남 대흥사의 주지를 역임하며 불교계의 중흥에 힘썼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광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1967년 광주광역시 상무대 인근에 향림사를 창건한 그는, 불교가 지역사회 속에서 실천과 교육의 장이 되도록 힘썼다. 향림사는 찬불가 보급과 청소년 법회, 수련회 등 대중 포교의 중심이 되었고, 이후 향림유치원, 향림어린이집, 향림출판사, 광주불교대학,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등을 설립하여 교육·문화·복지 기능을 아우르는 도량으로 발전하였다. 그는 또한 정광중학교와 정광고등학교의 이사장, 우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으로서 교육과 사회복지의 영역에서도 헌신하였다.
그가 시주받아 봉안한 향림사 목조석가여래좌상에는 향림사와 천운을 둘러싼 흥미로운 일화가 전한다. 1973년 순천 무량사 철거 당시 천운이 시주받아 모신 이 불상은, 해방 이후 불교 유산이 새 도량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런데 2012년 불상의 복장(腹藏)을 조사하던 중 내부가 비어 있는 것이 발견되어 도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후 천운이 생전에 남긴 문서가 발견되면서, 불상이 무량사에서 옮겨질 당시 이미 복장유물이 유실되어 있었고, 이를 확인한 뒤 개금불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복장 유물 도난’으로 알려졌던 사건은 오해로 드러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천운은 해남 대흥사 백화암에 부도탑인 천운당탑이 세워졌으며, 2024년에는 광주의 향림사에도 부도탑이 건립되어 그의 수행과 포교의 뜻을 함께 기리고 있다.
그가 남긴 유산은 사찰 창건을 넘어, 불교가 지역사회 속에서 교육과 복지, 문화의 형태로 실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으로 평가된다.
스토리 그래프